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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 아들은 떠나고, 부친은 내놓고..‘묘한 기류’

  • 2014.02.19(수) 14:25

김상헌 회장, 4년전 대표 이어 등기임원직도 퇴임
유력 후계자 장남 종희씨도 1년전 돌연 회사 떠나

국내 최대 커피 업체 동서식품을 거느린 동서그룹 김상헌(65) 회장이 그룹 지주회사격인 동서의 등기임원직을 버린다. 유력 후계자로 꼽히던 장남 김종희(38)씨가 돌연 회사를 떠난 지 1년만이다. 최근 동서 경영구도에는 그만큼 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동서는 다음달 7일 2013사업연도 정기주주총회를 열어 지난해말 동서식품 사장에서 동서 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창환 회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고, 김종원 현 대표이사 사장과 윤세철 전무를 재선임할 계획이다. 임기는 2년이다.

이번 주총을 계기로 김상헌 회장은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난다. 다음달 등기임원 임기가 만료되는 김 회장이 이례적으로 연임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동서의 사내이사진은 이창환 회장을 비롯해 이번에 선임되는 전문경영인 3명으로 채워지게 된다.

김 회장이 차츰 경영 일선에서 발을 빼는 모양새다. 동서그룹 창업주인 부친 김재명(92) 명예회장으로부터 회장직을 물려받은 시기인 2004년 3월 등기임원 선임과 함께 대표이사(각자대표)에 올랐던 그는 6년만인 2010년 3월 대표 자리에서 내려온 바 있다. 아울러 그의 행보는 경영 수업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나가던 장남 종희씨가 불과 1년전 갑작스레 회사 경영에서 손을 뗀 것과 묘하게 오버랩된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동서 지분율이 1% 남짓이던 종희씨는 30대에 접어든 2004년 김재명 명예회장으로 동서 지분을 물려받은 데 이어 2011~2012년에는 부친으로부터 3차례에 걸쳐 4%가 넘게 증여받아 지분이 급격하게 늘었다.

또한 꾸준히 장내에서 사들여 현재 김상헌 회장(24%), 숙부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20%)에 이어 동서의 3대주주로서 9%가 넘는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지분율 면에서 동서 오너 일가의 그 어떤 다른 3세들보다 멀찌감치 앞서 있다.

한국외대 영어과를 졸업한 종희씨는 30대 중반 들어서는 회사 경영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동서에 입사한 뒤 기획관리부장을 거쳐 2011년 2월에는 상무이사로 승진해 경영지원부문을 맡아왔다. 하지만 지난해 2월 회사를 떠나 지금은 동서뿐만 아니라 동서식품 등 다른 계열사에도 전혀 몸담지 않고 있다는 게 동서의 설명이다. 

따라서 후계 승계를 위해 나름 터를 닦아왔던 종희씨 못지 않게 김 회장의 등기임원 퇴임도 이례적이라 할 만 하다. 실질적으로는 그룹을 지휘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전문경영인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동서 관계자는 “전문경영인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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