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가 4일 홈플러스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고 있다. 이날 장 교수는 자본주의의 본질, 기업가치의 의미, 행복한 성장의 방향 등을 조언했다. |
4일 오전 7시30분 서울 역삼동 홈플러스 본사 20층 대회의실. 도성환 사장을 비롯한 홈플러스 임직원 300여명이 소액주주운동, 재벌개혁론자로 유명한 장하성(62·사진)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장 교수는 학계와 시민단체뿐 아니라 '장하성 펀드'로 불리는 기업지배구조 펀드를 통해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한 현실 참여형 학자다. 재벌 소유구조 개선, 기업 내부유보금에 대한 과세, 법인세 인상, 징벌적 배상제 도입 등 재계 입장에선 불편할 수 있는 현안에 목소리를 냈다.
장 교수는 이날 '정의로운 분배'를 강조했다. 기업이 이익에만 골몰해 직원이나 협력회사와 관계를 소홀히 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그는 "기업은 소득과 고용의 불균형,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불균형의 1차 책임자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행복한 성장을 위해선 그간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기업내 분배문제를 바로 잡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골목상권 침해와 불공정거래의 주범으로 몰린 대형마트와 개혁성향의 지식인의 만남이라는 색다른 조합에는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홈플러스의 절박함이 묻어있다. 현재 홈플러스는 경품행사로 모은 고객정보를 돈을 받고 판매한 혐의로 기소되고,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에 직면하는 등 위기의 복판에 있다.
이날 강연도 도 사장이 직접 장 교수를 추천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사' 이전에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정의로운 기업’에 대한 고찰이 없으면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들기 어렵다는 생각에서다. 장 교수 역시 대기업 사내강의를 위해 마이크를 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도 사장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국민과 고객에게 다시 사랑받는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앞으로 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우리 스스로 변화해 고객과 협력회사, 지역사회에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행복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이날 사내행사에 이어 오는 1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홈플러스의 새로운 경영전략을 외부에 공개할 예정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지난해 불미스러운 일들을 극복하고 재도약을 다짐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