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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현1구역 정비사업 흥행할까?

  • 2019.06.24(월) 16:05

한남3구역과 함께 비(比)강남 재개발 최대어 주목
GS, 현대, 롯데건설 3파전...7월 중순 시공사 선정 공고
입찰보증금 1300억원, 설명회 50억원 '변수' 지적도

"자연 친화적인 조경 특화 설계에 주안점 두겠다."(GS건설)

"힐스테이트 브랜드 타운을 조성하겠다."(현대건설)

"최고의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롯데건설)

서울 은평구 갈현 제1주택재개발 정비사업지(이하 갈현1구역)를 차지하기 위한 건설사들의 물밑경쟁이 치열하다.

갈현1구역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교통‧인프라 호재가 있는데다 사업 진행 속도가 빠르고 규모가 커 비강남권의 '거물급' 사업장으로 꼽힌다. 이 사업장을 품에 안기 위해 GS건설, 현대건설, 롯데건설은 내달 중순께 있을 시공사 선정 공모에 앞서 수주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조합 이사회에서 입찰 보증금 1300억원, 현장 설명회 예납금 50억원 등 다소 까다로운 입찰 조건을 의결하면서 흥행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 '1조원' 갈현1구역 잡아라

갈현1구역은 지난 2011년 9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2015년 12월 조합이 설립되고 올해 1월 31일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아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대상 지역은 은평구 갈현동 300번지 일대 23만8850.9㎡다. 조합은 이 지역에 지하 6층~지상 22층, 36개 동의 아파트를 지을 계획이다. 규모도 4116가구로 하반기 비강남권에서 나오는 재개발 사업장 중 한남3구역(5816가구) 다음으로 크다.

지난 4월 발표된 ‘2019년 주거종합계획’에 따른 재개발 시 의무 임대주택 비율 상한선(30%까지 확대) 규제도 피했다. 임대 620가구, 일반분양 819가구를 포함한 분양 물량은 3496가구다. 총 사업비만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통호재에 따라 입지 여건도 개선될 전망이다. 이 사업장은 지하철 3, 6호선 연신내역이 도보권인 데다 오는 2023년 GTX-A노선이 개통하면 3개 노선이 지나는 트리플 역세권이 된다. GTX-A 연신내역에서 강남 삼성역까지 예상 소요 시간이 10분대로 은평구의 단점이었던 강남 접근성도 보완된다. 아울러 최근 마포·은평구 수색역 일대 개발사업이 본궤도에 올라 각종 인프라도 확충될 예정이다.

여러모로 시공사들에게 매력적인 조건을 갖춘 단지라는 평이 나온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와 서울시의 규제로 재건축 사업이 꽉 막혀 있기 때문에 서울의 굵직한 재개발 사업장에 더 공을 들이는 분위기"라며 "갈현1구역은 사업 속도나 규모 면에서 두드러지기 때문에 시공사들의 수주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 GS·현대·롯데 "우리회사 전략은…"

갈현1구역 조합이 다음 달 중순께 시공사 선정 공모를 할 예정인 가운데, 수주 분위기도 한껏 달궈지는 분위기다.

현재까지 수주 의사를 밝힌 시공사는 GS건설, 현대건설, 롯데건설 등 3곳이다. 이들은 조합과 소통하며 수주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각 회사는 아직 시공사 선정 공고가 나오지 않은 만큼 개략적인 전략만 공개했다.

GS건설은 지난 2005년 갈현1구역 재개발 사업의 시공사로 선정됐으나, 서울시가 시내 아파트를 대상으로 재건축·재개발 연한을 강화하면서 시공권이 물거품된 바 있다. 재탈환에 도전하는 GS건설은 '조경 특화 설계'를 수주 전략의 한 축으로 삼았다.

GS건설 관계자는 "갈현1구역은 단지 뒤로 앵봉산이 근접해 있고 단지 건너로 북한산이 보이는 산자락에 위치한 단지"라며 "GS건설은 자연친화적인 조경특화설계에 주안점을 두어 조합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미사강변센트럴자이'와 '서울숲리버뷰자이'가 자연환경대상에서 환경부장관상을 받는 등 친환경 조경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4월 분양한 '방배그랑자이'도 우면산과 매봉재산이 단지를 둘러싼 점을 이용해 이들 숲을 단지 내로 연결하는 '천년의 숲'(가칭) 조경시설을 조성한 만큼, 갈현1구역도 입지를 고려한 친환경 설계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건설은 은평구 내 다수의 도시정비 경험을 내세울 전망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갈현1구역이 좋은 현장인 만큼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힐스테이트 단지가 은평구에서 강세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힐스테이트 브랜드 타운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은평구에서 북한산 힐스테이트 1·3·7차, 힐스테이트 녹번, 힐스테이트 녹번역, 백련산 힐스테이트 1∼4차, 박석고개 힐스테이트 1·12단지, 은평뉴타운 현대힐스테이트 13단지 등 10개 이상 도시정비 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2017년엔 대조1구역 주택 재개발 사업도 수주했다.

롯데건설은 공사비를 낮추는 등 조합의 사업조건에 맞추는 모습이다.

갈현1구역 예상 공사비로 롯데건설은 450만원, GS건설 490만원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롯데건설의 공사비 수준이 가장 낮은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은평구 불광4구역에 '불광롯데캐슬'을 공급하는 등 동일 지역 내 재개발 경험도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최고의 사업조건으로 참여해 최고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 까다로운 입찰조건 어쩌나

까다로운 입찰조건은 변수로 떠올랐다.

조합이 지난 20일 개최한 이사회에선 예상공사비를 3.3㎡(1평)당 425만원으로 책정했다. 앞서 서울시가 공사비 예정가격으로 평당 494만원을 통보한 것과 비교하면 공사비 차액이 평당 69만원에 달한다. 이렇게 되면 조합원들의 부담금은 줄어들지만 시공사 입장에선 부담이 높아진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갈현1구역은 언덕빼기(구릉지)가 있어서 재개발 시 토목공사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는 여건이라 서울시에서도 공사비를 500만원 가까이 예상한 걸로 알고 있다"며 "인근 사업장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고, 특화설계 같은 트렌드를 반영하기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은평구 내 재개발 사업지의 공사비는 수색9구역이 평당 451만3000원, 수색13구역이 평당 453만8000원에 책정된 바 있다.

입찰 보증금과 현장 설명회 예납금도 금액 수준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이사회에선 현장 설명회 예납금 50억원을 포함해 입찰 보증금 1300억원이 입찰 조건으로 가결됐다.

입찰 방식도 '컨소시엄 불가'로 정해질 가능성이 높아 건설사 입장에선 다소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건설사들은 입을 모았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사업 설명회는 흥행을 하기 위해 실시하는 건데 현금 50억원을 내야만 설명회를 할 수 있다는 게 의아하다"며 "일반적인 수준의 금액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런 내용이 담긴 시공자 입찰 관련한 사항들은 조만간 대의원회 총회에 상정될 전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의원회 총회에서 해당 내용들이 그대로 가결된다고 하더라도, 갈현1구역에 대한 수주 의지가 꺾이긴 힘들 것이라고 봤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공사비가 낮은 수준이긴 한데 세대수가 많을수록 공통비 등이 들어가기 때문에 평당 가격이 낮아져 무리한 수준은 아니다"며 "입찰보증금이나 예납금도 수주 의지가 확실히 있는 시공사만 들어오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구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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