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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주주권]①스튜어드십코드 어디까지 왔나

  • 2018.06.07(목) 07:49

연구용역보고서 스튜어드십 참여 권고
수탁자책임위원회 법상기구화 등 필요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에 공개서한을 발송하고 경영진 면담을 요구하면서 연금의 주주권을 둘러싼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공적연기금이 주주권 행사를 적극 검토하며 다방면에서 사회책임투자 활동을 펼치는 것은 이미 세계적 추세다. 하지만 배당확대 요구와 같은 소극적 주주활동만 해오던 국민연금이 투자기업을 상대로 공개적인 목소리를 낸 것이 처음인 데다 오는 7월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 수탁자 책임 원칙) 도입까지 앞둔 상황이어서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비즈니스워치는 4회에 걸쳐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논의 과정, 향후 예상되는 변화, 전 세계 주요연기금의 활동내용, 세계최대 연금 일본 GPIF의 운용 방식을 분석한다. [편집자]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겪은 미국과 영국에서는 원인분석과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방향은 사뭇 달랐다.

 

미국은 강력한 금융규제법을 만들었다. 오바마정부가 2010년 7월 발표한 도드-프랭크법(Dodd-Frank Rule)이다. 미국 내 은행과 계열사의 투자행태를 규제하고 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영국의 진단은 달랐다. 기관투자자들이 금융회사 이사회와 경영진을 견제하지 못한 책임도 금융위기의 원인이라고 봤다. 데이비드 워커 전 모건스탠리 회장이 작성한 '워커보고서'가 영국 스튜어드십코드의 이론적 토대가 됐다.


워커보고서는 수탁자 의무(Duty of stewardship)를 강조하며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해야한다고 강조했고 영국은 이를 참고해 2010년 가장 먼저 스튜어드십코드를 발표했다.

영국의 스튜어드십코드가 미국의 도드-프랭크법과 다른 점은 강제로 따라야하는 법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 또는 정부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기관이 기본 원칙만 제시하고 따를지 말지는 기관투자자들이 결정하는 방식이다. 


미국의 도드-프랭크법은 정권이 바뀌면서 대폭 변형됐지만, 자율규범인 영국의 스튜어드십코드는 현재 세계적인 흐름으로 확산하고 있다. 영국이 스튜어드십코드를 처음 선보인 후 지금까지 8년간 20개국에서 코드를 도입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신제윤 당시 금융위원장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의사를 밝혔지만 이후 금융당국 수장 교체와 담당기관 변경 등 우여곡절을 겪다가 2016년 12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스튜어드십코드 최종안(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을 공표했다. 이후 현재까지 총 46개 기관투자자가 가입했다.

 

스튜어드십코드가 도입된 지 1년6개월이 흘렀지만 가입자 명단에 국민연금은 없다. 2015년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찬성 논란, 국내 자본시장에서 국민연금의 파급력 등을 감안할 때 국민연금이 앞장서 스튜어드십코드에 가입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연금의 움직임은 신중했다. 

 

국민연금은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인 지난해 4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위한 연구용역 발주에 나섰고, 국민연금을 스튜어드십코드에 가입시킨다는 공약을 내건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발걸음이 빨라졌다.

지난해 말 국민연금이 고려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총 450페이지가 넘는 스튜어드십·책임투자 연구용역 보고서가 마무리되면서 국민연금과 상위기관인 보건복지부의 결단만 남은 상황이다.

 

연구용역 보고서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참여를 적극 권고했다. 보고서는 "국민연금은 초장기 투자자로서 기금운용에 여러 세대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현재의 이익을 추구하는 특정 행위가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정기업 또는 산업의 부적절한 행위, 구조 등이 미래세대에게 부당하게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면 이를 완화·방지하기 위한 국민연금의 노력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은 올 3월 제1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연구 용역 결과가 매우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오는 7월께 스튜어드십코드 심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스튜어드십코드는 법이 아닌 연성규범이기 때문이 국민연금이 코드에 가입하기 위해 국민연금법 등 별도의 법 개정이 필요하진 않다. 다만 스튜어드십코드 가입시 공개해야하는 수탁자책임정책, 이해상충방지정책 등 내부 정책을 자체적으로 마련해야한다.

아울러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책임 있게 이행하고 점검하기 위해 현행 주식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수탁자책임위원회로 확대해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용역 보고서는 "기존의 주식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는 법적근거 없이 단순히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의결로 설치됐지만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에 참여하면 수탁자책임위원회의 역할과 영향이 크게 확대되는 만큼 설치근거를 마련해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현행 국민연금법상 기금운용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어 이 경우 정부가 국민연금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관련 조항을 추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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