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금리 때문에 집값이 오르긴 힘들 텐데 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안 풀어주는지 모르겠어요. 인근 부동산은 모두 전면 휴업상태네요."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5단지 인근 A 중개업소 대표
"집값 상승을 주도하는 반포는 왜 토허제 구역에 포함되지 않는지 이해 안 돼요." 부동산 커뮤니티 댓글
서울시가 전날(5일)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의 토허제를 1년 연장하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이들 지역은 2021년 4월부터 3년째 토허제로 묶였다.
목동신시가지 5단지 인근 A 중개업소 대표는 "토허제를 해제하면 집값이 오를까 봐 연장한 것 같다"면서도 "최근 거래량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아주 미미한 수준인데 거래가 다시 줄어들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기본권 침해…반포·동부이촌동 왜 빠졌나"
서울시는 지난 5일 제5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강남구 압구정 아파트지구 △영등포구 여의도 아파트지구 △양천구 목동택지개발지구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1~4구역) 총 4곳(4.58㎢)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했다. ▶관련기사: '압·여·목·성' 토지거래허가구역 연장…"재산권 침해" 불만(4월6일)
이들 지역은 2021년 4월 처음 토허제 구역으로 지정된 후 3년째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토허제 구역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상가·토지 등을 거래할 때 관할 구청장의 허가가 필요하다.
토허제 구역으로 지정되는 경우 매도자는 2년간 실거주해야 하고 임대를 놓거나 전세를 끼고 집을 매수하는 '갭투자'도 불가능하다. 토허제 구역으로 묶이면 부동산 거래가 감소하는 이유다.
목동신시가지 3단지 인근 B 중개업소 대표는 "토허제로 묶이면서 매도자도 매수자도 모두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도자가 집을 팔아야 하는 개인적인 이유가 있어도 먼저 세입자를 내보내야 하고, 사겠다는 사람도 나타나야 하는 등 번거롭다"며 "매수자는 전세를 끼고 매입이 불가능해 부담"이라고 말했다.
여의도 삼익아파트 인근 C 중개업소 대표도 "투자 수요를 막겠다며 토허제를 연장했지만 실거주 목적으로 이사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며 "계약갱신청구권 제도 때문에 세입자를 내보내려면 6개월 전 고지하고 세입자에게 돌려줄 전세금도 따로 마련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도 서울시의 토허제 연장 결정에 대해 불만이 쏟아졌다. 한 누리꾼은 "토허제는 재산권과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며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제도인 만큼 해제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댓글을 남겼다.
토허제 구역에 포함되지 않은 반포·동부이촌동 등에 대해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다른 누리꾼은 "현재 강남구가 토허제에 묶이면서 그 후광을 반포가 받고 있다"며 "집값 상승을 주도하는 반포는 왜 토허제 구역에 포함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적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도 "서울시에서 집값 안정을 위해 토허제를 연장한다고 밝혔지만, 정작 부동산 가격이 비싼 반포·송파(잠실 제외)·동부이촌동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매제한 등의 경우에도 장기보유나 생업·질병 치료·결혼 등의 예외 사항을 인정하는데, 토지를 대상으로 예외 없이 규제하는 건 반시장적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거래량↑·낙폭↓…토허제 연장, 예견된 일"
일각에 토허제 연장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최근 정부가 잇따라 규제를 해제하면서 거래량이 증가하고 집값 하락 폭이 축소하면서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이미 규제가 충분히 완화돼 집값 하락 폭이 줄어든 상황에서 토허제를 해제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며 "6월 토허제 만료 예정인 잠실·삼성·대치동도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울 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58건으로 2022년 한 해 중 가장 적었다. 이후 꾸준히 증가하면서 지난 2월(2460건)과 3월(2100건)에는 지난 10월 거래량보다 4배가량 증가했다.
집값 하락 폭도 축소했다. 한국부동산원 월간 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주택 가격 하락 폭이 -1.96%로 집계됐다. 이후 지난 1월(-1.25%)과 2월(-0.80%) 연달아 낙폭이 줄어들었다.
목동신시가지 3단지 인근 D 중개업소 대표는 "1~2월엔 토허제 해제를 예상했지만 최근에는 기대를 접은 상태였다"며 "목동은 최근 재건축 이슈 때문에 거래 가격이 1억~2억원가량 올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 원하는 방향은 거래량 회복일 뿐, 집값 상승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토허제는 부동산 거래를 금지하는 게 목적이 아니다"며 "거주 목적의 실수요자가 거래할 수 있도록 한 것"이고 말했다. 이어 "서울에서 고층 재건축 허가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투자수요를 막기 위해선 토허제 연장이 필요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