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가 일부 폐기물처리 사업체의 지분 매각을 검토 중이라고 해요. 지난 몇 년간 적극적으로 친환경 관련 사업체를 인수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에 속도를 내다가 제동을 건 건데요. 쓰레기 속에서 금을 찾아 나섰다가 포기한 셈이랄까요? 옛 SK건설에서 이름을 바꿀 때 '에코'까지 붙였는데 말이죠.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020년부터 친환경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볼트온(Bolt-On)' 전략을 내세웠어요. 볼트온은 유사 업체나 연관 업종의 기업을 추가로 인수하는 방식이래요. 외형 성장과 함께 사업체 간 협력 효과 등을 노릴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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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코플랜트가 볼트온 전략을 수행하며 친환경 관련 사업체 인수에 쓴 자금만 4조원에 달했어요. 사들인 환경업 관련 사업체는 폐기물처리기업 EMC홀딩스(현 리뉴어스)와 싱가포르 폐배터리 및 전기·전자 폐기물 처리업체 테스(현 SK테스)를 포함해 △도시환경 △이메디원 △그린환경기술 △제이에이그린 △새한환경 등이에요.
SK에코플랜트는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면서 '친환경'으로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했어요.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건설사의 색채를 옅게 한 것도 이 때문이에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환경에너지 기업으로의 입지를 강화했죠. 하지만 대가가 만만치 않았어요. SK에코플랜트의 연결 기준 순차입금은 2020년말에 1조1000억원이었으나 지난해 9월말에는 5조1000억원으로 늘었어요.
차입금이 늘면서 금융비용 부담도 커졌어요. 지난해 3분기말 연결기준 누적 금융비용은 4206억원으로 전년 동기(3664억원) 대비 14.8% 증가했어요.
SK에코플랜트의 지난해 9월말 기준 이자보상배율은 0.4배에 그쳤어요.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이자부담능력을 판단하는 지표에요. 1배를 넘으면 회사가 이자비용을 부담하고도 수익이 난다는 의미고, 1배 미만이라면 영엽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만으로는 금융비용을 대기도 벅차단 의미에요.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8일 SK에코플랜트 관련 보고서에서 "친환경·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는 건설경기 등락에 따른 실적변동성을 완화시켜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피인수업체들의 이익창출력 등을 감안했을 때 단기간 영업현금흐름에 기반한 차입부담 축소여력은 크지 않을 전망"이라고 내다봤어요.
재무안정성 유지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자본확충 및 자산매각 등을 통한 현금 유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에요.
결국 SK에코플랜트는 수처리 및 폐기물처리업을 영위하고 있는 리뉴어스와 폐기물 소각 및 매립 자회사 8곳을 통합한 리뉴원 지분 매각에 대해 고려하고 있어요. 재무건전성 악화가 기업 가치를 낮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에요. 특히 리뉴원은 지난해 3분기말 누적 순손실이 116억원이죠.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사모펀드에게 일부 친환경 사업 매각 관련 제안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결정된 건 없다"고 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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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코플랜트는 대신 반도체 종합 서비스에 주력할 방침이에요.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말 하이테크 사업 조직을 신설했어요. 그해 SK그룹 내 반도체 가공·유통업체 에센코어와 산업용 가스회사인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자회사로 편입한 것에 맞춘 행보예요. 특히 기존에 인수한 폐배터리 재활용 전문 자회사 SK테스와의 협력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요. ▷관련기사: '반도체 맞춰 전열정비' SK에코플랜트 조직개편(2024년 10월17일)
환경 사업 일부를 정리하거나 지분 매각을 검토하는 건 SK에코플랜트만이 아니에요. GS건설도 수처리 자회사 GS이니마의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어요. GS이니마는 지난해 3분기말 기준 매출액 4023억원, 순이익 380억원의 소위 알짜회사로 평가받아요.
하지만 GS건설도 차입금이 늘어나고 있어 재무안정성 유지를 위해서는 현금 확보가 필요해요. GS건설의 리스부채를 제외한 차입금은 2021년말 3조3650억원이었으나 지난해말에는 5조6303억원까지 늘었어요.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211.6%에서 249.9%로 높아졌고요.
GS건설은 GS이니마를 매각했을 때 발생할 매출 공백은 원전을 포함한 에너지 사업과 모듈러 사업 등에 집중해서 메꿀 전망이라고 해요. 역시 친환경에서는 살짝 멀어지는 방향이죠.
'그린 디벨로퍼'를 자처한 한화 건설부문의 경우 친환경 사업의 한 축이었던 풍력사업을 한화오션에 1881억원을 받고 넘겼어요. 대신 수처리 분야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에요.
수처리 분야는 한화 건설부문이 강점을 가진 영역이에요. 대전하수처리장 현대화 사업과 천안하수처리장 현대화 사업 등을 진행 중이에요. 평탱 통복 공공하수처리장 현대화 사업도 이달에 착공 예정이에요. 올해는 대전 간이하수처리 건설사업 수주를 노리고 있어요.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신사업을 늘린 건설사들이 장기간의 건설경기 불황에 대응하기 위해 이제는 외연 확장을 최소화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친환경에 초점을 맞춰 광범위하게 사업영역을 넓히기보다는 원전을 포함한 저탄소 관련 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 확대가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