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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브루의 모든 것]①14시간의 기다림

  • 2016.06.27(월) 16:03

찬물로 3~14시간 우려낸 커피..작년 美 유행
국내 콜드브루 시장, 야쿠르트 아줌마가 선도

콜드브루(Cold Brew)는 아직 낯선 커피다. 1990년 말 아메리카노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처럼 콜드브루 단어 자체가 입에 붙지 않는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콜드브루는 식어가는 국내 커피 시장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콜드브루 열풍과 시장의 특징 등에 대해 알아봤다.[편집자]

 

콜드브루 [사진=스타벅스코리아]

 

지난 23일 찾은 서울 정동의 커피전문점 '루소'. 이번 달 새로 문을 연 이 매장은 매일 8시간씩 더치커피를 내리고 있다. 더치커피는 콜드브루 제조 방식 중 한가지로, 원두에 상온의 물을 한 방울씩 떨어뜨려 커피를 만드는 방식(점적식, 點滴式)이다. 커피가 한 방울씩 떨어져 '커피의 눈물'이라 불린다.

바리스타 출신이자 루소를 운영하는 씨케이 코퍼레이션즈(CK CORPORATIONS) 강두웅 부문장은 "원두를 찬물로 천천히 적셔 커피를 우려내는 과정"이라며 "8시간 우려 만들 수 있는 커피는 고작 7잔 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커피박람회에 참석한 바리스타가 커피 향을 맡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시간으로 우려내는 커피

브루(Brew)는 맥주를 양조하거나 차를 우려낸다는 뜻이다. 콜드브루는 차갑게 우려낸 커피인 셈이다. 보통 커피나 녹차가 짧은 시간 내에 맛을 우려내기 위해 뜨거운 물을 쓰는 것과 정반대다. 차가운 물로 깊을 맛을 우려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콜드브루는 짧게는 3~4시간, 길게는 8~14시간 동안 원두를 찬물로 우려낸다.

1~2분이면 만들 수 있는 아메리카노와 비교하면, '커피의 와인'이란 수식어가 부담스럽지 않다. 아메리카노에 들어가는 에스프레소는 원두에 순간적으로 뜨거운 물과 압력을 가해 추출하고 있다.

루소의 신윤서 바리스타는 "에스프레소는 강한 압력으로 엑기스처럼 커피 진액을 뽑아낸 것이라면, 더치커피는 상온의 물로 커피를 와인처럼 숙성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간은 맛의 차이를 만들어 낸다. 콜드브루는 아메리카노와 달리 쓴맛이 거의 나지 않는다. 강 부문장은 "커피맛은 원두와 물이 얼마나 오랫동안 접촉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며 "강한 로스팅으로 짧은 시간에 압력을 가한 에스프레소는 쓴맛이, 중력에 의해 물이 한방울 씩 떨어지는 더치커피는 초콜릿 풍미와 단향이 많이 난다"고 설명했다.

 

더치커피 내리는 기기. 이명근 기자 qwe123@


◇ 美 콜드브루 열풍..국내로


전 세계에 아메리카노를 고유명사로 만든 스타벅스도 최근 콜드브루를 내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콜드브루가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자 올 4월부터 국내 스타벅스 매장에도 콜드브루를 도입한 것이다.

스타벅스는 원두에 물방울을 떨어트리는 루소와 달리, 티백처럼 원두를 찬물에 14시간 우려내는 침출식(浸出式)을 사용하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미국 본사에서 콜드브루 전용 원두를 들여와, 국내 100여개 매장에서 직접 커피를 우려내고 있다. 콜드브루는 국내 출시 50일 만에 30만 잔이 팔렸다.

김영욱 스타벅스코리아 음료기획팀 과장은 "지난해 미국 본사가 출시한 콜드브루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며 "올해 한국도 미국처럼 콜드브루가 뜨고 있다"고 말했다.

 

야쿠르트 아줌마 안미숙(왼쪽) 씨가 고객에게 콜드브루를 전달하고 있다.[사진=한국야쿠르트]


◇ 야쿠르트 아줌마의 힘

국내 콜드브루 시장은 출발점이 다소 특이하다. 콜드브루 열풍이 야쿠르트 아줌마로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한국야쿠르트가 스타벅스코리아보다 한발 앞선 올 3월 '콜드브루 by 바빈스키'(Cold Brew by Babinski)를 출시하면서, 야쿠르트 아줌마는 국내 콜드브루 시장에 '전도사'가 됐다.

한국야쿠르트는 로스팅 후 10일만 판매하는 파격적인 유통기한을 도입했다. 전국 1만3000여명의 야쿠르트 아줌마의 판매망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시도였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콜드브루 by 바빈스키'는 출시 100일 만에 700만개가 팔려나갔다. 매출로는 140억원 수준이다. 소비자들이 먼저 야쿠르트 아줌마를 찾기 시작했다. 야쿠르트 아줌마 찾기 기능이 있는 '한국야쿠르트 모바일 앱' 다운로드 건수는 올 3월 5만여 건에서 지난 21일 기준 7만9028건으로 증가했다. 3개월 만에 약 3만 건이 늘어난 것이다.

경기도 원당에서 근무하는 야쿠르트 아줌마 조영희 씨는 "요즘 아가씨들이 '아줌마'하며 찾아와 커피를 사 가는 일이 많아졌다"며 "콜드브루 덕에 젊은 고객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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