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최세훈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현 카카오 CFO, 왼쪽)와 이석우 전 카카오 대표가 다음카카오 출범 간담회에서 포옹하고 있다. |
카카오톡으로 유명한 카카오와 포털사이트인 다음은 작년 10월 합병했습니다. 당시 사명은 다음카카오였는데, 올 9월 다음을 떼어내면서 카카오가 됐습니다. 카카오가 다음을 인수한 셈인데, 세상이 PC에서 모바일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일 듯합니다.
두 ‘공룡’이 만났으니 덩치는 더욱 커졌겠죠. 합병 전년인 2013년 총자산은 다음이 6015억원, 카카오가 2183억원이었습니다. 합병회사의 총자산을 단순히 합산하면 8000억원대인데요. 올해 3분기 기준 카카오의 자산 규모는 2조9264억원에 이릅니다. 일 년 만에 자산이 3배 넘게 커진 것이죠.
자산은 미래에 돈을 벌 수 있는 원천입니다. 땅을 사서 공장을 짓고 기계설비에 투자하는 것이 대표적인 자산입니다. 자산의 증가는 ‘그린라이트’죠. 그런데 카카오의 자산은 그 속을 뜯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산의 절반 이상을 무형자산이 채우고 있기 때문이죠.
카카오 자산 2조9264억원 중 61.06%(1조 7868억원)이 무형자산입니다. 무형자산은 말 그대로 물리적 실체가 없는 자산을 말합니다. 컴퓨터소프트웨어, 특허권, 저작권, 영업권 등이 무형자산에 속하죠. 이중 카카오는 영업권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올 3분기 카카오의 영업권은 1조5052억원으로, 무형자산의 84%를 차지하고 있죠.
영업권은 물건을 살 때 제값보다 더 쳐주는 웃돈을 말합니다. 장사 잘되는 상가를 매매할 때 얹어주는 권리금도 일종의 영업권입니다. 영업권은 인수합병(M&A) 과정에서도 발생합니다. M&A에서 한 회사를 순자산 가치로만 살 수는 없습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을수록 웃돈은 더 붙게 되죠. 영업권을 ‘경영권 프리미엄’이라고도 합니다.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할 때 영업권 1조3997억원이 발생했습니다. 이는 카카오 총 자산의 48%에 이릅니다.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의 가치가 그 만큼 높다는 뜻이죠. 회사 측은 “합병으로 새롭게 유입되는 고객기반과 규모의 경제효과로 영업권이 발생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영업권이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이라고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습니다. IT(정보기술)가 발전하고 M&A가 활발해 질수록 영업권은 늘어나게 되니까요.
다만 주의는 필요합니다. 영업권이 한꺼번에 손실로 돌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싼 웃돈을 얹어 주고 산 기업이 계속 적자를 내거나 사업 가치가 떨어지게 되는 경우죠. 그래서 감사인은 매년 영업권에 대한 이상 유무를 확인합니다. 이를 손상검사라고 하죠.
카카오도 영업권을 손실로 날린 적이 있습니다. 2014년 카카오는 쇼셜데이팅 서비스를 운영하는 울라트캡숑을 인수했는데, 그해 영업권 24억원을 비용으로 처리했습니다. 회계적으로 무형자산인 영업권 24억원을 없애는 대신 손실(손상차손)로 24억원을 처리하는 방식이죠. 한마디로 올트라캡숑 투자에 실패한 셈입니다. 카카오와 다음의 합병으로 생긴 영업권을 유심히 지켜봐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