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브랜드 '맥심'(Maxim)으로 유명한 동서식품이 지난해 미국계 식품기업 크래프트 푸드(Kraft Foods)에 배당금과 로열티 명목으로 1381억원을 지급했다. 크래프트 푸드는 동서식품이 감사보고서 처음 공개한 지난 1999년 이후 15년간 동서식품에서만 1조원에 육박하는 현금을 챙겼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동서식품은 2014년 회계연도에 1120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주당 배당금은 3256원.
동서식품의 배당성향은 66.6%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의 2012년 배당성향은 14.51%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에 대한 배당금의 비율로, 배당금 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동서식품은 한 해 번 순이익의 66.6%를 주주에게 배당했다는 의미다.
동서식품은 전자공시시스템에 감사보고서를 공개하기 시작한 지난 1999년부터 15년째 연속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1999년 200억원에 불과하던 배당금은 2002년 946억원, 2010년 1100억원 등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다. 지난 2008년에는 중간배당을 포함해 한해 1746억원을 배당하기도 했다.
동서식품이 매년 거액을 배당할 수 있는 이유는 커피가 잘 팔려서다. 1조3000억원대로 추산되는 국내 커피믹스 시장에서 동서식품의 점유율은 80%가 넘는다. 지난해 동서식품은 매출 1조5057억원, 영업이익 230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15%에 이른다. 국내 식품업계의 영업이익률이 한자릿대에 머물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유별나게 커피믹스를 즐기는 한국인 덕분이다. 남양유업, 롯데네슬레코리아 등이 커피믹스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1위 자리는 흔들림이 없었다.
과실(배당금)은 주주인 ㈜동서와 크래프트 푸드 홀딩스가 반반씩 나눠 가진다. 동서는 미국계 식품업계 크래프트 푸드의 커피 브랜드 ‘맥스웰하우스’(Maxwell House)를 국내에 도입, 국내 커피믹스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 15년간 동서식품의 배당금(1조5157억원)의 절반이 외국으로 나간 셈이다.
이외에도 크래프트 푸드 홀딩스는 매년 수백억원의 로열티도 챙기고 있다. 동서식품과 크래프트 푸드가 기술도입계약을 맺은 때는 지난 1970년. 감사보고서가 처음 공개되된 1999년부터 2008년까지 10년간 기술료는 총 349억원으로 집계됐다. 매년 약 35억원이 나간 셈이다.
2008년부터는 상표권 사용계약을 맺고 있다. 상표권 사용료는 기술료보다 6배 이상 올랐다. 지난 2009년 222억원에서 지난해 261억원까지 7년간 총 1595억원이 상표권 사용료로 지급됐다.
크래프트 푸드는 지난 15년간 배당금(7578억5000만원)과 기술료(349억원), 상표권 사용료(1595억원) 등으로 총 9523억원을 동서식품으로부터 받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