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매출’은 해외 진출을 노리는 기업에 넘어야 할 ‘1차 관문’이다. ‘1차 관문’은 좁고 험난하다. 케이푸드(K-FOOD) 열풍을 노리는 국내 식품 기업도 번번이 이 관문 앞에서 좌절하고 있다. 성공적으로 ‘1차 관문’을 통과한 기업은 오리온 정도다. 하지만 잣대를 ‘회사 전체 매출’에서 ‘단일 브랜드 매출’로 바꾸면 얘기가 달라진다. 다수의 국내 식품 브랜드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잘 팔리고 있다.
지난해 CJ제일제당의 ‘비비고만두’는 미국에서 매출 1027억원을 기록했다. 미국 진출 5년 만에 1000억원대 브랜드로 올라선 것이다. 무엇보다 이 기록이 특별한 이유는 CJ제일제당이 만든 식품 가운데 해외 매출이 국내를 넘어선 첫 번째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CJ제일제당의 국내 만두 매출은 989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포화된 국내 시장과 달리 미국 만두 시장규모는 4700억원 수준으로, 아직 성장 중이다. 장현아 비비고팀 부장은 “미국에서 만두는 중식이나 일식에서 ‘사이드디시’로 먹어 낯설지 않은 음식”이라며 “특히 미국에 아시아와 히스패닉(스페인어를 쓰는 라틴 아메리카 출신) 인구가 늘면서 만두를 찾는 이도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CJ제일제당은 2009년 만두를 미국에 선보인 이후 쉐프원 등의 식품 기업을 인수하며 만두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특히 2011년 말 글로벌 한식 브랜드 ‘비비고(bibigo)’ 만두 제품을 미국에 출시하면서 성장에 가속도가 붙었다. 현재 미국에서만 3곳의 만두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미국 만두 매출 목표는 1300억원”이라고 말했다.
[그래픽 = 김용민 기자] |
오리온은 해외 매출이 국내를 넘어선 브랜드가 6개나 있다. 초코파이(이하 작년 해외 매출 2700억원), 오!감자(1990억원), 예감(1700억원), 고래밥(1630억원), 자일리톨껌(1580억), 초코송이(1100억원) 등이다.
대표 브랜드 초코파이의 작년 해외(중국·러시아·베트남) 매출은 2700억원으로 국내(1130억원)의 2배가 넘는다. 특히 오리온의 해외 거점 지역인 중국에서 오!감자와 예감은 초코파이보다 더 많이 팔리고 있다. 지난해 중국 오리온 매출 순위는 오!감자(1950억원), 예감(1700억원), 초코파이(1600억원) 순이다. 초코송이는 지난해 처음으로 해외(중국·러시아) 매출 1000억원대를 돌파했다. 고래밥은 해외 매출이 국내(250억원)의 6.5배에 이른다.
회사 관계자는 “철저한 현지화가 성공 요인”이라며 “국내에서 만든 제품이더라도, 해외에 나갈 때는 현지 고객의 입맛과 정서에 맞게 제품을 새롭게 론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팔도의 컵라면 ‘도시락’은 해외 매출이 국내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도시락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1847억원으로 국내 매출(43억원)의 약 43배에 이른다. 올 1분기도 해외에서 556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1986년 국내에 출시된 도시락은 1991년 본격적으로 해외 수출 길에 올랐다. 미국 등 30개국에 수출되는 도시락은 특히 러시아에서 ‘국민간식’으로 통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러시아 추위를 달래줄 수 있는 먹거리로 자리 잡았다”며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이용자들이 도시락을 많이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해외실적을 포함한 팔도의 라면 매출은 4560억원으로, 농심에 이어 2위”라고 강조했다.
MSG 논란으로 성장세가 주춤한 대상의 미원은 해외에서 더 잘 나가고 있다. 미원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1887억원으로 국내(1005억원)보다 87.8% 더 많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을 중심으로 미원이 인기를 끌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는 MSG에 대한 과도한 오해가 있어 합리적 소비에 방해되고 있다"며 "반면 탕(湯)문화의 아시아 지역에서 국물을 우려낼 때 미원을 일상적으로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도네시아 등에서는 대상보다는 미원이라는 브랜드가 더 유명하다"고 덧붙였다.
국내보다 해외 매출이 더 많은 식품 브랜드. 초코파이(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오!감자·고래밥·자일리톨껌·예감·초코송이(오리온), 미원(대상), 도시락(팔도), 비비고만두(CJ제일제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