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중독균 ‘유기농 웨하스’에 이어 시리얼에서도 대장균이 나오면서 소비자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자체 품질검사에서 이상을 발견하고도 이를 숨기거나,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소비자의 눈을 속여온 것으로 드러나 제과업체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고 있다.
14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동서식품 진천공장에서 만든 ‘포스트 아몬드 후레이크’에 대해 ‘잠정유통 판매금지’ 조치했다. 식약처는 “자가품질검사에서 대장균군이 검출된 부적합 제품을 다시 조금씩 섞어 최종 완제품을 생산한 정황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대장균 시리얼을 재활용한 셈이다.
동서식품은 지난 2010년에도 ‘모닝플러스 든든한 단호박’ 시리얼 제품에서 대장균군이 검출된 적이 있다.
동서식품은 완제품에선 대장균군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날 회사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대장균군은 쌀을 포함한 농산물 원료에 일상적으로 존재하는 미생물”이라며 “품질 검사와 적절한 열처리를 통하여 ‘대장균군 음성’으로 판명된 제품만을 판매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전향숙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는 “대장균군은 식품 위생 관리의 지표”라며 “식품 가공 과정에서 작업자들이 손을 씻지 않아도 대장균군이 대량 검출된다”고 말했다. 다만 “동서식품의 설명(농산물 원료에 일상적으로 존재하는 미생물)도 일리가 있다”며 “대장균군 중 병원성 대장균만 식품에 위해를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에선 철저하게 위생품질 관리를 잘 하는 것이 소비자 신뢰를 얻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식약처가 지난달에도 황색포도상균 등이 검출된 크라운제과의 ‘유기농 웨하스’를 회수조치한 적 있어 식품안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은 더 확산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번 식품안전 사고가 단순한 제조상의 실수가 아니란 점이다. 동서식품과 크라운제과는 팔아서는 안 될 ‘불량제품’이란 것을 알고도 버젓이 시중에 판매했다.
식약처는 제조사가 자체적으로 식품의 안전성을 검사할수 있는 ‘자가품질검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과자류는 6개월마다 한 번, 시리얼류는 매월 자가품질검사를 시행해야한다. 검사 대상은 대장균 유무와 세균 수 등이다.
하지만 ‘자가품질검사’ 제도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크라운제과는 자가품질검사를 통해 ‘유기농 웨하스’에서 식중독균을 검출했지만, 이를 폐기하지 않고 시중에 유통시켰다. 5년간 31억원 어치가 팔려나갔다. 검찰은 크라운제과 임직원 7명을 기소했다.
자가품질검사에서 대장균군을 발견한 동서식품도 마찬가지다. 동서식품은 소위 ‘해체작업’이란 공정을 통해, 대장균이 검출된 ‘불량’ 시리얼을 살균 과정을 거쳐 재활용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까지 최종 시리얼 제품에서 대장균군이 검출되지는 않았지만, 제조과정에서 도덕적인 부분이나 행위 등에 대해 문제가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검찰 수사도 함께 병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위생법 제31조에 따르면, 자가품질검사를 통해 국민 건강에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지체없이 식약처장에게 보고해야한다. 이를 어길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때문에 솜방망이 처벌이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동서식품 위생문제도 내부고발자의 제보로 세상에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