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부터 임금피크제 연봉의 40%를 지급하고, 75세에 가까워지면 20%를 받게 하면 어떨까. 75세 이전까지를 사회적으로 완충역할을 하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말이 또 화제다. 최근 제19대 대한노인회장에 오른 이 회장이 점점 빨리 다가오는 '고령화 시대' 해법을 제시하며 눈길을 끈 것이다. 올해 초에도 직원들에게 아이 1명당 1억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해 화제가 된 그다.
이 회장은 지난 21일 대한노인회장 취임식에서 "고령화가 지속되면 현재 1000만명인 노인 인구가 2050년에는 20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40%에 달한다"며 "노인 복지에 치중하면 생산인구가 부족할 것이라는 염려에서 현재 65세인 노인 연령을 매년 70~75세로 상향 조정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년 연장과 같은 제도를 도입하면 신규 노인 진입자가 기본 수당을 받으면서 경제활동에 참여해 당당한 노인으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노인 부양을 비롯한 초고령화 사회의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고령화와 평균 수명 연장 등으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지급 시점을 늦추자는 의견이 나오는 상황에서 노인을 대표하는 자격으로 이 문제를 거론한 것이다. ▷관련기사: 이중근 신임 노인회장 "법적 노인 연령 75세로 높여야"(10월21일)
정부도 화답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 발언 이튿날 "여성과 노인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데 굉장히 중요하다"며 "(노인 연령 기준 상향을) 중요한 문제로 보고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이 회장의 제안에 대해 "함께 고민하며 해법을 모색해 나갈 순서"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법적 노인 연령 상향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 공식적으로는 2012년 9월 정부가 발표한 중장기전략 중간보고서에 고령자 기준을 70세나 75세로 상향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기도 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는 1000만62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주민등록인구(5126만9012명)의 19.51%로,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인 셈이다.
한편 이 회장은 재가(在家) 임종 제도 추진 등 노인 권익 신장을 위한 4가지 방안도 제시했다. 재가 임종 제도는 노인들이 요양원이 아닌 집에서 임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 회장은 “현재 요양원에서 쓸쓸히 임종을 맞이하는 분이 많다”며 “요양원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처럼 재가 간병인 예산을 만들어 노인들이 집에서 사랑하는 가족들의 손을 잡고 임종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노인 돌봄을 위한 외국인 간호조무사의 국내 취업 허용 등도 제안했다.
올해 초 이 회장은 출산한 임직원 66명의 자녀 70명에게 1인당 1억원(다둥이 2억원, 연년생 2억원)씩 총 70억원의 출산장려금 지급을 결정해 화제가 됐다. 당시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은 전액 비과세해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라"는 방침을 곧바로 내놨다.
이렇게 시작된 '부영효과'는 다른 기업들로 확산했다. 사회적 관심을 유발하고 국민들의 공감대 형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 때문에 부영은 지난 7월 인구의 날 기념행사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6월에는 고향을 지켜줘서 고맙다며 고향 마을 주민을 비롯해 친인척, 초·중·고 동창, 군 동기 및 전우들에게 최대 1억원, 총 2650억원을 개인 기부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