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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역 뒤 숨은 판자촌에 20층 아파트 "하반기 사전예약"

  • 2024.04.02(화) 10:23

2010년부터 개발 가시밭길 걷던 성뒤마을
1600가구 '정원도시'로 조성…2028년 입주 목표
철거 앞둔 백사마을…보상 돌입한 구룡마을

서울 서초구의 판자촌 '성뒤마을'. '방배래미안타워'와 남부순환로를 사이에 두고 남쪽 맞은편에 있고 교통 요지 사당역을 걸어서 닿을 수 있는 입지지만 이 길을 지나는 사람들도 존재를 잘 알지 못하는 외진 곳이다. 우면산 북측 자락의 이 마을은 2011년 폭우로 인한 산사태에 주민 인명 피해가 나기도 했다. 이곳이 최고 20층, 1600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로 재탄생한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이 마을 부지에 2028년 고품질 '백년주택' 단지를 완성하기로 하고 이르면 올해 하반기 사전예약을 실시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과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도 정비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각각 3000가구 규모의 주택 공급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서초 성뒤마을 공공주택지구 지구계획 변경안 대상지 /그래픽=비즈워치

숨어있던 판자촌, 1600가구 정원도시로

서울시는 지난달 28일 제2차 공공주택통합심의위원회를 열고 '서초 성뒤마을 공공주택지구 지구계획 변경안'을 조건부 가결했다고 밝혔다. 서초구 방배3동 584 일원의 성뒤마을은 1960~70년대 강남 개발로 생긴 이주민이 정착한 곳으로 수십년에 걸친 난개발 탓에 경관 훼손, 화재, 산사태 등 위험에 노출돼 왔다.

지난 2010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초구는 이곳에 외국인 전용 거주단지인 '글로벌타운'을 지으려 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시 반대로 무산됐다. 자연녹지지역인 성뒤마을을 1종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해야 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2017년 SH를 사업자로 한 공영개발 계획을 발표하고 이곳을 공공주택지구로 지정·고시했다. 2019년 승인한 지구계획에선 용적률 160%, 최고 7층, 813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자연녹지지역은 2·3종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된다.

이번 지구계획 변경안에는 용도지역 상향 없이 용적률 200%, 최고 20층, 1600가구의 '정원도시'를 조성하는 내용이 담겼다. 공공주택단지 A1블록엔 임대 590가구, 분양 310가구 등 900가구를 짓고 700가구가 들어설 민간주택단지는 매각하기로 했다.

하반기 사전예약 예상…2028년말 입주 목표

SH는 A1블록에 대한 건축 설계공모를 오는 3일부터 실시해 사업 속도를 낸다. 설계공모지침서에 따르면 사업지의 예정 공사비는 2245억원 수준이다. SH는 올해 12월 통합심의, 내년 2월 사업계획승인을 거쳐 같은 해 10월 공사를 발주하는 게 목표다. 착공은 내년 12월, 준공은 3년 뒤인 2028년 12월로 계획했다.

본청약에 앞서 진행하는 사전예약은 이르면 올해 하반기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후분양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SH는 사전청약이 아닌 사전예약이라는 용어를 쓴다.

김헌동 SH 사장은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성뒤마을은 인허가 절차가 남았다"며 "보상이 거의 완료돼 내년(2024년) 상반기 분양하는 게 목표"라고 발언했다. 이후 SH 측은 인허가 지연으로 사전예약이 다소 밀렸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마곡·성뒤마을 등 서울 뉴:홈 사전청약 어떤데!(2023년9월22일)

SH 건축설계부 관계자는 "지난해 서울시에 변경신청한 지구계획이 조건부 가결됐다"며 "지구계획 변경안이 승인되면 사전예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SH 도시개발계획부 관계자는 "지구계획 변경이 이르면 5~6월 최종 고시될 것으로 보여 사전예약을 상반기에 하긴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시 공공주택과 관계자는 "사전예약은 사업계획승인에 앞서 올해 하반기 실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민간주택단지 매각의 경우 SH가 현재 진행 중인 토지보상 절차를 마치고 이주·철거가 이뤄져야 가능해 사전예약보단 분양이 더 늦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SH는 원가를 공개하는 만큼 합리적인 분양가로 주거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원조 부촌인 방배동에 유의미한 규모의 공급이 이뤄지면 다른 재개발 지역에도 긍정적인 신호를 줄 것"이라고 봤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노원·개포 판자촌도 아파트 단지로

서울에 몇 남지 않은 판자촌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과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도 새옷을 입는 중이다. 백사마을은 불암산자락에 위치한 서울 마지막 달동네로 불린다. 구룡마을 역시 구룡산과 대모산 기슭에 형성됐던 판자촌이다. ▷관련기사: '서울 마지막 달동네' 백사마을, 20층 아파트 단지로 바뀐다(3월18일)

백사마을은 지난달 노원구로부터 주택재개발사업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았다. 2009년 구역지정 이후 15년 만에 9부 능선을 넘은 것이다. 이곳은 최고 20층, 1953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는 공동주택구역(A1)과 저층 임대주택 484가구를 짓는 주거지 보전구역(A2)으로 계획됐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백사마을 주민대표회의가 전체회의를 통해 주거지 보전구역을 전면 백지화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정비계획 변경이 추진될 전망이다. 변경안은 분양주택 2500가구(일반분양 1200가구), 임대주택 500가구의 공급계획을 담고 있다. 백사마을은 연내 이주를 마치고 철거에 돌입할 예정이다.

서울시 주거환경개선과 관계자는 "토지 등 소유자 의견에 따라 사업시행자인 SH가 정비계획 변경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업성 확보를 위해 정비계획을 변경하는 건 재개발 과정에서 수 차례 이뤄지는 일"이라며 "백사마을은 비교적 주민 단합이 잘 되고 결속력이 있어서 사업 진행 속도에 있어 상당히 긍정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구룡마을 역시 이달부터 토지보상을 시작하며 개발을 본격화한다. 서울시와 SH는 최근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부지에 대한 감정평가가 적정하다는 결과를 받아 보상계획 수립에 나섰다. 서울시는 이곳에 아파트 2838가구(임대 1107가구, 분양 1731가구)를 개발할 계획이었으나 3600가구를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H 도시개발계획부 관계자는 "보상을 연내 마무리하고 이주 및 철거, 택지조성공사에 착공할 예정"이라며 "이후 주택건설사업 승인을 받은 뒤 자체 건설분은 착공하고 민간부지는 매각할 계획이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일정이 밀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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