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 : 김용민 기자 /kym5380@ |
수출과 수입의 구분은 국경을 어느 방향으로 넘느냐에 달려 있죠. 국경 안으로 넘어 오는 물품은 수입이고, 국경 밖으로 나가는 물품은 수출입니다.
국경 안으로 들어오는 수입물품에는 일종의 통행세 개념의 관세를 부과하는데요. 반대로 국경밖으로 나가는 수출물품은 도착하는 나라의 국경을 넘을 때 관세를 내게 됩니다. 그래서 수출입을 이야기 할 때에는 국가 주권과 관련된 국경의 의미와는 좀 다르게 관세국경이라는 용어를 씁니다.
그런데 수출과 수입의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있는데요. 바로 면세점입니다. 듀티프리(Duty Free)로 부르는 시내면세점이나 공항출국장면세점은 수출과 수입이 보류된 물품을 판매하는데요. 이른바 관세국경을 넘기 전에 살짝 걸쳐 있는 정도로 봐야하겠죠.
면세점 물품은 수출입 통관이 보류된 상태이기 때문에 관세 등 세금의 부과도 보류돼 있는데요. 세금부과가 보류된 보세물품을 판매한다는 뜻에서 법적으로는 '보세판매장'이라고 칭합니다.
결국 면세점에서 판매되는 물품은 수출품도 아니고 수입품도 아닌 건데요. 최근에 면세점에서 파는 물품 중에서도 국산품에 한해서는 '수출품'이라는 이름표를 달도록 법이 바뀌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외국인이 면세점에서 국산품을 사는 것을 수출로 구분하고 관련 매출도 수출실적에 포함시킨다는 내용인데요. 외국사람이 국산품을 구입해 가는 것이니 수출 같긴 한데 내용을 좀 자세히 들여다 보면 뭔가 이상합니다.
면세점 국산품 매출을 수출실적에 포함시키자는 얘기는 지난 7월에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고 10월 18일에 법령이 개정됐습니다. 수출신고를 쉽게 하도록 하는 관세청 규정도 최근에 바뀌었죠. 외국인이 물품을 사고 외국으로 곧장 떠나기 때문에 수출과 다를 바 없는데 수출실적에서 제외돼 형평에 어긋난다는 것이 개정의 배경이라고 하는데요. 하지만 면세점에서 외국인에게 팔린 국산품을 수출로 규정하기에는 찜찜한 구석이 적지 않습니다.
# 시내면세점에서 구매후 바로 써도 수출?
우선 면세점에서 외국인에게 국산품이 팔리고 있는 형태를 보면요. 주로 시내면세점에서 판매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2015년 외국인을 통한 면세점 매출은 시내면세점(43억3400만달러)이 출국장면세점(10억7100만달러)의 4배 수준으로 높습니다.
많은 외국인이 우리나라를 떠날 때가 아니라 체류중일 때 면세점을 방문하고 물품을 구매한다는 거죠. 그런데 외국인과 내국인의 시내면세점 물품 수령방식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관세청의 보세판매장 운영에 관한 고시를 보면 내국인은 시내면세점에서 물건을 사면 국산품이든 수입품이든 곧바로 수령할 수 없고 구매확인증만 받은 후 출국할 때 공항 등의 인도장에서 물건을 찾아가야 하는데요. 외국인은 좀 다릅니다. 외국인도 시내면세점에서 수입물품을 구매하면 현장 수령을 못하지만 국산품을 구매하면 현장에서 바로 수령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일본인이 한국산 김을 명동의 시내면세점에서 구입한 후 일본으로 가져가도 되지만 한국에서 묵고 있는 호텔에서 먹을 수도 있는거죠. 중국인이 시내면세점에서 설화수 화장품을 샀다면 출국하기 전에 포장을 뜯어서 얼굴에 바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수출과 수입의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있는데요. 바로 면세점입니다. 듀티프리(Duty Free)로 부르는 시내면세점이나 공항출국장면세점은 수출과 수입이 보류된 물품을 판매하는데요. 이른바 관세국경을 넘기 전에 살짝 걸쳐 있는 정도로 봐야하겠죠.
면세점 물품은 수출입 통관이 보류된 상태이기 때문에 관세 등 세금의 부과도 보류돼 있는데요. 세금부과가 보류된 보세물품을 판매한다는 뜻에서 법적으로는 '보세판매장'이라고 칭합니다.
결국 면세점에서 판매되는 물품은 수출품도 아니고 수입품도 아닌 건데요. 최근에 면세점에서 파는 물품 중에서도 국산품에 한해서는 '수출품'이라는 이름표를 달도록 법이 바뀌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외국인이 면세점에서 국산품을 사는 것을 수출로 구분하고 관련 매출도 수출실적에 포함시킨다는 내용인데요. 외국사람이 국산품을 구입해 가는 것이니 수출 같긴 한데 내용을 좀 자세히 들여다 보면 뭔가 이상합니다.
면세점 국산품 매출을 수출실적에 포함시키자는 얘기는 지난 7월에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고 10월 18일에 법령이 개정됐습니다. 수출신고를 쉽게 하도록 하는 관세청 규정도 최근에 바뀌었죠. 외국인이 물품을 사고 외국으로 곧장 떠나기 때문에 수출과 다를 바 없는데 수출실적에서 제외돼 형평에 어긋난다는 것이 개정의 배경이라고 하는데요. 하지만 면세점에서 외국인에게 팔린 국산품을 수출로 규정하기에는 찜찜한 구석이 적지 않습니다.
# 시내면세점에서 구매후 바로 써도 수출?
우선 면세점에서 외국인에게 국산품이 팔리고 있는 형태를 보면요. 주로 시내면세점에서 판매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2015년 외국인을 통한 면세점 매출은 시내면세점(43억3400만달러)이 출국장면세점(10억7100만달러)의 4배 수준으로 높습니다.
많은 외국인이 우리나라를 떠날 때가 아니라 체류중일 때 면세점을 방문하고 물품을 구매한다는 거죠. 그런데 외국인과 내국인의 시내면세점 물품 수령방식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관세청의 보세판매장 운영에 관한 고시를 보면 내국인은 시내면세점에서 물건을 사면 국산품이든 수입품이든 곧바로 수령할 수 없고 구매확인증만 받은 후 출국할 때 공항 등의 인도장에서 물건을 찾아가야 하는데요. 외국인은 좀 다릅니다. 외국인도 시내면세점에서 수입물품을 구매하면 현장 수령을 못하지만 국산품을 구매하면 현장에서 바로 수령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일본인이 한국산 김을 명동의 시내면세점에서 구입한 후 일본으로 가져가도 되지만 한국에서 묵고 있는 호텔에서 먹을 수도 있는거죠. 중국인이 시내면세점에서 설화수 화장품을 샀다면 출국하기 전에 포장을 뜯어서 얼굴에 바를 수도 있습니다.
이번 법령개정으로 한국에서 구매한 한국산 물품이 한국에서 소비되는데도 면세점에서 구입됐다는 이유로 수출품이 될 수 있는 것인데요. 이 경우 외국인이 동일한 물품을 면세점이 아닌 곳에서 구입했을 때와의 형평성에 문제가 생깁니다. 또한 단지 외국사람이 구매했다고 해서 수출품이 되고 수출실적에 포함되어야 한다면 외국인들이 국내 식당에서 설렁탕 한그릇을 먹은 것도 수출실적에 포함되어야 형평에 맞겠죠.
# 수입품 구매는 왜 수입실적에 안 넣나
면세점에서 외국인이 국산품을 구매한 것이 수출이라면 면세점에서 내국인이 수입품을 구매한 것은 수입이 돼야 합니다. 하지만 수출규정만 바뀌고 수입규정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내국인이 면세점에서 수입물품을 구입한 후 출국했다가 다시 가지고 들어오는 경우(많은 사람이 이렇게 하고 있죠), 입국면세한도인 600달러를 넘지 않으면 수입신고를 하지 않아도 되고 세금도 낼 필요가 없습니다. 단지 여행자 입국신고서에 '신고사항 없음'에 체크만 하기 때문에 그 실적이 수입통계로 잡힐리 없습니다. 다만 세금신고 대상인 600달러 이상만 수입통계에 잡히죠.
외국에서 물건을 들여올 경우 기본 개념은 수입이지만 여행객의 개인사용물품은 수입으로 보지 않는 것인데, 수출실적에 반영되는 면세점 국산품 매출과 비교하면 형평에 어긋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슷한 사례로 면세점을 이용하지 않고 해외쇼핑몰에서 600달러 이하의 물품을 해외직구로 구매할 경우에는 수입신고서를 꼭 작성하게 돼 있습니다. 당연히 수입실적으로 잡히고, 해외직구 면세한도인 150달러(미국산은 200달러)를 넘으면 세금까지 내야 합니다. 정부의 이번 법령개정으로 수출과 수입의 정의가 더 모호해졌습니다.
# 수출실적 숫자 채우기 급급한 발상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억지 논리가 적용돼 법령까지 바뀐 배경은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바로 수출실적 부진인데요. 한국무역협회 자료를 보면 올해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5.6% 감소한 4970억달러로 예상됩니다. 지난해(-8%)에 이어 2년 연속 감소했는데요. 수출이 2년 연속으로 마이너스 행진을 한 것은 60년만에 처음 있는 일일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는군요.
정책당국의 입장에서는 수출실적을 조금이라도 올릴 필요가 있었을 겁니다. 실제로 면세점에서 판매되는 국산품은 지난해 3조4000억원어치에 달했고, 올해 7월까지만 2조8000억원어치가 팔렸습니다. 달러로 환산하면 연간 30억달러 상당의 국산품이 팔린거죠.
면세점에서 팔린 국산품 매출을 수출실적에 포함시키면서 전체 수출실적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올해 월별 수출액은 6월 452억달러에서 7월 408억달러, 8월 401억달러, 9월 408억달러로 답보상태를 보였다가 법령이 개정(10월18일)된 10월에 419억달러로 증가한 후 11월에는 454억달러까지 올랐습니니다.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억지 논리가 적용돼 법령까지 바뀐 배경은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바로 수출실적 부진인데요. 한국무역협회 자료를 보면 올해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5.6% 감소한 4970억달러로 예상됩니다. 지난해(-8%)에 이어 2년 연속 감소했는데요. 수출이 2년 연속으로 마이너스 행진을 한 것은 60년만에 처음 있는 일일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는군요.
정책당국의 입장에서는 수출실적을 조금이라도 올릴 필요가 있었을 겁니다. 실제로 면세점에서 판매되는 국산품은 지난해 3조4000억원어치에 달했고, 올해 7월까지만 2조8000억원어치가 팔렸습니다. 달러로 환산하면 연간 30억달러 상당의 국산품이 팔린거죠.
면세점에서 팔린 국산품 매출을 수출실적에 포함시키면서 전체 수출실적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올해 월별 수출액은 6월 452억달러에서 7월 408억달러, 8월 401억달러, 9월 408억달러로 답보상태를 보였다가 법령이 개정(10월18일)된 10월에 419억달러로 증가한 후 11월에는 454억달러까지 올랐습니니다.
외국인 개개인이 면세점에서 국산품을 구매할 때마다 수출건수로 잡히는데요. 그래서인지 건수 실적은 더 많이 늘었습니다. 올해 9월과 10월 모두 64만건에 그쳤던 수출건수는 11월에 90만건으로 폭증했습니다. 월간실적이 90만건을 넘긴 적은 올들어 처음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에도 전체 수출실적 하락세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수출은 다양한 대외무역환경의 변화와 국내 기업의 상품경쟁력 등이 좌우합니다. 어설픈 꼼수로 수치를 끌어올리기보다는 제대로 된 무역정책 수립과 수출기업 육성에 힘을 쏟아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