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2016년 10월 12일 세무회계 특화 신문 택스워치 창간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미분양 아파트를 구입한 분양자에게 건설회사가 지급한 지원금, 철강회사에서 제품을 싸게 공급받는 대신 부도난 철강회사 거래업체의 채무를 대위변제한 금액, 의류회사에서 일부 대리점에 지급한 임차료 지원금, 용역회사의 직원에게 지급한 격려금. 이것들은 모두 대법원이나 조세심판원에서 세무상 손금산입을 제한받는 접대비의 일종으로 인정한 항목들이다.
접대비는 세법상 매출액의 0.03~0.2%의 비율까지로 손금산입이 제한되고 지출증빙을 요구하는 등 강한 규제를 받는 항목인데, 접대비처럼 사회에서 통상적으로 이해되는 관념과 실제 운용되는 범위가 다른 것도 많지 않다. 통상적으로 이해되는 접대비는 기업이 무언가 사업상 필요에 따라 사업 관계자들에게 향응, 선물 등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 것이다.
접대비 손금산입을 규제하는 정책 목적도 이러한 향응이나 선물 제공이 청렴하고 깨끗한 사회 달성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으로 보고 이를 규제하려는 것에 있다. 불건전한 접대나 유흥 등 과도한 소비성 지출을 방지하여 기업의 자본축적을 유도하고 경영활동을 지원하고자 하는 것이다.
접대의 성격상 접대하는 측도 일정 부분 사적 편익을 취할 수 있다는 것도 접대비 규제의 한 이유다. 골프접대의 경우 접대를 하는 사람도 골프장 이용의 효익을 누린다는 것을 생각하면 쉽다. 사적편익이 포함될 수 있는 성격상 쉽게 남용되고 과도할 수 있으므로 사회 일반에서 이해되는 접대비에 대하여 조세제도상 그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되고 합리적이다.
그러나 실제 세무상 접대비는 그 범위가 훨씬 넓다. 세무상 접대비는 유흥업소, 고급음식점, 골프장 지출뿐 아니라, 고객에 대한 사은품 제공, 회의시 제공되는 다과나 음식물, 심지어 채무인수와 같은 경영행위도 포함할 수 있다. 그리 비싸지 않은 통상적인 도서 제공과 공연 관람도 문화접대비로 규제되고 있다. 물론 고가의 서화, 값비싼음식 등은 규제될 필요가 있겠지만, 현재의 과세실무는 가격이 높지 않다고 하여 접대비의 범위에서 제외하지는 않는다. 말하자면 현재의 세무상 접대비에는 진정(眞正)한 접대비와 부진정(不眞正)한 접대비가 혼재되어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범위의 혼란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세무상 비용이란 통상적이고 수익과 관련되면 손금으로 인정되는데, 지나치게 넓은 범위의 접대비는 이러한 손금산입의 범위를 축소시키고 기업의 본질적인 영업활동을 방해할 수 있다. 앞의 예에서와 같이 거래기업이 물품을 싸게 공급하는 대신 부도기업의 채무를 대신 인수해 주는 것과 같은 경영상 필요까지 접대비에 포함한다면 앞으로 기업의 영업상 정당한 채무인수를 방해할 것이다.
용역회사 직원에게 명절을 맞이해 지급한 격려금을 접대비라고 한다면 그 기업이 앞으로 격려금을 계속 지급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혹시 우리는 지나친 완벽주의에 기반하여 우리 사회를 평가하고 접대비의 범위를 정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
과도한 접대, 룸살롱으로 대표되는 유흥문화나 이를 기반으로 하는 부정청탁은 분명 바로잡아야 할 사회문제다. 최근 시행된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 관한법률(김영란법)'도 이런 취지에서 강한 법적인 규제가 도입된 것이다. 그러나 '캔커피', '노인회 지원' 등의 논란에서 보는 것처럼 규제의 필요성과 완벽성이 지나치게 강조된 나머지 하지 않아도 될 과도한 규제를 유발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도 있다.
'김영란법'이나 '접대비 규제'나 모두 지나친 완벽주의에 사로잡혀 필요 이상으로 사회를 규제한다는 면에서 닮아있다. 지나친 것은 부족한 것보다 못하다는 것을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한다. 이들 규제 체계가 지나친 완벽주의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수준에서 안정화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