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경영권 분쟁의 전면에 나섰다.
신 총괄회장은 16일 오후 5시40분께 서울 롯데호텔 34층 자신의 집무실에서 기자들을 만나 "한국 풍습에 따라 장남이 맡는게 맞다"며 "한국과 일본을 분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신 총괄회장은 그간 장남인 신동주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측이 제공한 동영상 등 간접적으로만 자신의 의중을 알렸으나, 이날은 신 전 부회장측과 함께 집무실을 방문한 기자들을 직접 만나 자신의 건재를 드러냈다.
신 총괄회장은 건강이 어떠냐는 질문에 "아주 좋다"고 답했다. 그간 건강이상설이 돌았던 신 총괄회장은 상대방의 말을 곧바로 알아듣는데는 어려움이 있어 보였지만, 의사소통을 하는데는 큰 지장이 없었다. 최근 신 전 부회장측이 공개한 동영상에서도 신 총괄회장은 귀에 보청기를 꽂고 사람들을 대하는 장면이 공개된 적이 있다.
신 총괄회장이 이날 장남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하면서 롯데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장남과 차남의 다툼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일 롯데그룹을 지배하는 곳은 일본 롯데홀딩스로 신 회장은 롯데홀딩스 주주 과반 이상의 지지를 받아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이 최근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인 광윤사(지분 28.1%)에 대한 지배력을 확고히 한 데 이어 '아버지의 뜻'을 내세워 캐스팅보트를 쥔 종업원지주회(27.8%) 설득에 나설 방침이라 신 회장의 경영권이 위협받을 가능성은 남아있다. 광윤사와 종업원지주회만 잡으면 신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의 지분 절반 이상을 확보,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한편 롯데그룹은 이날 오후 6시30분 롯데호텔 본관에서 소진세 대외협력단장이 그룹의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신 전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에 배치된 롯데측 직원 해산 및 CCTV 철거 ▲신 총괄회장이 승낙한 자와의 통신·방문 방해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통고서를 신동빈 회장 측에 보냈다.
신 총괄회장의 서명이 적혀있는 통고서에는 ▲본인(신 총괄회장)의 원대복귀 ▲신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의 전원해임 ▲건강이상설 등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즉각 중단 등을 요구하는 내용도 포함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