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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잇슈]할인 분양, 사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 2023.11.01(수) 09:18

청약불패? 일각에선 할인분양 재등장
최대 8000만원 할인에 입주자 갈등도
혼란의 분양시장…할인받아 사?말아?

'온탕과 냉탕'

최근 분양 시장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이렇다. 한쪽에선 세자릿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는가 하면 또다른 쪽에선 미분양을 털기 위한 '할인 분양'이 재등장하고 있다. 

수요자들의 셈법 계산도 복잡해졌다. '할인 분양=안 팔리는 아파트'라는 낙인 효과 등을 우려해 발을 빼는가 하면, 이를 기회 삼아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내 집 마련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청약불패 속 할인분양…왜?

최근 서울 등 수도권 주요 지역이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선 미분양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9월 서울의 청약 1순위 평균 경쟁률은 66.3대 1을 기록했다. 이는 2000년 이래로 청약 시장이 과열됐던 2021년 (162.9대 1) 이후 두 번째로 높다. 입주 물량 감소로 신축 아파트 희소성이 높아진 영향이다.

그러나 서울에서도 분양가가 높거나 입지적 강점이 떨어지는 곳은 미분양이 발생하고 있다. 

동작구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 구로구 '호반써밋개봉'이 대표적이다. 이들 단지는 1순위 마감을 하긴 했지만 대거 미계약이 나왔다. 

비서울권에선 '할인 분양'까지 재등장하면서 수분양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관련기사:[알쓸부잡]아파트 할인 분양 급증…먼저 산 사람은요?(2022년12월26일)

할인 분양은 미분양이 발생한 아파트가 최초 분양가보다 가격을 내리거나 발코니 확장비용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최근 전남 광양의 한 신축 아파트는 애초 분양가보다 최대 8000만원까지 할인 분양하자 기존 입주자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논란을 빚었다. 

1114가구 규모의 이 아파트는 올해 1월 입주했으나 미분양 및 계약 해지 190여 가구가 할인 분양으로 시장에 나왔다. 2020년 최초 분양 가격은 전용면적 84㎡ 2억9100만~3억2700만원이다. 

이 아파트는 당시 광양시 공급 과잉 등의 여파로 완판에 실패했고, 최근 잔여분 해소를 위해 분양가 할인, 발코니 확장 무상 제공 등에 나섰다. 

그러자 입주민들은 비생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이에 반발하며 할인받아 분양 받은 사람에겐 이사 시 엘리베이터 사용료 500만원, 주차 요금 50배 등을 요구했다.  

입주민 입장에선 아파트를 제 값 주고 산 것도 억울한데 할인 분양이 이뤄지면 그만큼 시세가 떨어져 재산상의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분양이 안 되는 지역에선 시행사·시공사 등 공급 주체들이 대출 금리 등 금융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져 '털어내기식'으로 할인하는 사례가 눈에 띄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이달 발표한 '제81차 미분양관리지역' 선정 현황을 보면 미분양관리지역은 전국 9곳으로 전월(11곳) 대비 2곳 감소한 가운데 전남 광양시는 유지됐다.  

전국 미분양 아파트 추이./그래픽=비즈워치

미분양이 기회? "글쎄.."

'할인 분양' 바람은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적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줄고 있긴 하지만 '악성 후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은 크게 해소되지 않아서다. 

국토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아파트는 올해 2월만 해도 7만5438가구에 달했다가 서서히 감소하면서 9월엔 5만9806가구까지 떨어졌다. 7개월 연속 감소세다. 

앞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미분양 물량의 위험선을 '6만2000가구'라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6만8000가구를 넘어섰다가 올해 8월에서야 6만1811가구로 위험선 이내로 진입했다.

그러나 여전히 안정권으로 보긴 힘든 수치다. 지난해 9월만 해도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4만1604가구에 그쳤다. 

특히 지방의 경우 계속 먹구름이다. 8월 기준 강원, 전남, 제주는 미분양이 가장 많았던 2월에 비해서도 미분양이 늘었다. 

전국 악성 미분양은 오히려 전월 대비 증가했다. 9월 준공 후 미분양은 9513가구로 전월보다 1.3% 증가했다. 전년 동월(7189가구)에 비하면 32.3% 늘었다. 

서울에서도 집을 다 지어놓고 팔리지 않은 일부 아파트의 경우 수천만원의 할인 분양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시장에선 미분양 주택의 할인 분양을 기회 삼아 내 집 마련 하려는 수요자들의 셈법 계산이 한창이다. 인건비, 자재비 등의 인상으로 분양가가 치솟고 있는 상황인 만큼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을 때 움직이려는 것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지금 부동산 시장은 무조건 싸게 사는 게 중요한 시기"라며 "건축비 상승 등으로 분양가 인상이 갈수록 불가피해지기 때문에 할인 분양하는 아파트를 사면 이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할인 분양 아파트는 '낙인 효과'가 있어 시세 반등이 쉽지 않은 만큼 신중히 구매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분양가, 공급량 등 할인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며 "더군다나 요즘 청약 시장을 보면 서울이나 수도권 주요 지역만 상대적으로 분위기가 괜찮을 뿐 전반적인 회복장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실거주할 계획이 아니라면 분양가나 청약 시장의 분위기를 지켜보다가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들어가는 걸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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