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아복 시장은 ‘성장판이 닫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불황은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엄마'들은 국내보다 저렴한 해외 직구(직접구매)에 몰리고 있다.
이 현실은 고스란히 회계 장부에 투영된다. 매일유업의 계열사인 제로투세븐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제로투세븐은 '알로앤루', '포래즈' 등 영유아복과 ‘궁중비책’ 등의 영유아용품 브랜드를 갖고 있다.
우선 제로투세븐의 올 3분기 연결 재무상태표를 보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재고자산’이다. 올 3분기말 기준 재고자산은 646억원이다. 이는 총 자산(1161억원)의 절반이 넘는다. 재고자산은 매년 늘고 있다. 지난 2010년 재고자산은 320억원에 불과했다. 4년 새 2배 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재고자산회전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재고자산회전율은 매출원가를 평균 재고자산으로 나눠 구한다. 재고자산회전율은 높을수록 좋다. 재고로 쌓일 틈 없이 팔린단 뜻이다. 제로투세븐의 재고자산회전율은 2010년 6.39에서 2013년 2.72로 뚝 떨어졌다. 먼지가 뿌옇게 앉은 재고가 창고에 쌓여있단 얘기다.
자산 중 하나인 매출채권도 증가 추세다. 매출채권은 외상매출금과 어음의 합이다. 물건을 외상으로 팔았다고 보면 된다. 매출채권은 145억원(2012년), 187억원(2013년), 219억원(2014년 9월) 등 매년 증가추세다. 문제는 이 회사의 매출이 감소 추세란 점이다. 매출은 감소하는데 매출채권이 증가하는 것은 ‘좋지 않은 신호’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 가운데 부채인 매입채무도 덩달아 늘고 있다. 매입채무는 매출채권의 반대 개념이다. 외상으로 원재료 등을 구매했다고 보면 된다. 매입채무는 지난해 158억원에서 올해 9월 300억원으로 늘었다. 적정 수준의 매입채무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히려 매입채무가 감소하는 것이 이상 신호다. 거래처로부터 신용을 잃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로투세븐의 경우처럼 재고자산과 매입채무가 동시에 증가하는 것은 ‘이상 신호’다. 한 회계사는 “보통 재고가 쌓이면 매입채무는 감소한다”며 “재고가 쌓이면 굳이 외상을 주고 물건을 사올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기업은 매출채권이 회수가 되지 않으면, 거래처과의 협상력을 앞세워 매입채무를 갚지 않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현금 흐름도 악화되고 있다. 제로투세븐의 연결 현금흐름표를 보면, 지난해부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난해 마이너스 30억원에서 올 3분기 마이너스 59억원으로 악화됐다. 영업활동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얘기다. 부족한 현금은 주로 기업공개(IPO) 대금으로 충당했다. 지난해 상장을 통해 현금 243억원이 회사로 유입됐다. 유상증자 대금으로 차입금도 대부분 갚았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신규 브랜드(새르반)를 론칭했는데, 비싼 키즈 아웃도어라 재고가 많아 보인다"며 "신규사업으로 유통까지 겸하면서 재고는 계속 쌓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가방앤컴퍼니 등의 경우는 대리점에 물건을 팔면 바로 매출로 인식지만, 우리는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시점에 매출을 인식하는 동시에 재고를 차감하게 된다"며 "백화점 방식으로 재고를 관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