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국내 주택시장에 '예외'는 없었습니다. 한목소리로 주택가격 하락 신호를 보냈습니다.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국 광역시·도 모든 지역에서 하락했고요 전셋값 역시 갈수록 낙폭이 커지고 있습니다.
시장 곳곳에서 찬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미분양 주택은 빠른 속도로 늘고 있고요. 경매 시장조차 얼어붙었습니다. 집주인들은 전셋값 하락으로 이제 '역전세난'을 우려합니다.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으로 침체기에 진입하는 듯한 분위기입니다.
전국 모든 지역 일제히 '집값 하락'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마지막주(29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15% 하락하며 낙폭이 더욱 커졌습니다.
이주에는 전국 17개 광역시도 아파트값이 일제히 하락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전북과 강원 역시 하락세로 돌아선 결과입니다.
수도권의 경우 0.2% 떨어지며 지난 2012년 9월(-0.22%) 이후 약 10년 만에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습니다. 서울도 -0.13%로 낙폭이 확대하면서 3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서울에서는 도봉구(-0.27%)와 노원구(-0.25%), 은평구(-0.23%) 등 외곽 지역의 하락세가 여전히 가팔라지고 있고요. 강남구 역시 전주 -0.04%에서 -0.06%로 낙폭이 커지는 흐름입니다.
부동산원은 "추가 금리 인상과 주택 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로 거래 심리가 위축하고 있다"며 "급매물 위주의 간헐적 거래가 시세로 인식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하락 폭이 확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분양·경매·임대시장 '찬바람'…거래절벽 지속
일반 매매 시장뿐만 아니라 분양과 경매, 임대 시장 등 곳곳에서 침체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부동산 유형을 불문하고 수요자의 심리가 얼어붙은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3만 1284가구로 전월보다 12.1% 증가했습니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지난해 말 1509가구에서 지난달 4528가구로 약 반년 만에 3배 이상 증가했는데요. 집을 팔아야 하는 건설사들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경매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전월 대비 2.9%포인트 하락한 93.7%를 기록했는데요. 지난 2020년 3월(83.3%) 이후 최저치입니다.
임대시장의 분위기도 다르지 않습니다. 올해 8월은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시행 2년을 맞아 전셋값이 급등할 거라는 우려가 많았는데요. 금리 부담 등으로 되레 가격이 뚝뚝 떨어지고 있습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 전국 전세가격은 -0.15% 하락하며 전주(-0.13%)보다 낙폭이 더욱 커졌습니다. 서울 역시 -0.09%로 하락세가 가팔라지는 흐름입니다. 매물만 쌓이면서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역전세난'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관련 기사: [집잇슈]전문가도 화들짝?…'8월 전세대란'의 반전(8월 31일)
이처럼 매매 시장과 전세 시장 모두 얼어붙으면서 거래 절벽이 더욱 짙어지고 있는데요. 당분간 금리 인상이 이어질 전망이어서 거래가 살아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국회에서는 1세대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공제 기준을 올리는 '특별공제 도입'이 불발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 방안을 '부자 감세'라며 강하게 반대한 결과인데요.
이런 분위기 속에서 윤석열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질 전망입니다.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게 되면 시장은 더욱 침체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매수세가 위축한 가운데 종부세와 재건축 등 규제 완화에 대한 정책 결정도 늦어지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7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역대 최저 수준을 보이는 등 매수심리 위축에 따른 거래절벽은 상당 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