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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톡톡]감사 '강조사항' 꼭 챙겨보세요

  • 2016.05.26(목) 14:57

동부제철, '감사 강조사항'에 위험 경고

투자를 위해 기업들의 사업보고서를 읽고 있다면, '감사 의견' 항목 보다는 '감사 강조사항'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감사보고서를 직접 작성하는 회계사들도 '의견'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얘기하고 있는데요. 이는 최근 분식회계 의혹으로 줄소송에 걸린 대우조선해양의 사업보고서도 '적정 의견'을 받았다는 점을 참고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대신 강조사항에 담긴 내용만 꼼꼼히 살펴도 투자를 피해야 할 기업을 골라낼 수 있다고 합니다.
 
▲ 삽화: 김용민 기자 kym5380@

이는 감사 강조사항에 주요 경고 메시지가 담기기 때문인데요. '갑을 관계'에 묶여 기업의 사업보고서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기 어려운 회계사들이 사명감을 담아 의견을 낼 수 있는 창구이기도 합니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담기는지 올초 상장폐지설과 해외매각설 등이 돌던 동부제철의 감사보고서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동부제철의 2013~2014년 사업보고서에 대해 감사인은 "재무성과 및 현금흐름을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중요성의 관점에서 적정하게 표시하고 있다"고 감사 의견을 내면서도 강조사항에서는 '계속기업가정에 관한 중요한 불확실성' 이라는 항목을 달아 회사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습니다.
 
자연인(사람)과 달리 법인에 대해서는 "죽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을 하는데, 이를 경영학 등에서는 '계속기업가정'이라고 부릅니다. 기업이 영원히 경영활동을 할 것이라는 전제인데요, 이 전제가 불확실하다는 것은 기업이 곧 무너져도 놀라울 것이 없다는 무시무시한 의미입니다.
 
▲ 자료 제공 : 한국공인회계사회 회계 아카데미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는 사람이라면 바로 손을 털고 나가야 할 상황이라는 건데요. 동부제철을 감사한 삼정회계법인은 회사의 사업보고서에 '적정' 의견을 내면서도, 강조사항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위험성을 강도 높게 알린 겁니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에도 동부제철의 주가는 이후 몇 개월 더 비교적 높게 유지됐습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었겠죠.
 
▲ 출처: 네이버 금융
 
지난해 초 상장폐지된 경남기업의 사업보고서 또한 '적정' 의견을 받았지만, 강조사항에는 수두룩한 경고 메시지가 담겨 있었습니다. 하지만 앞선 사례와 마찬가지로 이 기간 경남기업의 주가는 고공행진했습니다.

▲ 자료 제공: 한국공인회계사회 회계 아카데미
 
한편 이처럼 감사인들이 기업의 실제 투자 위험과 관계 없이 '적정' 의견을 낼 수밖에 없는 환경에 대해서는 개선의 목소리가 큽니다. 
 
우선 감사를 받는 회사가 감사인을 지정하는 '자유수임제'가 고쳐져야 할 1순위로 거론됩니다. 감사계약 체결 구조상 감사인이 기업의 '을'이 될 수밖에 없어, 사업보고서에서 문제점을 발견해도 계약이 끊길까봐 다른 의견(한정, 부적정, 의견거절)을 내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감사인이 적정 외 의견을 내면, 기업이 상장폐지될 수 있다는 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합니다. 주식을 단번에 휴지조각으로 만들 수 있다는 부담이 감사인들로 하여금 올바른 의견을 낼 수 없게 한다는 겁니다.
 
궁극적으로는 감사보고서의 신뢰성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답이겠지만, 당장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제대로 읽을 줄 아는 안목을 기르는 게 중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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