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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신동주의 창과 신동빈의 방패

  • 2015.10.28(수) 09:30

롯데쇼핑 장부열람 가처분신청 심리 첫날
중국사업 손실 '공격'..주주 공동이익 `방어`
법원 제출자료 보강 지시..5주후 심리 재개

358호 법정을 나서는 변호사들의 표정은 대조적이었다.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측 김수창 양헌 변호사는 미소를 지었으나, 롯데쇼핑을 대변해 나온 이혜광 김앤장 변호사는 얼굴에 아무런 표정을 띠지 않은 채 법정을 묵묵히 빠져나갔다.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358호에서 열린 롯데쇼핑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신청 심리는 1시간여에 걸쳐 진행됐다.

 

오후 11시쯤 부장판사가 '롯데쇼핑'을 호명하며 사건번호를 부르자 신동주 회장 측 변호인단 3명과 롯데쇼핑 측 변호인단 2명이 법정으로 들어와 자리를 채웠다.

 

양측은 1시간여 동안 창과 방패가 돼 치열한 공방을 주고 받았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주 회장을 대변하는 양헌의 변호사들은 회계장부 열람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롯데쇼핑을 공격했다. 이에 맞서 김앤장 변호사들이 방어 논리를 폈다.

 

첫 포문은 롯데쇼핑 측이 열었다. 이혜광 김앤장 변호사는 신격호 총괄회장 대신 롯데쇼핑의 감사가 대신 소송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롯데쇼핑의 대표이사로 등재돼, 사실상 스스로를 상대로 소송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감사가 대신한다는 상법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에 절차를 바꿔 진행하라는 재판부의 말이 떨어지자 신동주 회장 측 변호인들이 본격적인 공격을 시작했다.

 

양헌의 변호사는 공시 자료를 토대로 "롯데쇼핑이 지난 4년간 중국사업으로 얻은 누적 손실액이 1조를 넘었다"며 "그런데도 에비타(EBITDA) 기준으로 손실액을 1600억원으로 축소하고 1조 손실은 부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롯데쇼핑의 무분별한 해외 투자를 감시해 주주 공동의 이익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롯데쇼핑 측은 신동주 회장의 회계장부 열람이 악의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며 맞섰다.

 

김앤장의 변호사는 법정 한쪽에 마련된 스크린에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띄우며 "롯데의 면세점 사업과 상장을 신동빈 회장의 약점으로 잡아 공격하고 있다"며 "경영권을 차지하고자 하는 (신동주 회장의) 개인적인 목적에 회사의 모든 이익이 좌절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쇼핑 측의 반격에도 신동주 회장 측 변호사는 다소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김수창 변호사는 "롯데쇼핑 측의 프레젠이션은 내용과 목록만 나열돼 있다"며 "롯데쇼핑 측의 답변서 60페이지 중 40페이지가 신동빈에 대한 찬양으로 채워져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답변서에 나와있듯 신격호는 대표이사이므로 언제든지 롯데쇼핑의 회계장부를 들여 볼 수 있다고 적혀 있는데, 오늘이라도 공개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를 예상했던 듯 롯데쇼핑 측 변호인은 "신격호 부분은 감사에게 위임하게 돼 있어 변론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답변했다.

 

제출자료를 보완한 후 심리를 다시 열겠다는 부장판사의 말을 끝으로 이날 심리는 마무리됐다.

 

5주 후 양측은 다시 격돌한다. 일반적으로 주주의 회계장부 열람·등사 청구는 인정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기각될 가능성 또한 남아있다. 뜨겁게 달아오른 이날 법정 공방처럼 두 번째 심리에서 양측이 또 어떤 칼과 방패를 들고 올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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