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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톡톡]‘아이스하키 큰형님’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 2014.09.09(화) 09:00

비인기스포츠 아이스하키 20년째 ‘듬뿍’ 후원
정 회장 “아이스하키에서 도전 정신 배운다”

 

“뿌우~.”


경기 종료를 알리는 나팔 소리가 스포르트 아레나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의 두 뺨에 굵은 눈물 방울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


지난해 4월22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2013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대회 경기장. 이날 우리나라 아이스하키 대표 팀은 영국에 시원한 역전승(4-1)을 거뒀다. 초조함에 앉지도 못하고 벤치에 서서 경기를 응원한 정 회장은 선수들이 몸싸움을 하거나 스틱으로 퍽을 칠 때마다 일희일비했다.

 

▲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아이스하키 선수들에게 그는 ‘큰형님’으로 통한다. 때때로 선수들은 사석에서 ‘큰형님’께 자신의 여자 친구를 소개하기도 한다. 정 회장은 선수들과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나눈다. 내년에 환갑을 맞는 그가 빙판 위의 파릇파릇한 청춘들과 마음의 벽을 허물기 위해 선택한 소통수단이다. 주변에서 “선수들을 자식처럼 대한다”고 말할 정도로 정 회장은 선수들을 끔찍이 아낀다.


아이스하키는 빙상 위의 뜨거운 스포츠다. 얼음판에서 스틱을 휘둘러 퍽을 상대방 골대에 넣는 과정에서 선수들은 거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래서 ‘마초 스포츠’라는 별칭도 붙었다.


정 회장의 아이스하키 사랑은 1994년 아이스하키 팀(만도위니아)을 창단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룹 계열사 만도기계 사장으로 재직하던 정 회장은 회사의 주력 제품인 에어컨을 홍보하기 위해 팀을 만들었다.

 

‘아이스하키’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지만 회사 이미지와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일단 방향이 정해지자 정 회장은 “1년에 수십 억 원의 운영비가 든다” “인기 없는 종목을 왜 후원하느냐”는 등 안팎의 반대를 무릅쓰고 밀어붙였다.

 

외환위기로 한라그룹이 부도를 내면서 만도기계가 다른 회사에 팔려가자(99년 만도기계의 가전부문만 CVC캐피털 컨소시엄에 매각됐다) ‘팀 해체설’이 불거져 나왔다. 가뜩이나 회사도 어려운데 ‘돈 먹는 하마’부터 없애자는 거였다.

 

▲ 아이스하키팀 한라위니아의 로고.

팀 해체가 구체화되던 1998년,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아이스하키 팀이 결정적인 한 방을 날렸다. 창단 후 처음으로 우승을 일궈낸 것. 한라위니아 우승 소식은, 회사 걱정에 한시도 편할 날 없던 정 회장에게 큰 용기를 줬다. 정 회장은 “별 것 아닐 수도 있지만 어려웠던 시절에 정말 큰 위안이 됐다”며 “아이스하키를 통해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도전 정신을 배웠다”고 회상했다.


그룹이 공중 분해 위기에 처하자 직원들도 ‘아이스하키 팀’ 선수들처럼 똘똘 뭉쳤다. 노조가 주도해 직원 1006명 중 302명을 구조조정했다. 남은 직원도 연·월차 수당을 반납하고 임금을 동결했다. 직원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정 회장은 “직원들이 한 마음 한 몸이 되면서 한라그룹이 재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룹에 닥친 혹독한 위기를 이겨내며 정 회장은 직원들은 물론 아이스하키 선수 누구도 포기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2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정 회장의 아이스하키 사랑은 여전히 뜨겁다. 지난해 1월 제22대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에 취임한 후에는 사재 20억 원을 협회에 출연했다. 열악한 아이스하키 시설을 바꾸고 선수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정 회장은 오랫동안 아이스하키 경기를 지켜보며 경영을 배웠다고 말한다. 팀의 약점을 파악하고 극복하려는 노력이 기업 경영과 연결된다고 믿는다. 그는 “한국 선수들이 기술은 좋지만 몸싸움으로 외국 선수들을 이기기는 힘들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지구력과 스피드다”라며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다. 약점 없는 기업이 없다. 이를 어떻게 보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 정몽원 회장은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고를 거쳐 고려대 경영학과에서 공부했다. 남가주대(USC) 경영학 석사를 딴 후 지난 1978년 한라해운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1985년 만도기계 전무, 1986년 한라공조 대표이사 사장, 1991년 한라건설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1997년부터 한라그룹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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