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의 한식브랜드 '비비고'는 해외에서 먼저 알려진 브랜드다. 이름은 비빔밥에서 따왔다. 한식의 대명사인 비빔밥을 햄버거처럼 전세계인이 즐기는 먹거리로 만들겠다는 포부가 담겨있다.
비비고는 지난 2010년 해외시장을 겨냥한 한식 레스토랑에서 출발했다. CJ는 서울 광화문에 비비고라는 간판의 1호점을 낸 뒤 같은해 8월 중국, 9월 미국, 12월 싱가포르로 매장을 늘려갔다.
하지만 값비싼 임대료와 물류비, 인건비 등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현재 전세계 비비고 매장은 22개다. 2010년 문을 열 당시만 해도 올해(2015년)까지 1000개를 오픈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수익성 악화로 중간에 목표를 바꿨다. CJ 관계자는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잡으려면 국내 기반을 탄탄히 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CJ는 레스토랑 확대 방침을 버리고 비비고 자체를 한식브랜드로 키우는 전략으로 수정했다. 이에 따라 2013년 8월부터 국내에서 비비고 브랜드를 단 만두와 동그랑땡 등 냉동식품을 선보여 그야말로 대박을 냈다. 올들어 비비고라는 이름을 달고 판매된 상품 10여종의 매출은 1000억원에 달했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까지 1500억원의 매출이 가능하다는 게 CJ측의 전망이다.
특히 '비비고 왕교자'는 그간 국내 냉동만두 시장을 장악해왔던 해태제과 '고향만두'의 아성을 깼다. 시장조사업체 링크아즈텍에 따르면 지난해 냉동만두 시장의 점유율은 CJ가 26%로 해태제과(21.3%)를 앞섰다. 올해 상반기에는 격차가 더 벌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CJ측은 비비고를 프리미엄급 상품으로 개발한 게 성공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비비고 왕교자의 경우 고기와 야채를 갈아서 넣는 기존 방식과 달리 굵게 썰어넣는 방식을 택해 집에서 직접 만든 것처럼 풍성한 식감을 느끼게 했다. 대신 가격은 일반 냉동만두에 비해 20% 가량 비싸게 책정했다. 최근엔 궁중 스타일의 프리미엄 김치도 선보였다.
장현아 CJ제일제당 비비고 총괄부장은 "지난 2년간 차별화된 맛과 품질 좋은 제품 개발에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새로운 식문화를 전파하는 브랜드로 육성할 계획"이라며 "모든 제품이 국가대표급 수준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제품 개발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CJ는 조만간 미국과 중국 공장에서 비비고 왕교자를 생산해 현지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CJ 관계자는 "국내시장에서 냉정한 평가와 검증을 거친 대표 브랜드가 해외시장의 장벽을 넘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