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상자산 거래소 이용자들이 한순간에 몰려 접속 장애로 매매를 하지 못하더라도 손해 배상을 받기 어려워졌다. 실제 발생한 손해액과 거래소들의 고의·과실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4년 '12·3 비상계엄' 때 주문 폭증으로 비트코인(BTC)을 매매하지 못해 손해를 봤다며 업비트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A씨에 대해 최근 대전지방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당시 비트코인를 매도하려고 했지만 전산장애로 수량이 입력되지 않아 팔지 못했고 매수도 주문량의 일부만 체결됐다며 당시 시세로 1억2000만원의 손해와 위자료 1000만원을 업비트가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비상계엄으로 인한 주문량 폭증은 예견 불가능한 것으로 관리의무를 위반한 증거가 없다"며 "동시접속자 수용능력을 초과하는 사람들이 순간적으로 접속하면서 전산장애가 발생한 것이고 두나무는 비상계엄 발생이나 수용능력을 벗어나 주문량이 폭증하리라 예견할 수 있던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당시 업비트, 빗썸 등 거래소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주문이 폭주하며 전산 장애가 발생했다. 늦은 밤 계엄 소식이 전해지면서 순식간에 비트코인은 1억3500만원에서 8800만원까지 약 35% 급락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이용자들이 매매를 시도했으나 거래소들의 서버 마비로 사실상 거래가 전면 중단됐다.
이에 업비트와 빗썸은 총 35억원을 피해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했다. 업비트는 596명에 대해 총 31억4459만원, 빗썸은 124명에게 총 3억7753만원을 지급했다.
이번 소송은 거래소들의 보상에도 불구하고 보상액이 실제 피해액보다 적다며 소송을 제기한 경우다. 현재 관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업비트에만 들어왔고 빗썸, 코인원 등을 상대로 한 소송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법조계는 이번 판결에서 A씨의 패소 원인으로 피해액 입증이 어렵다는 점도 꼽는다. 매도 주문이 접수됐다면 기록이 남아 피해 입증이 가능한데, 팔려고 했지만 접속이 안돼 못팔았다는 것은 손해액 산정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또 거래소들의 고의·과실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도 들었다. 개별 거래소에서 발생하는 해킹이나 전산 장애에 대한 책임은 따져볼 여지가 있지만 계엄으로 인한 거래 마비 사태는 천재지변 같은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손해배상 청구는 실질적으로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가 관건으로 주문 등 거래소에 로그 기록이 남아 있다면 손해를 주장할 수 있지만 단순히 팔려고 했는데 못 팔았다는 것은 입증이 어렵다"며 "사업자들이 계엄을 예상해 대비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 고의·과실을 묻기 힘들다"고 말했다.
계엄 사태를 계기로 거래소들은 약관과 자율규제로 보상에 대한 책임을 더 구체화했다. 거래소들은 천재지변, 접속 폭등, 디도스 공격 등으로 인한 서버 다운 등 불가항력적인 사유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약관에 명시했다.
거래소 협의체 닥사(DAXA)도 자율규제로 전상장애 보상을 규정하면서도 이용자의 손해액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거나 거래소의 고의·과실이 없을 경우 보상 책임을 면할 수 있도록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