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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C몰 공포의 엘리베이터 '두살배기 유아들 40분간 갇혀'

  • 2016.01.11(월) 14:06

무서움 호소해도 사고대응은 '오티스 출동했다"가 전부
이통신호 먹통 상황서 "119 신고해달라" 부탁해도 무시
사고 엘리베이터서 탈출하니 관계자 아무도 없어 '황당'

▲ 서울 여의도 IFC몰 내부전경 [자료=터브먼아시아]

 

"엘리베이터가 고장난 것 같아요"
"네, 지금 담당자가 그쪽으로 출동했어요"

 

지난 10일 오후 12시10분 서울 여의도 IFC몰 엘리베이터 7호기안. 지하 6층에 27개월 된 자녀들과 함께 상행선 엘리베이터에 탔다가 몇 차례 출렁거림을 느낀 뒤 다시 하강하는 상황을 겪게 된 한모씨 부부는 이때까지만 해도 금방 나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10여분이 지나도 달라지는 상황이 없자, 긴급호출버튼을 몇 차례 다시 눌렀다. 이번에는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공포는 이때부터 밀려왔다. 아이들도 큰 무서움을 호소하며 메달렸다.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SK텔레콤 LTE폰을 쓰고 있었지만, 엘리베이터가 지하 층과 층 사이에 멈춰서 그런지 통신신호는 잡히지 않았다. 긴급호출 버튼을 몇 차례 또 눌렀고, 한참 후 응답한 IFC몰 담당자의 첫 마디는 황당했다.

 

"네 안녕하십니까"
"전혀 안녕하지 못해요. 지금 진행상황이 어떻게 됐어요. 설명 좀 해주세요"
"오티스(OTIS·엘리베이터 운영사) 직원이 지금 거기 도착했을 거예요"
"119 에도 같이 신고해주세요"
"119요? 네 알겠습니다"

 

갇힌 지 20분이 지났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고, 안부를 묻는 안전요원도 없었다. 다시 긴급호출 버튼을 눌렀고, IFC몰 관계자를 향해 "119에 꼭 신고해주세요"라고 부탁했건만, 신고는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119 신고는 한씨 부부가 잠시 휴대폰 통화신호가 들어온 틈을 타 이뤄졌고, 여의도119 안전센터서 위치조회를 한 뒤 출동이 이뤄졌다.

 

갇힌 지 40분이 지나서야 몇 차례 출렁거림과 함께 엘리베이터는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득고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린 L2(지하2층)와 엘리베이터 사이 높이가 맞지 않아 한씨 부부는 자녀들을 안고서 아슬 아슬하게 탈출했다. 이들은 자녀들의 이상유무를 살핀 뒤, 주위를 둘러봤다. 그런데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IFC몰 측 관계자는 보이지 않았다. 지나가는 쇼핑몰 손님이 전부였다.

 

▲ 서울 여의도 IFC 빌딩 [자료=터브먼이사아]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IFC몰 엘리베이터를 탔다가 갇혀 40분만에 탈출했던 한 고객의 사연이다. 이날 엘리베이터 고장은 정전 때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하루에도 수 천, 수 만여명이 오가는 초대형 쇼핑몰에서 벌어진 부실한 안전대응이다. IFC몰 측은 엘리베이터에 갇힌 승객의 안전상황을 묻지 않았고, 119구조대에 신고해달라는 요청도 두 차례나 무시했다. 특히 사고를 겪고 탈출한 승객을 찾아오지도 않고, 오히려 피해승객이 관계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또 사고를 일으켰던 엘리베이터는 현장요원의 점검 후 바로 운행을 재기했다.  

 

이와 관련 IFC몰 고객서비스센터 김민경 팀장은 "(정전으로 인해) 동 시간대 사고 접수가 많아 오티스 직원이 바로 출동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 팀장은 엘리베이터 수리를 담당했던 오티스 측을 인용해 "사고 엘리베이터는 지하 3층과 지하 4층에 멈춰 있었다"면서 "오티스 직원이 L4(지하4층)층에서 사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고 해 L4층에 IFC몰 직원들이 나가있었는데, L2층에서 문이 열려 사고승객을 현장에서 파악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비상호출을 받았던 안전요원이 왜 사고대응을 제대로 못했는지, 왜 119구조대 신고를 거부했는지 등에 대해선 "엘리베이터 안 비상호출을 받았던 담당자가 현재 연락두절 상태라 경위파악이 어렵다"면서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 모습을 보였다. 

 

한국승강기안전기술원이 발표한 승강기(엘리베이터) 사고시 비상구출 요령에 따르면, 갇힘통보를 받으면 즉시 보수회사로 연락하고 현장으로 가서 갇힌 승객이 안심하고 기다리도록 구출활동 중임을 알려야 한다. 승강기시설 안전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승강기 내 이용자가 갇히는 등의 중대한 고장인 경우나 정상적으로 문이 열려야 하는 구간에서 멈추지 않거나 해당 구간에서 멈췄으나 문이 열리지 않은 경우에는 승강기 관리주체는 지체 없이 관리원의 장에게 알려야 한다. 또 관리원의 장은 사고 통보를 받은 경우 승강기 사고 현황보고서를 행정안전부장관, 시·도지사에 보고해야 한다.

 

IFC는 지난 2012년 서울시에서 부지를 99년간 제공하고, AIG가 운영해 서울시에 임대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설립됐다. 실제 운영사는 오피스동·쇼핑몰·콘래드호텔이 각각 다르며, IFC몰 운영사는 미국의 대표적인 쇼핑몰 개발 운영사인 터브먼아시아(Taubman Asia)다. 터브먼아시아는 전 세계에서 27개 쇼핑몰을 투자·운영 중인 쇼핑몰 전문기업 터브먼의 아시아·태평양 부문 자회사다. 2005년 홍콩에 설립된 이 회사는 중국·마카오에서 3개 쇼핑몰을 투자·운영 중이며 한국에서도 IFC몰을 운영하고 있다.

 

터브먼아시아 안동준 이사는 엘리베이터 사고시 대응메뉴얼에 대해 "우선 엘리베이터 관리업체(오티스)에 연락한 뒤, 사고를 당한 고객과 연락을 취해 위험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고 안심시키는 것"이라면서 "탈출 후에는 현장에서 사고자 피해상황을 점검하도록 되어 있다"고 말했다. 또 터브먼아시아 측은 "IFC몰은 터브먼(Taubman)이 60년간 축적된 노하우를 토대로 인터내셔널 메뉴얼에 따라 운영한다"고 소개했다.

 

즉, 60년 노하우로 만들어진 대응메뉴얼 중에선 엘리베이터 관리업체에 연락한 것 말고는 제대로 이뤄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던 셈이다.

 

한편 터브먼아시아는 2016년 상반기 오픈을 목표로 신세계와 손잡고 경기도 하남시에 대형쇼핑몰 하남 유니온 스퀘어도 건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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