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 결합상품을 내놓으면서 LG유플러스, KT 등 IPTV 3사 모두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와 동거에 돌입했다. OTT 사업자의 덩치가 점차 커지면서 IPTV의 VOD(주문형 비디오) 매출이 위축되는 측면이 있음에도 확 바뀐 미디어 시청 트렌드에 적응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는 자사 IPTV 브랜드 'B tv'와 넷플릭스 서비스를 결합한 신규 요금제를 공개했다. 지난해 9월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넷플릭스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이후 8개월 만이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와 망 이용료 분쟁을 중단하고 전략적 파트너 관계로 전환한 바 있다. OTT '웨이브'의 최대주주 SK스퀘어(SK텔레콤에서 인적분할)도 CJ ENM의 티빙과 합병 계획을 공식화하는 등 전선을 분리하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IPTV가 넷플릭스와 협력하기 시작한 것은 LG유플러스가 최초다. 2018년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를 IPTV에 접목한 이래 디즈니플러스·티빙·쿠팡플레이 등 다양한 국내외 OTT 파트너와 제휴에 나섰다. 넷플릭스가 외국 시장에 신규 진입할 때 3위 사업자와 손잡고 파고드는 전략과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을 높이고자 하는 LG유플러스의 이해관계가 만든 사례다.
KT의 경우 2020년 넷플릭스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OTT를 직접 경영하는 사업은 사실상 포기했다. 자사 OTT '시즌'과 티빙을 합병하고 IPTV 서비스명도 기존 '올레 tv'에서 '지니 TV'로 바꾸고 미디어 포털로 진화하고 있다. 자회사 스튜디오지니를 통해 콘텐츠 직접 제작은 강화하고 넷플릭스 같은 OTT에 납품하는 등 미디어 사업전략을 빠르게 바꿨다. 글로벌 콘텐츠 공룡과 출혈경쟁을 하는 길보다는, 실용주의의 길을 택한 셈이다. 삼성전자가 애플과 스마트폰 시장에서 싸우면서 부품은 파는 등 경쟁사이자 고객사 관계인 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IPTV 입장에서 적이지만, 시청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것이 달라진 미디어 트렌드"라며 "넷플릭스와 제휴를 시작하면서 덕을 많이 본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달 공개한 '2023년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를 보면 OTT 성장에 따라 2022년 IPTV 사업자들의 VOD 매출은 전년대비 1.6% 감소한 5216억원에 그쳤으나, 같은기간 IPTV 가입자 수는 3.9% 증가했다. 넷플릭스의 이 기간 국내 매출은 22.4%나 증가한 7733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IPTV의 수익성에 대한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IPTV의 월간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는 2021년 1만3621원에서 2022년 1만3312원으로 2.3% 감소하고 있어서다. SK브로드밴드의 신규 요금제 출시에 KT와 LG유플러스 등 경쟁사들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이미 심화한 경쟁 속에서 요금 인상이든 인하든 눈치를 보고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의 신규 요금제 출시로 인해 기존 경쟁상황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넷플릭스 관련 새로운 요금제 출시도 현재는 계획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