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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한 커피믹스'..동서 9년째 차입금 '0원'

  • 2014.06.24(화) 10:59

2006년 이후 무차입 경영
초우량 자회사 동서식품 덕분

은행으로부터 단 한 푼도 빌리지 않는 기업이 있다. 그것도 9년째다. 대신 잘 키운 자회사 덕에 1년 이내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5600억원에 이른다. 맥심 커피믹스로 유명한 동서식품을 자회사로 둔 코스닥 상장사 ‘동서’ 얘기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동서는 지난 2006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장·단기차입금이 ‘0원’이다. 9년째 ‘무차입 경영’을 이어가고 있단 얘기다. 무차입 경영은 넓게 현금성 자산이 차입금보다 많은 순현금 회사로 보기도 하지만, 정확히는 은행 등에서 빌린 빚이 전혀 없는 회사를 말한다.

동서는 빚은 없지만, 금고에는 현금을 쟁여두고 있다. 올 1분기 기준 현금과 현금성자산은 456억원 쌓여있다. 양도성예금증서(CD) 등 1년 이내에 현금화할 수 있는(단기) 금융상품은 3605억원에 이른다. 이것들을 포함한 유동자산은 5636억원이나 된다.

 

▲ 최근 3년간 '동서'의 연결 기준 재무 상태(단위 억원).


총부채를 총자본으로 나눠 계산하는 부채비율도 아주 낮은 편이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동서의 지난해 부채비율(별도 기준)은 9.5%다. 2012년(10.1%), 2011년(12.3%) 등 매년 낮아지고 있다. CJ제일제당(122%), 대상(105.6%), 해태제과(363.2%) 등 식품업계와 비교하면 아주 낮은 수준이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신사업을 시작하지 않고, 기존 비즈니스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며 “특별히 차입금이 필요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동서는 과일 통조림(리치스), 차(현미녹차 등), 음료(레드불) 등을 판매하는 식품회사다. 이 밖에 포장재 등을 만들어 내고 있다. 2012~2013년 연간 5000억원대 매출과 500억원대 영업이익을 유지하고 있다. 올 1분기 매출은 1193억원, 영업이익은 143억원. 적지 않은 탄탄한 실적이지만, 8500억원이 넘는 이익잉여금을 설명하긴 부족하다.

 

비결은 바로 잘 키운 ‘아들’에 있다. 맥심 커피믹스로 유명한 자회사 동서식품이다. 동서는 동서식품 지분 50%(1720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작년 동서식품 매출은 1조5304억원, 영업이익은 2060억원이다. 모회사(동서)보다 매출 규모가 13배가량 많다. 동서식품은 1조3000억원대인 국내 인스턴트 커피 시장의 81%를 차지하고 있다. 또 ‘포스트’로 국내 시리얼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동서식품의 이익의 절반은 동서로 유입된다. 지난해 동서가 챙긴 지분법 이익은 933억원에 이른다. 또 동서식품이 매년 실시하는 1000억원대의 배당의 절반도 동서 몫이다. 


다만 동서식품의 실적은 모회사(동서)에 연결되지 않는다.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지분율이 50% 이상이거나, 그 이하여도 ‘실질적 지배’가 인정되는 연결 대상이 된다. 동서식품의 경우 지분 50%를 미국의 식품기업 크래프트 푸드(Kraft Foods)가 갖고 있어, 동서에게 실질적 지배가 없다고 보고 있다. 동서 관계자는 “동서식품은 지분을 절반만 가지고 있는 합작법인이어서, 일방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상장사가 무차입 경영을 10년 가까이 유지하는 것은 극히 드물다. 지난 2010년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사협의회는 유가증권 상장사 653개 가운데 지난 10년간 이자비용이 ‘0원’인 회사는 남양유업과 신도리코 밖에 없다고 발표했다. 이자비용이 제로란 뜻은 차입금 등이 없다는 뜻과 통한다. 이 두 회사는 작년까지 이자비용 제로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동서가 상장된 코스닥 시장은 아직 발표된 통계치는 없지만, 장기간 무차입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업체는 찾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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