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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짜리 철새 인생"..롯데면세점 직장맘의 한숨

  • 2016.01.11(월) 14:11

면세점 사업권 갱신 때마다 '조마조마'
면세점 탈락하면 새로운 직장 찾아 이동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면세사업권 제도 규탄대회에서 롯데면세점의 한 직원이 발언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서영희씨(46)는 지난 2014년 11월 남편과 떨어져 이산가족 신세가 됐다. 당시 부산 롯데면세점에서 정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던 그는 한 달 앞서 서울 롯데월드타워점으로 이동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서씨는 부랴부랴 짐을 쌌다. 그는 내년이면 고3과 중3에 올라가는 아들을 데리고 남편과 헤어져 서울로 상경했다.

 

서씨는 "갑자기 서울로 직장을 옮기라는 통보를 받고 눈앞이 캄캄했다"며 "서울로 올라와 여자 혼자 아이들을 데리고 살아가려니 힘이 부쳤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번이 처음인 것은 아니었다. 서씨는 앞서 롯데면세점 김해공항점에서 근무하다가 면세점 특허권의 재승인이 나지 않자 부산으로 발령이 났다. 부산에서 서울로 직장을 옮긴 그는 지난 11월 롯데월드타워점이 면세점 심사에서 탈락하면서 또다시 이동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겨우 자리를 잡았다가도 몇 년에 한 번씩 집을 옮겨다니며 철새처럼 살아가고 있습니다. 면세점 심사가 있을때면 또 언제 이동해야 할지 몰라 불안하죠."

 

서씨와 같이 '철새 신세'에 놓인 롯데면세점노동조합 직원들은 11일 오전 9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모여 규탄대회를 열었다. 규탄대회에는 롯데면세점에서 일하고 있는 정직원들이 주로 참석했다.

 

/이명근 기자 qwe123@

 

롯데면세점노동조합 관계자는 "3000억원 이상이 투자된 면세점의 사업권을 하루 아침에 취소해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모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규탄대회에 참석한 직원들은 영하 6도의 칼바람을 맞으며 40분여 동안 서서 정부의 면세점 규제에 대한 의견을 발표했다. 이들은 별문제 없이 잘 영업하고 있던 롯데면세점의 사업권을 빼앗은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현재 롯데월드타워에서 일하는  정직원은 130여명이다. 이외에 도급사원은 약 140명, 판촉직원은 약 1000명이 근무하고 있다. 일시에 직장을 잃을지도 모르는 판촉직원들에 비하면 고용이 보장된 정직원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하지만 정직원들 역시 5년마다 갱신되는 면세점 정책으로 주거와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은 면세점에서 일하는 여성 근로자들이 '5년짜리 시한부 노동자가 됐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롯데면세점 직원의 약 80%, 판촉직원의 약 95%는 여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에서도 아이들을 키우는 '직장맘'이 다수를 차지한다.

 

문근숙 롯데면세점노동조합 위원장은 "어렵게 정직원이 된 사람들도 5년마다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며 "롯데면세점 직원들은 모두 불안하고 억울한 마음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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