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건설은 회사 이름이 말해주듯 대전·충청권에 기반을 둔 건설사다. 육군 중령으로 예편한 고(故) 이인구 회장이 1970년 설립한 합자회사 계룡건설이 모태다. 올해 창사 50주년이다.
1978년 주식회사로 전환하며 이름을 계룡건설산업으로 바꿨고, 1996년 기업공개, 2002년 고속도로관리공단(현 케이알산업) 인수를 거쳐 현재 시공능력평가 18위(평가액 1조6814억원)의 건설사로 성장했다. 케이알산업도 시공평가 56위(평가액 5668억원)에 이름 올리고 있다.
주력회사 계룡건설산업이 지배구조상 지주회사 역할을 한다. 사업 초기에는 이인구 회장이 계룡건설산업 외에도 다수 계열사 최대주주 지위를 가지고 있었지만, 2005년 2월 계룡건설산업이 이 회장 개인 지분을 인수하면서 지금의 지배구조 외형을 갖췄다.
토목·건축업을 하는 계룡건설산업 아래로 계룡산업(레미콘·고속도로 휴게소사업), 케이알산업(도로유지보수·휴게소사업), 케이알유통(패션아울렛매장운영), 케이알스포츠(구니CC 퍼블릭골프장 운영) 등 주요 계열사가 자회사로 있다. 따라서 계룡건설산업 지분 승계가 곧 계열 전체 경영권을 승계하는 것과 같다.
주력계열사 계룡건설산업은 지금까지 25년간 주식시장 상장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승계 과정이 비교적 투명하다. 철저한 비상장회사 중심의 '은둔형' 건설사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 8녀1남 중 막내아들에 승계 집중
이인구 회장은 배우자 윤종설 씨와의 사이에 9명(8녀 1남)의 자녀를 뒀는데, 막내이자 외동아들인 이승찬(45) 사장에게 승계 작업을 집중했다.
1999년 말 이인구 회장은 계룡건설산업 지분 27.10%를 보유중이었고, 당시 25살로 회사에 입사하지 않았던 이승찬 사장은 2.41%를 가지고 있었다.
이승찬 사장은 26살이던 2000년부터 회사 지분을 사들이며 승계 작업에 나섰다. 2000년 지분 5.83%(51만9600주)를 매입, 지분율을 8.24%로 늘렸다. 2004년 다시 지분 0.36%(3만2070주)를 추가 매입했고, 2005년과 2006년에도 5.62%(50만2450주)를 더 사들인 결과 지분율은 14.21%로 올라갔다.
이처럼 6년간 지분율을 2.41%에서 14.21%로 늘리는 과정에서 쓴 자금은 총 154억원이며, 이중 130억원을 차입하고 나머지 24억원은 본인 자금을 사용했다. 이 사장이 2002년 3월 계룡건설산업 사내이사로 입사해 상무(2004년)로 승진했던 시기이긴 하나 백억원이 훌쩍 넘는 승계자금을 자체적으로 충당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당시 20대 중후반의 이 사장이 회사 지분을 집중 매입하던 것과 보조를 맞춰 아버지 이인구 회장은 꾸준히 계열사 지분을 매도했다. 따라서 이 회장의 지분매각대금이 아들에게 현금 증여 방식으로 옮겨가 승계자금이 됐을 것이란 추정도 가능하다.
# 부친 지분 절반상속 이후 배당 재개
2017년 5월 이인구 회장이 숙환으로 별세한 이후 이 회장이 보유한 계룡건설 지분 16.71%에 대한 상속이 이뤄졌는데 이승찬 사장이 절반이 넘는 8.65%를 상속하고 나머지는 이 사장 어머니와 8명의 누나들에게 돌아갔다.
이로써 이승찬 사장은 기존 지분 14.21%에 상속 지분 8.65%를 더해 22.86%를 확보, 계룡건설산업 1대주주에 오르면서 지분 승계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 지분율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이 사장의 상속지분은 당시 시가 138억원어치로 상속세가 약 70억원에 달한다. 계룡건설산업은 이 사장이 최대주주에 오른 이듬해인 2018년에 7년만의 현금배당을 재개했고 2019년에도 연속 배당을 실시했다.
물론 7년만의 배당 재개는 이 사장 취임이후 실적 개선의 결과물이다. 계룡건설산업은 2013년과 2014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부실 여파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으나 2015년 흑자 전환했고, 2017년부터 작년까지 3년연속 영업이익 1000억원대를 기록중이다.
다만 배당을 통해 이 사장 개인도 22억원의 배당금을 확보했다. 뿐만 아니라 공시자료가 존재하는 1999년 이후 이 사장이 계룡건설 주주로 있으면서 받아온 배당금 총액은 94억원에 달한다. 이 자금이 상속세 재원은 물론 그 동안의 지분매입 과정에서 일부 실탄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지분상속 비율에서 보듯이 계룡건설 창업주 이인구 회장의 자녀 9명 중 8명의 딸들은 회사 경영권과는 거리가 멀었다. 많게는 21살 차이가 아는 이 사장의 누나들은 합계 9%의 지분을 보유하며 막내 남동생의 경영권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 철저한 장자 승계다.
이인구 회장의 동생이자 이승찬 사장의 삼촌인 이시구 회장은 한때 계룡건설 지분 3.3%를 가지고 있었으나 2014년 전량 처분하며 조카에게 힘을 실어줬다. 대신 이시구 회장은 현재 동성건설 최대주주(56.41%)로 사실상 독립경영 중이다.
동성건설은 2000년대 초반까지 이인구 회장이 최대주주였고, 2005년 이후에는 계룡건설산업 자회사였으나, 2014년 이시구 회장이 계룡건설지분을 처분하는 대신 동성건설 경영권을 갖는 것으로 교통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 장학재단이 경영권 뒷받침.. 3세 승계는 아직
계룡건설 2세 경영자인 이승찬 사장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두산건설에서 직장생활을 한 뒤 2002년 계룡건설산업 이사로 입사했다. 이후 상무(2004년) 전무(2007년) 총괄부사장(2010년)을 거쳐 2014년 공동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현재는 전문경영인 한승구 회장과 함께 각자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계룡산업, 계룡장학재단, 케이알유통, 케이알산업, 케이알스포츠 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이 사장의 보수내역은 공개되지 않는다.
이승찬 사장의 매형 오태식 부사장이 계룡건설산업 관리담당을 맡아 보좌하고 있다. 오 부사장은 계열사 케이알디앤디 대표이사와 계룡산업, 케이알유통 케이알스포츠 감사도 겸직 중이다.
계룡건설 지배구조에서는 공익법인도 한 축을 담당한다. 이 사장은 부친 타계이후 계룡장학재단 이사장직을 물려받았는데 장학재단이 계룡건설 지분 5.6%를 보유하고 있어 지배력을 뒷받침한다.
통상 장학재단이 보유한 계열회사 지분은 창업주 일가의 출연으로 이뤄지는 것과 달리 계룡장학재단은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계룡건설 지분을 직접 매입해왔다. 장학재단은 대전·충남·세종지역 학생들에게 장학금 지원 사업을 하는 곳으로 작년 2억3397만원의 공익목적사업비를 지출했다.
이승찬 사장의 자녀, 즉 창업주 기준 3세들은 아직 주력계열사 계룡건설산업 지분 공개내역이 없으며, 부인 이정림씨가 지분 0.1%를 보유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