26일 오전 인천 송도컨벤시아 2층 대회의실. 비바람이 부는 궂은 날씨에도 많은 주주들이 셀트리온 주주총회장을 찾았다. 손을 꼭 잡은 중년의 부부부터 말끔한 정장을 차려 입은 청년까지 주총장을 찾은 이들의 모습은 다양했다.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는 이번 주총에 의장으로 처음 참여했다. 일종의 '데뷔전'이다. 서 대표는 서정진 회장의 장남으로 지난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 이후 통합법인 대표로 선임됐다. 올해 1월에는 미국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회사를 대표해 메인무대에 선 바 있다.
서 대표는 주주총회를 진행하는 동안 긴장한 듯 목소리를 떨었다. 강경한 어투로 묻는 주주들의 말에는 당혹스러운 듯 답변을 잠시 머뭇거리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주주들의 물음에 막힘없이 답하며 주총을 주도해갔다.
매년 모습을 드러내던 서 회장이 보이지 않아 의아해하던 차, 서 대표 뒤편에 있는 커다란 스크린에 그의 얼굴이 나타났다. 서 회장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짐펜트라(성분명 인플릭시맙)의 영업을 위해 미국 현지에 머무는 중 이날 주총에 화상으로 참석했다.
미국 내 2800개 병원, 7500명의 의사를 직접 만나 제품을 소개하는 영업활동을 시작한 지 한 달하고 보름. 그의 얼굴은 무척이나 지쳐보였다.
피로가 쌓였던 탓인지 그는 주주들의 질문에 언성을 높이는 등 예민하게 반응했다. 한 주주는 우리가 서 회장의 꾸중을 듣는 학생이냐고 섭섭함을 토로했다. 또 다른 주주는 아드님(서 대표)에게 의사진행을 맡기고 주주들의 말을 경청하라고 꼬집었다.
이 과정에서 한 주주가 강하게 불만을 표출하면서 주주총회가 잠시 중단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프레스룸(기자실)에 있던 회사 관계자와 기자들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주총장으로 우루루 몰려 나갔다.
상황이 정리되자 주주총회는 다시 진행됐다. 서 대표는 그의 아버지와 달리 주가하락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주주들에게 거듭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자사주를 매입해 책임경영을 다하겠다는 그의 발언에 주주들은 박수갈채를 보내며 반겼다.
그는 이사보수 한도를 책임경영 차원에서 120억원으로 제한하라는 주주의 즉석 제안을 망설임 없이 수용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주총에서는 서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도 의결됐는데 참석 주주 과반의 동의를 얻어 무난히 통과됐다.
하지만 반대율이 2.8%로 전체 8명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 중에서 가장 높았다. 절대적인 반대율은 높지 않지만 아직 주주들의 신뢰를 완전히 받기 위해 갈 길이 남은 셈이다.
오전 12시 20분. 안건 8개가 모두 통과되면서 주총이 폐회되고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서 대표 양옆으로 기우성, 김형기 각자 대표가 단상에 올라 주주들의 질문에 답했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주주총회에서 풀리지 않은 불만들이 도돌이표로 돌아왔다.
서 회장은 처음보다 침착해진 목소리로 주주들의 질문에 직접 답했다. 서 회장의 주식담보대출로 인해 담보주식이 공매도 물량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주주의 질문에 그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확인을 위해 직원들과 함께 금융기관에 방문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했다.
이날 오전 주주들에게 민감하게 반응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그러면서 주가에 대한 걱정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주주들의 심정을 헤아려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주주총회에 참석한 한 주주는 "주가가 떨어져 죄송하다고 해도 모자랄 판에 도리어 화를 내 당혹스러웠다"며 "서 회장과 대표가 주가 하락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주주들의 입장을 앞으로 잘 반영해 주면 좋겠다"는 심정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