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 양재동 이마트 주류코너에서 주류회사들이 경품·할인 행사를 열고 있었다. 맥주는 감자칩과 술잔 등을 경품으로 내걸었고, 소주는 병당 40~60원의 할인쿠폰을 증정했다. 식품코너에서 두부나 우유 등이 '1+1'의 끼워팔기를 하는 것에 비하면, 인색한 조건. 김현정 씨(31)는 "술이 할인을 잘 안 하는 것은 술값(출고가)이 비싸서 그러려니 한다"고 말했다.
술에 붙는 경품은 넘어산 안 될 '선'이 있다. 바로 ‘5% 룰’이다. 국세청 고시는 주류제조업체가 '주류 거래금액의 5%를 초과하는 소비자경품을 제공하거나 주류 병마개 또는 상표를 이용해 경품을 제공해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세청은 술을 파는 유통점에 대한 규제도 하고 있다. 국세청 고시는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이 '주류를 실제구입가 이하로 팔면 안 되고, 주류 또는 주류교환권을 경품으로 제공할 수 없다'고 제한하고 있다.
'맥주 6캔에 라면 한 봉지'도 이 법규에서 나왔다. 할인도 마찬가지다. 355ml '카스' 6캔의 할인쿠폰(350원)은 판매가 8220원의 4.5% 수준이고, '처음처럼'(360ml) 할인쿠폰은 판매가(1130원)의 4.4%인 50원이다.
올 7월 하이트진로는 '망고링고가 맛없으면 전액 환불해주겠다'는 캠페인을 하루 만에 철회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마케팅이 관할 세무서장 승인 없이 기증주나 주류 교환권을 무상으로 제공할 수 없다는 국세청 고시를 위반하면서다. 국세청이 환불 캠페인을 사실상 '공짜 술'로 해석한 것이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소주와 맥주는 출고가의 72%가 세금이다 보니, 정부는 주류회사에 대해 깐깐한 규제 정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업계는 풀 수 있는 부분은 풀어달라고 국세청에 요구하고 있다. 바로 '추첨 등을 통한 경품행사'다. 국세청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한 범위(단일 경품 2000만원 이내, 경품 총액이 상품매출 3% 이내) 내에서만 주류회사의 추첨 경품 행사를 허용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경품류 제공에 관한 불공정거래 행위의 유형 및 기준고시'에 따라서다.
그런데 올 6월 공정위가 이 규제를 폐지했다. 국세청은 '근거'가 사라졌지만, 추첨 경품 규제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주류수입협회는 최근 열린 총회에서 내년 주요 사업으로 경품 관련 규정을 현실화해 줄 것을 국세청 측에 요청하기로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주류 시장을 성장시켜나갈 산업이 아닌 규제의 영역으로 보고 있다"며 "최근 국내 주류 시장이 침체되면서 풀수 있는 규제는 풀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