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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44조원 베이커리·커피시장 열렸다

  • 2015.05.27(수) 10:24

비즈니스워치 창간 2주년 특별기획 <좋은기업>
[기업하기 좋은 곳을 찾아서] 중국 유통 편
국내보다 규제 더 엄격..소비자는 더 깐깐

[상하이=안준형 기자] 중국에서 빵 굽는 냄새와 커피 볶는 향이 나기 시작했다.

 

중국 베이커리·커피 시장규모는 연간 44조원이나 된다. 세계 각국의 베이커리와 커피 회사들이 중국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중국에서 내실을 다지던 SPC그룹, CJ푸드빌 등 국내 기업들도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들은 깐깐한 중국인의 지갑을 열기 위해선 “현지화 만이 답”이라고 충고했다.

◇ 스타벅스옆 '파리바게뜨'·파스타 파는 '투썸'

 

▲ 파리바게뜨 상하이 구베이점 매장 (사진 SPC 제공)


지난달 29일 상하이 파리바게뜨 홍징점. 스타벅스 매장 바로 옆에 파리바게뜨 매장이 들어서 있다. 박진호 SPC 상하이법인 마케팅팀장은 “중국에서 쇼핑몰이 새로 문을 열면 목이 좋은 1층에 스타벅스와 파리바게뜨가 ‘세트’로 입점하는 것이 트랜드”라고 설명했다. 한 국내 기업 상하이 주재원은 “중국인들은 파리바게뜨를 한국 브랜드가 아닌 프랑스 브랜드로 알고 있을 정도로, 슈퍼 브랜드가 됐다”고 평가했다.

파리바게뜨가 중국에 진출한 때는 지난 2004년. 11년 만에 고급 베이커리 브랜드로 자리 잡은 것이다. 작년엔 중국 진출 10년 만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했다. 박 팀장은 “지난 십 년은 테스트였다”며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가맹 사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중국 내 파리바게뜨 매장은 121개(직영 113개, 가맹 8개)다. 가맹 사업이 시작되면 매장 수가 급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상하이 징안스에 위치한 투썸플레이스 (사진 CJ푸드빌 제공)


지난달 27일 오후 1시에 찾은 투썸플레이스 상하이 징안스점은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국내에서 커피와 케이크만 판매하는 것과 달리 중국에서는 파스타와 샐러드 등 간단한 식사까지 함께 메뉴판에 올렸다.

박정훈 CJ푸드빌 상하이 법인장은 "스타벅스가 중국 커피 시장을 선점해 가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커피에 '알파'를 더할 수 있는 경쟁력을 찾고 있다"며 "사업 모델을 정해서 가기보다는 제품과 공간을 어떻게 가지고 갈지 고민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CJ푸드빌은 중국에서 뚜레쥬르 70개 매장과 투썸플레이스 1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 환풍시설 규제..주택가에 빵집 못 열어

SPC가 중국에서 자리 잡는 데 십 년이 걸렸을 정도로, 중국 시장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빵 맛’으로만 승부하겠다고 덤벼들었다간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기 일쑤다.

일례로 주택가에는 아예 ‘빵집’을 열지 못한다. 박 팀장은 "중국은 주택가에 제과 시설을 열기 위해서는 환풍 시설을 주택가 20m 밖까지 빼야 한다"며 "중국 1위 베이커리 브랜드 '크리스틴'은 배풍시설이 필요 없는, 완제 빵만을 팔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븐을 이용해 매장에서 빵을 굽는 파리바게뜨나 뚜레쥬르가 중국에선 몰(Mall) 중심으로 매장을 여는 것은 이 때문이다.

위생 관련 규제도 국내보다 더 철저하다. 빵과 케이크를 만드는 주방을 별도로 분리해야 한다. 케이크 주방 온도는 24도, 빵 제조 주방은 30도 수준을 유지해 세균을 관리하기 위한 조치다.

중국 인건비가 싸다는 생각도 오해다. 일인당 인건비는 한국보다 싼 편이다. 하지만 중국은 한국보다 더 많은 아르바이트를 고용해야하는 상황. 분업이 일반화된 현지 문화 탓이다. 박 팀장은 “한국에서 한 매장에 빵 제조 기사가 1명 필요하다면, 중국은 9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깐깐한 소비자..보이는 것만 믿는다

중국 소비자들은 물건을 살 때 꼼꼼히 따지는 편이다. 박정훈 CJ푸드빌 법인장은 “같은 종류의 빵이라면 가장 무게가 많이 나가는 빵을 사기 위해 저울대를 매장에 가져온 고객도 있었다”며 “중국 소비자들은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비)를 많이 따진다”고 말했다.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 것도 특징이다. 박 법인장은 “식품 안전 관련 사고가 많이 나다보니, 중국 소비자들은 식재료를 눈으로 직접 보지 않으면 믿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건강을 챙기는 성향도 강하다. 차가운 음료는 잘 마시지 않고, 생과일 주스를 많이 먹는 등 웰빙 트렌드는 음료 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파리바게뜨가 중국인 입맛에 맞춰 개발한 '육송빵'(사진 SPC 제공)


때문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등의 차가운 음료는 인기가 없는 편이다. 대신 매장에서 직접 갈아주는 생과일 주스 등이 많이 팔린다. 중국내 파리바게뜨도 말린 돼지고기를 빵 위에 올린 '육송빵'을 개발해 내놓기도 했다. 빵 속을 눈에 보이도록 밖으로 내 놓은 것이다.

◇ 무리한 확장보다 현지 적응부터

중국 베이커리 시장은 작년 말 기준 약 33조원으로 추산된다. 커피 시장은 11조원 규모다. 규모는 엄청나지만 시장은 초기 단계다.

박 법인장은 “아메리카노는 커피 시장을 성숙도를 보여주는 척도”라며 "아메리카노를 많이 마실수록 커피 시장이 성숙됐다고 보는데, 현재 중국은 달콤한 라떼나 카푸치노를 많이 마신다"고 말했다. 글로벌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의 중국내 매장도 1500여개에 불과하다. 국내 스타벅스 매장이 600여개 인점을 감안하면, 중국 커피 시장은 갓 열린 셈이다. 스타벅스는 작년 말 중국에서 '매운 맛' 커피를 출시하는 등 현지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커피 전문점 시장은 ‘맛’ 보다는 ‘공간’이 더 중요한 단계로 평가된다. 박 법인장은 “커피 전문점에서 앉아서 이야기 할 수 있는 공간 소비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며 “아직 커피 맛은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고 말했다. 베이커리 시장도 초기이기는 마찬가지다. 박 팀장은 “중국은 아직까지 현지 베이커리 브랜드가 대부분”이라며 “해외 베이커리 브랜드 규모는 아직 작아, 외국 브랜드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박 법인장은 “맛과 품질, 서비스가 우선이고, 그 다음이 확장”이라며 “무리한 확장보다는 미래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견고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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