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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톡톡]주당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절주 사연

  • 2014.05.02(금) 14:00

‘못 마셔’에서 ‘안 마셔’에 이르기까지 박 회장의 술에 얽힌 사연

 

▲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소싯적 박용만(59) 두산그룹 회장은 술을 거의 마시지 못했다.

 

대학 졸업 때까지만 해도 맥주 서너 모금 이상 마시기 힘들었다. 온몸이 빨갛게 달아올라 인간 홍당무가 되었기 때문이다.

 

박용만 회장이 술을 제대로 마시기 시작한 것은 직장생활을 시작한 뒤부터다. 술자리에 어울리지 못하면 사회생활을 포기해야 한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그 후로 박 회장은 주량을 늘렸다. 나중에는 술이 좋아 찾아 마시기까지 했다. 재계에서 ‘주당(酒黨)’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주변에서 건강을 생각해 술을 줄이라는 이야기도 수없이 들었다. 그러나 박 회장의 술을 향한 사랑은 멈추지 않았다. 갖은 핑계를 대며 술자리를 찾았다.


그랬던 그가 갑자기 절주를 결심했다. 사연은 이렇다.(서울주보 1931호 ‘하느님의 메시지’)

 

박 회장이 몇 해 전 일본에서 온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부산으로 간 날이었다. 마침 이 날 월드컵 경기가 있었다. 박 회장은 손님을 모시고 술집으로 들어가 대형 텔레비전 앞에 앉아 기분 좋게 취해 경기를 응원했다.


그러다 화장실에 간 박 회장은 우연히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는다. 두 남자는 박 회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이! 거 우리옆 테이블 글마 봤나?” “누구?” “자세히 보이께네, 그 두산 회장 박용만인가 그 친구인갑다.” “어! 그래? 확실해?” “맞다. 틀림없다. 우와 근데 글마 첨부터 끝까지 폭탄주로만 마시삐네. 한 술하는갑다. 술 억수로 잘 마시삐네.” “뭐 글카다 고마 하느님이 얼른 데려가시겠지.”


더 듣고 있기가 민망한 박 회장은 “제가 박용만입니다. 고마운 말씀 잘 들었습니다. 술 좀 줄여야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자리로 돌아왔다.
정말이지 큰일 나지 싶었다. “하느님이 얼른 데려가시겠지.”라는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박 회장은 그 후로 술을 줄여 거의 마시지 않게 되었다. 회사에서도 음주 민주주의를 회식자리의 기본 원칙으로 삼았다. 술을 권하지 않고 직원들에게 과음하지 않도록 했다.


박 회장은 “대부분 건강으로 직접 혼이 나고 정신을 차리는데, 저에게는 구수한 남도 사투리를 하는 두 분의 입을 빌려 하느님께서 메시지를 주셨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소회를 밝혔다.

 

▲ 서울주보 1931호에 실린 박 회장의 절주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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