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콜드브루의 모든 것]②대량생산의 비밀

  • 2016.06.28(화) 15:29

콜드브루 대량생산 연구원 인터뷰
농도·무첨가·물 등 핵심 기술 개발

작년 봄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 신상익 수석연구원(멀티상품팀장)은 커피전문점에서 눈물처럼 뚝뚝 떨어지는 더치커피를 보며, 고민에 빠졌다. '저걸 어떻게 하면 상용화할 수 있을까?' 당시 한국야쿠르트는 뒤늦게 커피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뾰족한 방법은 없었다. 47년간 발효유만 만들던 회사가 가진 노하우도 없었고, 신 연구원은 그간 라면과 건강기능식품만 연구하던 '커피 초짜'였다. 그와 팀원 6명은 몸으로 부딪혔다. 연구 기간 동안 하루에 커피 30잔을 넘게 마시며, 커피에 대해 연구했다.

1년간의 연구 끝에 올 3월 '콜드브루 by 바빈스키'(Cold Brew by Babinski)가 나왔다. 초기 반응은 뜨겁다. 100일 만에 700만개(140억원)가 팔렸고, 스타벅스·남양유업·매일유업 등 커피업계 선두들이 뒤따라왔다.

지난 23일 한국야쿠르트 본사에서 만난 신 연구원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콜드브루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핵심기술로 ▲브릭스(Brix, 농도 측정 단위) ▲무첨가 ▲물 등 3가지를 꼽았다. 가장 큰 고비를 묻는 질문엔 "첨가제를 넣지 않고 라떼와 커피 원액을 섞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에 대해 좀더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자 그는 "말해줄 수 없는 노하우"라고 선을 그었다.

 

신상익 연구원이 '콜드브루 by 바빈스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한국야쿠르트]

 

-어떻게 콜드브루 개발에 참여하게 됐나?
 
"작년 초 회사가 사업 아이디어를 냈다. 그에 따라 커피 시장 전체를 검토하며, 어떤 커피를 만들건지 고민했다. 후발주자다보니, 특징 있는 더치커피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 당시 커피숍에서 오랜 시간 동안 더치커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을 봤는데, 어떻게 상용화할지가 고민이었다."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는 전문가인가?

"이전까지 라면이나 건강기능식품 연구를 주로 해왔다. 커피 연구는 처음이다. 하지만 집사람이 카페를 운영해서, 커피에 관심은 있었다. 나 말고도 팀원 6명이 모두 커피를 모르는 친구들이었다. 우리는 스스로를 어벤져스라 불렀다."

-콜드브루 자체가 만들기 어려운 커피다.

"소량은 생산 할 수 있다. 콜드브루를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해선 기술이 필요했다. 다른 업체들도 콜드브루 대량생산은 시도해보지 않았다. 싼타페 커피를 만드는 계열사 팔도는 (콜드브루 대량생산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상용화를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콜드브루는 최대 14시간은 커피를 내려야 하는데, 상용화하기는 너무 길었다."

-연구 초기 시행착오도 많았겠다.

"커피를 처음 만들다 보니, 이상한 맛이 반복 되더라. 일례로 연구소와 공장에서 만든 커피 맛이 달랐다. 물이 달라서였다. 그 때부터 물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한 달 동안 연구원들이 돌아가며 밤을 샜다. 하루에 30잔 정도 커피를 마셨다. 샘플도 마시고, 경쟁사 커피와 비교했다."

-연구 결과는 성과가 있었나?

"'콜드브루 by 바빈스키' 핵심 기술은 브릭스·무첨가·물 등 3가지다. 브릭스가 낮으면 맛의 차별성이 떨어진다. 고농도 추출액 기술을 보유한 협력업체를 찾아 상용화 기술을 개발했다. 고농도 기술 덕분에 더치커피를 내리는 시간을 1~2시간으로 줄일 수 있었다. 또 무첨가 커피를 만들기 쉽지 않았다. 산도조절제 등 첨가제를 넣지 않으면 유통기간 동안에 커피 맛이 계속 변한다. 물도 그냥 수돗물을 쓰면 안 된다. 경도와 염소성분 등에 따라 커피 맛이 달라졌다. 구체적인 것들은 알려줄 수 없다. 해당 기술은 특허를 준비 중이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있는 '콜드브루 by 바빈스키' 팝업스토어.


-가장 어려웠던 기술은?

"라떼를 개발할 때 고민이 많았다. 첨가제를 넣지 않으니 커피 원액과 우유가 섞이지 않았다. 아무리 섞어도 몇 시간을 못 버티고 우유와 커피가 층을 이뤘다. 우유와 커피 원액을 따로 패키징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다. 결국 물리적으로 우유와 커피가 잘 분산되게 하는 방안을 찾았다. 알고 보면 별거 아니었다. 그 기술도 말해 줄 수 없다."

-커피 전문점에서 만든 콜드브루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더라.

"다른 회사의 콜드브루 맛과 비교해 보면, 한국야쿠르트 제품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거다. 단순한 원두 차이가 아닌 기술력의 차이다. 커피 맛을 로스팅이나 원두 조합으로 바꾸겠다는 생각은 옛날 방식이다. 커피 맛은 제조 기술을 통해 조절할 수 있다."

-유통기한을 10일로 한 것이 인상적이다.

"커피 맛은 시간에 따라 변한다. 어느 때 가장 맛있고 신선하게 먹을 수 있을까는 사람마다 다르다. 여러 테스트를 통해 10일까지는 커피 맛에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10일 이후부터는 맛의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콜드브루 by 바빈스키' 반응이 좋다. 기분이 어떤가?
 
"식품 연구원들은 자기가 개발한 제품을 자기 새끼라 생각한다. 내 모든 기술과 노하우가 전수된 새끼가 잘 팔리면 뿌듯하다. 그리고 이번에 안 해본 일을 하니 더 좋았다. 백지상태에서 시작했는데,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하나하나 알아가는 과정이 연구원 입장에서 행복했다."

연구자로서 성취감이 아닌, 개인적 행복함을 느끼는 그에게서 콜드브루 성공의 비결이 언뜻 보이는 듯 했다.

 

◇ 신상익 연구원은..


현재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 수석연구원(멀티상품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단국대학교에서 식품공학과를 전공하고 서울대에서 석·박사를 받았다. 2005년 한국야쿠르트에 입사해 라면, 건강기능식품, 음료제형 개발을 맡았다. 팔도 비빔면도 그의 손을 거쳤다. SCI급 논문 10편과 실용특허출원 2건 등으로 보유하고 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