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부진으로 인력감축과 비용절감에 나섰던 홈플러스그룹이 모회사인 영국 테스코에 지난해 700억원대의 로열티를 지급했다. 직원들에게 허리띠를 졸라맬 것을 요구하던 회사가 영국 본사에는 로열티를 17배나 올려줬다. 이로 인해 홈플러스의 영업이익은 20% 이상 줄었다.
홈플러스는 최근 공개한 감사보고서에서 영국의 테스코 본사(Tesco Stores Limited)에 '테스코(TESCO)' 상표와 로고, 라이센스 사용 대가로 616억1700만원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의 계열사인 홈플러스테스코(옛 홈에버)도 동일한 명목으로 120억3800만원을 테스코 본사에 지급했다. 이에 따라 영국 테스코가 챙긴 로열티는 총 736억5500만원에 달한다.
홈플러스와 홈플러스테스코는 그간 매출액의 약 0.03%인 40억원 안팎의 로열티를 영국 테스코에 지급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영국 테스코와 새로운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로열티 비율을 매출액의 0.8%로 올렸다. 그 결과 로열티 지급액이 전년대비 1700% 이상 급증했다.
홈플러스의 로열티 비율은 대형마트 사업을 하는 외국계기업 코스트코에 비해서도 높은 편이다. 코스트코는 미국 본사인 코스트코 홀세일에 매출액의 0.3%를 로열티로 지급하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테스코는 그간 다른 해외사업장에 비해 한국에선 낮은 로열티를 받아왔다"며 "영국 세무당국이 이를 문제삼아 로열티 비율을 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테스코가 로열티 비율을 올린 것은 본사의 경영악화 때문으로 보인다. 테스코는 매출부진으로 2년 연속 이익이 줄어드는 등 실적악화로 고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일본시장에서 철수했고, 중국에서도 독자진출을 접고 합작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발을 빼고 있다.
한국에서 로열티로 투자금을 회수한 것은 세금문제와도 관련있다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로열티는 비용(지급수수료)으로 계상되기 때문에 이익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홈플러스는 순이익에 붙는 법인세를 덜내도 되는 것이다. 이번에 로열티로 700억원 이상을 비용처리하면서 홈플러스는 연간 100억원대의 절세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1600억원의 법인세를 냈다.
하지만 로열티는 매출에 연동돼 고정적으로 본사에 지급하는 것이라 홈플러스에 두고두고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배당은 이익이 줄면 같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지만 로열티는 그렇지 않다. 홈플러스와 홈플러스테스코는 이번에 700억원대의 로열티를 지급하면서 영업이익이 20% 이상 감소했다. 더구나 홈플러스는 '테스코'라는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는데도 막대한 로열티를 내 이를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