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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톡톡]강신호 동아쏘시오 회장 '작명(作名)의 달인'

  • 2015.01.29(목) 14:25

'박카스' '자이데나'..신제품 작명 취미
메모습관, 외국어 실력으로 네이밍 척척

동아에스티·동아제약 등 동아쏘시오그룹의 강신호 회장(88)은 60여 년 째 메모 습관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회사에서 보고 받을 때는 물론이고 골프장에 갈 때도 늘 메모 수첩을 끼고 다닌다.


불현 듯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바로 기록해 두기 위해서다. 메모 습관은 독일 유학시절에 생겼는데 그의 생애 첫 히트작 '박카스'란 이름도 그의 메모 수첩에서 나왔다.


강 회장은 유학시설 함부르크시청 지하 홀 입구에 서 있는 로마신화 속 포도주와 추수의 신 '바커스' 동상을 인상 깊게 보고는 수첩에 간단히 적어뒀다.

 

▲ 로마 신화 풍요와 술의 신 바커스의 동상

 

바커스가 그의 머릿속에 다시 살아 난 것은 몇 년 후. 그가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마치고 동아제약에 상무로 입사해 출시를 앞둔 제품 이름을 짓느라 고민하던 때였다.

 

'바커스'가 그의 뇌리를 스쳤다. 피로를 풀어준다는 뜻에서 이보다 좋은 이름은 없을 것 같았다. 지난 1961년 '박카스'는 이렇게 세상에 나왔다. 박카스는 출시 후 50년 넘게 180억병 이상 판매되며 국민 피로회복제로 자리매김했다.


그 후 동아쏘시오그룹이 출시한 2000여 종의 제품명 역시 강 회장의 손을 거쳤다.


2005년 동아쏘시오그룹이 세계 4번째로 개발한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는 라틴어 낱말을 결합해 만들었다. '연인의'라는 뜻의 '자이지우스'(zygius)와 해결사라는 뜻의 '데노도'(denodo)가 그것이다. '자이데나'를 소리 나는 대로 읽으면 '잘 되나' '자 이제 되나' 등이 연상되는 것도 계산에 넣었다. '자이데나'는 출시 첫해 1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히트를 쳤다.


이외에도 '나랑 둘이서 마신다'는 뜻의 사이다 '나랑드', 순환을 의미하는 '써큐'에서 따 온 혈액순환개선제 '써큐란', '잘 알면서'의 경상도 사투리 '암씨롱', 한 오백년 건강하게 살자는 뜻의 '하노백', 오렌지에서 따온 오란(ORAN)과 비타민 C를 합쳐 만든 '오란씨' 등도 강 회장이 직접 이름 붙였다.

 

▲ 동아쏘시오그룹이 출시한 제품. (왼쪽부터) 나랑드, 써큐란, 오란씨.

 

넘치는 작명 아이디어는 '재능 기부'로도 이어졌다. 스페인어로 '전진' '발전' '앞으로' 등을 뜻하는 '아반떼'(avante)는 강 회장이 이름을 지어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에게 선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업 네이밍 전문업체 브랜딩컴의 박현구 대표는 "신제품 네이밍에 보통 2000~3000만 원이 들어가고, 한 해 20억~30억 원의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부어야 인지도가 생긴다"며 "소비자들의 마음을 꿰뚫어 볼 수 있어야 사랑 받는 이름을 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이 60여년간 히트 제품을 탄생시키며 체득한 작명 기준도 있다. 흔히 쓰는 일상용어를 사용하고, 상품 특징을 명확히 드러내고, 가급적 3글자로 이내로 짓는다는 것 등이다.

 

▲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회장

그가 작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부친 고(故) 강중희 회장의 영향이 크다. 선친은 평소 "사업하는 사람은 상표를 중요하게 생각해야한다"고 강조하곤 했다.


여기에 강 회장의 언어적 재능은 제품 작명에 날개를 달아 줬다. 그는 영어, 일본어, 독일어, 중국어 등 외국어에 능통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작명의 비결로 "일제 치하에 소학교를 다녔으니 일본말은 기본으로 하고 독일에서 공부했으니 독일어도 좀 하는 편이다"라며 "여기에 영어, 중국말까지 하니까 단어끼리 연상이 가능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회장은 1927년 고(故) 강중희 동아제약 창업주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서울대 의학과 및 서울대 대학원 의학 석사를 거쳐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에서 의학 박사를 취득했다. 지난 1959년 동아제약에 상무로 입사해 1975년 사장에 취임했다. 1981년부터 동아제약 회장직을 맡아오고 있다.


동아제약은 지난 1994년,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의미의 라틴어 'SOCIO'(사회)를 넣어 '동아쏘시오그룹'으로 회사명을 바꿨다. 2013년에는 투자사업 담당 '동아쏘시오홀딩스', 전문의약품사업 담당 '동아에스티', 일반의약품사업 담당 '동아제약'으로 회사를 분할했다. 이로 인해 지난 40여 년 간 제약업계 부동의 1위였던 동아제약은 지난해 유한양행에 1위 자리를 넘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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