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 산하 공공기관에 칼을 빼 들었다. 그간 공공연하게 이어져 온 각종 불공정 행위 등 뿌리 깊은 악습을 뜯어고치겠다고 강조했다.
원 장관은 각 기관에 대한 일제 점검을 시행해 오는 8월 중간 보고 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간 공공 영역이 안주하거나 무분별하게 침해한 민간 영역에 대해서는 민간에 개방해 경쟁 체제를 도입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공공기관 제출 혁신안…문제의식 부족"
원 장관은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산하 공공기관 자체 혁신안'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앞서 원 장관은 지난 23일 28개 산하 공공기관에 고강도 자체 혁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각 기관이 제출한 혁신안에는 정원 동결이나 청산 신축·매입 취소, 비핵심 자산의 매각 및 경상경비 감축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 기관들이 제출한 '혁신방안'은 500여 개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원 장관은 이런 경영효율화 방안 외에 각 기관이 본연의 임무를 공정하게 수행하도록 하는 '근본적인'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무건전성 확보 등에 대해서는 기획재정부가 전체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정책을 추진한다면, 국토부 산하 기관에 대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혁신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설명이다.
원 장관은 "공공기관의 독점적인 지위에서 나오는 각종 불공정, 부도덕한 행위 등 기관의 뿌리 깊은 악습을 개혁하기에는 (혁신안이) 부족하다"며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객관적이고 엄격하게 혁신 과제 하나하나를 되짚어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 장관은 산하 기관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지 못한 사례도 들었다. 예를 들어 LH의 경우 주택 공급을 위해 토지를 매입해놓고 여러 이유로 방치하거나 택지 개발 과정에서 교통 문제 등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는 모습 등을 들었다.
최근 발생한 SRT 탈선 사고와 관련해서도 "코레일과 SR이 제대로 경각심을 갖고 응하지 않았는데, (사고가) 폭염 때문이라고 하는 등 떠넘기려는 모습 등이 비일비재하다"고 꼬집었다.
민간 합동 TF 가동…8월 중 중간보고
국토부는 이를 위해 민관합동 TF를 즉시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TF는 공공기관들이 본연에 업무에 충실한지, 아니면 민간의 영역까지 침해하고 있는지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또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는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부당행위는 없는지와 자회사 재취업 사례 등을 살펴보겠다는 계획이다.
원 장관은 "예를 들어 (특정 기업에) 일감을 몰아주고 재취업을 한다든지 인사청탁을 한다든지 하는 사례 등에 대해서 감찰을 할 계획"이라며 "구조적인 부분에서 이해충돌이나 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한 부분들을 7~8월간 강도 높게 들여다보고, 8월 중 중간보고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 장관은 특히 산하 공공기관 혁신 과정에서 필요한 영역이 있다면 민간에 개방하고 경쟁을 도입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공공기관이) 독점적 지위로 안주하려는 부분에 대해서는 민간에 넘길 건 넘기고 개방해서 경쟁을 도입할 것"이라며 "또 민간이 주도하게 했을 때 새로운 일자리나 공적 기능을 창출할 수 있을 때는 개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