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는 '아몬드 후레이크'에 이어 14일 3개 품목을 추가로 잠정 유통판매 금지 조치했다. 이 가운데는 어린이용 시리얼 제품인 '오레오 오즈'도 포함됐다. |
‘대장균 시리얼’을 두고 제조업체인 동서식품과 소비자의 여론이 극명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은 대장균군이 나온 시리얼을 재활용했다는 점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반면 동서식품은 “문제의 소지가 없다”며, 식약처의 조사 결과를 차분히 기다려보자는 입장이다.
동서식품의 이러한 태도는 최근의 입장문에서도 그대로 묻어난다. 회사 측은 지난 14일 “대장균군은 쌀을 포함한 농산물 원료에 일상적으로 존재하는 미생물”이라며 “동서식품은 해당 제품제조 과정 중 품질 검사와 적절한 열처리를 통해 ‘대장균군 음성’으로 판명된 제품만 판매했다”고 밝혔다. 소비자에 대한 사과는 한 마디도 없었다. 오히려 억울해 하는 분위기다.
이같은 위기 대응 방식이 미숙하다는 우려도 있다. 우선 “대장균군은 일상적인 미생물”이란 동서식품의 해명은 틀린 말이 아니다. 식약처는 2012년 ‘대장균은 나쁜균! 좋은균?’이란 보도자료를 통해 “대장균군은 자연환경에 널리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순 없다. 대장균군은 대장균과 세균수 등과 함께 위생지표군으로 활용된다. 식약처는 “대장균군이 검출된 식품은 주변 환경에 오염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의 시리얼이 생산된 동서식품 진천공장이 오염됐을 수도 있단 얘기다. 실제로 공장 내부를 찍은 동영상에는 비위생적인 환경이 보이기도 했다.
15일 식약처 관계자는 “대장균군이 검출됐다고 건강의 위해와 바로 연결할 수 없다”며 “하지만 안전하다고 볼 수도 없을뿐더러, 위생상 문제가 있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기업이 지분을 절반 갖고 있는 동서식품은 거의 설비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며 “공장 등의 설비가 낙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동서식품이 가장 자신하고 있는 점은 ‘완제품은 깨끗하다’는 것이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대장균군이 야채 등 농산물에 있다고 해서, 완제품에 대장균군이 나와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며 “그래서 (대장균군이 나온 시리얼을) 살균과 열처리 등 마지막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쉽게 수긍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동서식품은 매달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품질검사에서 대장균군을 검출하고도 이를 식약처에 보고하지 않았다. 대신 ‘대장균군’이 검출된 시리얼 제품을 다른 제품과 섞은 뒤, 열처리를 거쳐 완제품을 만들었다. 회사 측은 ‘마지막 열처리’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소비자들은 ‘불량제품을 재활용했다’고 찜찜해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동서식품 측은 대장균군이 검출된 '원료'를 살균처리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원료'가 아닌 포장까지 다 된 '완제품'을 다시 뜯어서 쓴 것”이라며 “이런 행위 자체는 위법”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지난 14일 동서식품 진천공장을 압수수색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 위법 여부는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