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해 국내 비상장 대형 건설사 중 가장 눈에 띄는 실적 성장을 거뒀다. 대대수 건설사들이 주택사업에서 실적 성장을 이끌었음에도 해외 사업 손실에 발목 잡혀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은 달랐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대규모 해외 사업 프로젝트가 본격화됐고, 지난해 신규 분양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실적 성장이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그래픽 = 김용민 기자 |
◇ 현대엔지·롯데건설 소폭 개선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토목건축 시공능력평가 비상장 건설사 상위 5개사(포스코건설·롯데건설·SK건설·현대엔지니어링·한화건설) 중에선 시평 9위인 현대엔지니어링이 가장 나은 실적을 보였다.
이 회사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은 4430억원으로 비상장 상위 건설사 가운데 가장 많았고, 영업이익률 역시 6.03%로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매출액은 7조3485억원으로 전년보다 1조6000억원 이상 증가해 성장 폭이 가장 컸고, 같은 기간 순이익도 소폭 증가한 3292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지난해 해외 대형 프로젝트 공사가 본격화됐고, 아파트 분양 호조가 이어져 매출이 증가했다”며 “저유가로 인한 해외 수주 환경의 불확실성이 심화됐지만 중앙아시아 진출 등 시장 다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20억달러 규모의 우주베키스탄 칸딤 가스전 개발 공사를 시작했고, 마곡13단지 및 힐스테이트 기흥, 힐스테이트 서산 등 아파트 분양도 100% 완료했다.
▲ 그래픽 = 유상연 기자 |
시평 7위인 롯데건설의 경우, 전년보다 매출액은 줄어든 반면 영업이익은 소폭 증가해 영업이익률이 개선됐다. 이 회사의 개별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보다 3200억원(7.2%) 가량 줄어든 4조1282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134억원(9.1%) 증가한 1595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률은 3.86%로 전년대비 약 0.58%포인트 상승했고 순이익도 96억원을 기록해 적자에서 벗어났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원가관리를 통해 원가율이 개선됐고, 주택경기 호조 덕택에 실적이 전년보다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 포스코건설·한화건설 빨간불 지속
반면 시평 4위인 포스코건설은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감소하며 부진했다. 이 회사 지난해 매출액(연결기준)은 8조9653억원으로 전년대비 6% 줄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3% 급감한 2477억원에 그쳤다. 순이익 역시 263억원으로 3분의1토막 났다.
진행 중인 대형 프로젝트가 올해 준공하거나 준공을 앞두고 있어 매출 감소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이익도 줄었다는 게 포스코건설 측 설명이다. 이에 더해 공사 현장에서 추가로 원가가 발생한 점도 이익 감소 요인으로 꼽힌다.
시평 8위인 SK건설은 실적 개선에는 성공했지만 폭은 크지 않다. 특히 2013년 중동 해외플랜트 대규모 손실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 여파로 국내 주택사업부문까지 위축된 상황이어서, 국내 주택경기 호조 덕도 크게 보지 못했다.
이 회사 지난해 매출액(개별기준)은 전년보다 2453억원(2.8%) 증가한 8조7226억원, 영업이익은 340억원(83%) 늘어난 745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 역시 285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영업이익률은 0.85%로 아직 저조한 수준이다.
SK건설은 올해부턴 실적 개선세가 뚜렷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건설 관계자는 “과거 경쟁이 심했던 시기에 수주했던 프로젝트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부담이 완화돼 향후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캐나다 오일샌드와 고성 그린파워 등 양질의 대형 프로젝트 사업이 본격화되면 수익성 개선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평 11위인 한화건설은 적자 폭이 확대됐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등 중동 해외플랜트를 비롯해 국내 주택사업에서 손실이 발생한 탓이다.
이 회사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보다 3445억원 감소한 2조9764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손실은 전년대비 284억원 증가한 4394억원, 순손실 역시 431억원 늘어난 4550억원을 기록했다.
적자 확대는 부실 사업장에서 추후 발생 가능한 손실을 재무제표에 먼저 반영했기 때문이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해외플랜트는 준공까지 예상되는 추정 원가를 선반영한 충당금을 설정하며 대부분 손실처리를 완료, 추가 손실 발생 가능성이 낮다”며 “주택사업 역시 착공 및 미착공 사업장 충당금을 선반영해 불확실성을 해소했다”고 말했다.
한화건설은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에 희망을 걸고 있다. 이 사업은 한화건설이 지난 2012년 80억달러 규모의 사업을 따낸 이후, 지난해 4월에는 21억2000만달러 규모의 신도시 조성사업을 추가로 수주한 바 있다. 현재 공정률은 약 30%가 진행된 상태다.
특히 이라크 정부는 지난 1월 2000억원 가량의 공사비를 지급해 이 사업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회사측은 “이라크 사업에서의 지속적인 이익 창출과 지난해부터 주택 사업의 연이은 분양 성공으로 수익성이 개선돼 올해는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