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기자수첩] '아아'말고 콜드브루주세요

  • 2016.06.30(목) 14:19

올 4월 열린 '2016 서울커피엑스포'에서 한 중년의 참석자가 커피잔을 둘러보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지난 23일 서울 순화동 인근에 있는 한 커피전문점을 찾았다. 저녁자리에서 술을 함께 마신 직장 동료들과 "간단히 커피 한잔하고 가자"며 들른 곳이었다. 시간은 오후 9시를 넘어섰지만, 커피전문점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교과서를 펼쳐둔 학생, 유모차를 끌고 나온 부부,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까지. 여기에 호프집 대신 커피전문점으로 '2차'를 온 '아재'까지 합류한 것이다.

몇 시간 전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콜드브루를 취재하기 위해 만난 씨케이 코퍼레이션즈(CK CORPORATIONS)의 강두웅 부문장은 "커피 시장은 포화됐지만, 앞으로 커피 인구는 더 늘어 날것이다. 원두커피를 찾는 세대가 확대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씨케이 코퍼레이션즈는 커피전문점 루소를 운영하면서, 폴바셋 등에 원두를 공급하고 있다.

'커피 세대'가 교체되고 있다는 것은 '숫자'로 나타난다.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커피코리아와 인스턴트커피의 대명사 동서식품의 실적을 비교해보자. 작년 매출은 동서식품(1조5106억원)이 스타벅스커피코리아(7739억원)보다 2배가량 많다. 하지만 성장세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2010년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매출은 2982억원에 불과했다. 5년 만에 2.6배 성장한 것이다. 반면 동서식품은 2011년부터 5년째 1조5000억원대에 갇혀있다.

스타벅스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 줄인 은어)만 찾던 소비자들의 입맛이 변하고 있다. 매일유업 계열 엠즈씨드가 운영하는 폴바셋은 스타벅스보다 먼저 국내에 스페셜티커피를 대중화시켰다. 폴바셋이 아메리카노 대신 파는 '룽고'는 신맛·단맛·쓴맛이 어우러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 2009년 1호점을 연 폴바셋은 작년 매출이 484억원까지 성장했다.

올해 주목받고 있는 커피는 콜드브루다. 콜드브루는 원두를 찬물에 2~14시간 정도 우려낸 커피로 올해 초 한국야쿠르트가 출시한 이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에서 콜드브루를 개발한 신상익 수석연구원은 "원두조합이나 로스팅으로 커피 맛을 바꾸는 건 옛날 방식"이라며 "이제 기술력으로 커피 맛을 조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가 스페셜티커피와 콜드브루 등 유행에 뒤처질 만큼 국내 커피 시장이 변화무쌍하게 변하고 있는 것이다. 아메리카노만 고집하던 커피전문점들의 상황은 더 안 좋다. 커피빈과 카페베네, 탐앤탐스 등 커피전문점 매출은 감소하거나 정체됐다.

커피는 단순 소비를 넘어 문화와 습관이 되고 있다. 앞으로도 커피 시장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시장 속에서 벌어지는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다. 더 맛있는 커피와 안락한 공간을 제공하는 커피회사가 '제2의 스타벅스'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