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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톡톡] 건설업 '고무줄 원가'..분식이냐 관행이냐

  • 2015.07.27(월) 15:52

건설 회계논란 불씨 '예정 원가'..분식 판단 어려워
현대엔지 작년 미청구공사 1조6천억..전년비 2배↑

 

대우건설에 이어 현대엔지니어링에서도 분식회계 의혹이 터졌다. 잇따라 터지고 있는 건설사 분식회계의 원인으로 '고무줄 원가'가 지목되고 있다. 저가수주에 나선 건설사가 원가를 일부러 줄이는 방식으로 분식회계를 했다는  의혹이다.

지난 23일 KBS 보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의 재경본부장을 지낸 A씨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1000억 원도 안 되는데 4000억 원으로 맞추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주장했다. 회사 측은 건설업을 잘 모르는 A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전면 부인했다.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

건설사 분식회계는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 2013년 말 시작된 대우건설 분식회계 논란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판단 근거가 모호해서다.

 

이는 건설사 회계 방식이 독특하기 때문인데 일반적으로 수익은 서비스가 제공돼야 발생한다. 가령 결혼정보회사 듀오는 연회비가 들어올 때가 아닌 실제 소개팅이 주선됐을 때 매출로 인식한다. 이른바 ‘발생주의’다. 돈 받는 시점보다는, 돈 받을 수 있는 권리가 기준인 셈이다.

하지만 건설업은 예외다. 공사가 완공된 뒤 매출을 인식하기엔 공사기간이 너무 길다. 그래서 공사 진행률에 따라 수익을 인식한다. 예컨대 한 건설사가 공사기간이 3년 걸리는 3억원 규모의 공사를 수주했다고 하자. 발생주의에 따르면 공사가 완공되기 전까지 2년간 이 회사의 매출은 0원이 된다. 

 

하지만 건설사는 공정률에 따라 매년 3분의1의 공사가 완료된다는 전제하에 매년 매출 1억원을 인식한다. 실제 투입되는 원가는 준공 때야 알 수 있기 때문에 예정원가에 따라 실적을 미리 추정하는 방식이다. 이른바 ‘진행기준’이다.

이번 현대엔지니어링 분식 논란도 마찬가지다. A씨는 KBS 뉴스에서 “원가율을 103.5%로 관리했지만, 도저히 안 되고 105%로 봐야 합니다. 그랬는데 결산은 91%로 돌렸다니까요. 명백한 거짓말이지요”라고 주장했다.

원가율이 100%면 남는 게 없는 장사다. 원가율이 100% 밑으로 떨어져야 이익이 생긴다. 원가율 105%는 손해를 보고 있다는 얘기다. A씨의 주장대로라면, 손실이 이익으로 둔갑한 분식회계다. 하지만 추정치인 원가율의 조작 여부를 따지기는 쉽지 않다.

금융당국은 2013년 말 대우건설의 분식회계 혐의를 잡고 조사를 2년째 진행 중이다. 손실이 예상되는 공사현장에 공사손실충당금을 제대로 쌓지 않았다는 혐의를 입증해야 하는데, 회사가 미래 손실을 인식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건설업계가 해외 사업 수주를 위해 입찰금을 낮게 제시한 탓에 예정원가를 낮춘 경우도 적지 않다. 무리하게 예정원가를 낮춘만큼 공사기간 중에 추가로 원가를 반영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를 분식으로 입증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되는 재무제표만으로 분식 여부를 따지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대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모두 내부고발자가 대외비 문서까지 제공했음에도 결론은 쉽게 나지 않은 상황이다. 회사 측은 내부문건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작성한 가상의 시나리오일 뿐이라고 분식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청구공사가 조선과 건설업의 어닝쇼크를 예견하거나 부실을 숨길 수 있는 ‘은신처’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미청구공사는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공사대금이다. 매출채권과 마찬가지로 자산으로 분류되지만, 발주처는 부채로 인식하지 않는 위험자산이다.


적정한 수준의 미청구공사는 문제가 없지만, 급증하는 것은 위험신호다. 부실이 숨어 있을 수도 있어서다. 공사가 끝났는데도 미청구공사가 매출채권으로 전환되지 않으면, 건설사는 한꺼번에 손실이 터진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엔지니어링, GS건설 등 업체도 어닝쇼크가 터지기 직전 미청구공사가 급증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미청구공사는 2013년 7553억원에서 지난해 1조5922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미청구공사의 대부분이 해외프로젝트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현대엔지니어링과 합병된 현대엠코의 미청구공사는 2000억원대 수준으로, 합병에 따라 미청구공사가 급증한 것도 아니다. 해외 사업장에서 이상 신호가 감지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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