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보증하는 자식은 낳지도 말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주변에 빚보증 잘못 섰다가 집안이 거덜 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최근 배우 박보검 씨가 15살 때 아버지의 빚보증을 섰다가 지난해 파산자가 됐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있었죠.
기업도 마찬가지죠. 햄버거 프랜차이즈로 유명한 롯데리아도 최근 빚보증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해외 계열사에 빚보증을 섰다가 550억원을 날린 것이죠. 더 큰 문제는 롯데리아가 계열사에 선 최대 보증규모가 4300억원에 이른다는 점입니다.
2014년 1300억원 수준에 머물던 보증규모가 일 년 만에 3배 이상 급증한 것인데, 회사 측은 “감사인이 보수적으로 보증규모를 잡았기 때문이라며, 실제 보증규모는 1000억원대 수준”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금융보증계약 왜 늘었나?
2015년 롯데리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보증계약 금액은 4298억원입니다. 롯데리아가 계열사 보증으로 책임져야 할 최대 금액이죠. 2014년까지 금융보증계약은 1308억원(2014년 감사보고서 기준)에 머물렀습니다. 1년 만에 3배가 뛴 것이죠.
금융보증계약이 급증한 배경엔 특수목적법인(SPC) 이지스일호가 있습니다. 롯데그룹은 2014년 현대로지스틱스를 인수하기 위해 이지스일호를 만들었는데, 롯데리아도 이지스일호 45만9743주(6.75%)를 인수했죠. 담보는 이지스일호가 일본 미즈호 코퍼레이트(Mizuho Corporate)은행 등으로부터 3124억원을 빌리는 과정에서 생겨났습니다. 이지스일호 주주들이 보유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면서 롯데리아도 이지스일호 지분 6.75% 만큼 담보를 잡힌 것입니다.
원래 롯데리아는 이지스일호에 대한 보증 규모를 207억원 수준으로 잡으려고 했다고 합니다.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이지스일호 지분(6.75%)의 장부가만큼 잡은 것이죠. 그런데 감사인 EY한영회계법인이 제동을 걸었다고 합니다.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서 대출금액 전부(3124억원)를 금융보증계약으로 잡으라고 한 것이죠.
롯데리아 관계자는 “보증규모는 207억원 수준인데, 감사인이 좋지 않은 상황까지 고려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으라는 지적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207억원의 금융보증계약이 3124억원으로 불어나게 된 것입니다. 여기에 롯데리아가 일본 버거킹 등 해외 계열사에 담보를 제공한 1174억원까지 합하게 되면, 총 금융보증계약은 4298억원이 됐습니다.(롯데리아는 작년 감사보고서에서 2014년 금융보증계약 금액도 4313억원으로 수정했습니다.)
최악의 경우를 고려해 금융보증계약을 산정한 만큼,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금융보증계약은 재무상태표에 반영되는 부채가 아닌, 주석 사항입니다. 참고용인 셈이죠. 이지스일호 주주인 일본 오릭스(ORIX), 롯데케미칼 등 롯데계열사, 현대상선이 망하지 않는 이상 롯데리아가 ‘독박’ 쓸 일을 없을 겁니다.
#빚보증 섰다가 550억 날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론 우려가 현실이 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롯데리아는 계열사 담보를 섰다가 큰 낭패를 보기도 했습니다. 롯데리아가 지난해 일본 버거킹에 보증을 섰다가 550억원을 날린 것이죠.
일본 버거킹은 2010년 롯데리아가 단돈 1000원(100엔)에 인수한 곳입니다. 일본 버거킹의 부채 200억원을 떠안는 조건 이었죠. 이후 일본 버거킹이 사업 확장을 위해 신한은행(도쿄), SMBC 등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롯데리아는 753억원의 지급보증을 섰습니다.
그런데 일본 버거킹이 지난해 104억원의 순손실을 냈고, 완전 자본잠식에서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원 채무자(일본 버거킹)의 상환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것이죠. 이에 따라 롯데리아는 지난해 금융보증비용으로 548억원을 처리했습니다. 이 여파로 롯데리아는 지난해 134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도, 당기순손실 572억원으로 2014년 대비 적자 전환됐습니다.
회사 측은 “미래 위험요인을 회계 장부에 선반영했을 뿐, 실제로 돈이 유출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장부에 금용보증비용으로 잡은 만큼, 향후 롯데리아가 일본 버거킹을 대신해서 돈을 갚을 가능성은 높다고 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