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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맥주가격 인상 '수싸움'

  • 2016.12.13(화) 15:49

하이트·클라우드, 실적과 점유율 사이 고민

 

가격 인상이냐 점유율 확대냐.

 

국내 맥주 시장 2위 하이트진로가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한쪽 길은 업계 선두 오비맥주를 따라 맥주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다른 한쪽은 당분간 인상을 유보하며 가격경쟁력으로 점유율을 확대하는 길이죠.


보통 가격 인상 길은 업계 1위가 개척하고, 후발주자들은 떠밀리는 척 인상 대열에 합류합니다. 지난해 소주도 1위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이 가격을 인상한 뒤 롯데칠성음료 주류사업부(이하 롯데주류) '처음처럼' 등이 줄줄이 가격을 올렸습니다.

갈림길에 선 하이트진로가 머뭇거릴 필요가 없는 것이죠. 여기에 회사 실적을 보면, 가격 인상 길로 가는 것이 '정도'입니다. 하이트진로의 올 1~3분기 맥주부문 영업손실은 222억원. 이 손실을 메우기 위해서라도 당장 맥주 가격을 올려야 하는 것이죠.

지난 10월 말 오비맥주가 가격인상 계획을 발표하자, 하이트진로 주가가 오를 정도로 주식시장에서 관심도 컸습니다. 그런데 눈앞의 이익보다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점유율이죠. '2등'이 '1등'보다 싼 가격을 앞세워 점유율을 확대할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대표적 장치산업인 맥주는 업계 1위가 이익을 대부분 가져가는 승자독식 시장입니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3862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반면 하이트진로 맥주사업부는 4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눈앞의 이익보다 점유율이 더 중요한 것이죠.

특히 수입 맥주 공세가 강화되고 있고, 내년 업계 3위 롯데주류가 맥주 공장 증설을 앞두고 있어 갈수록 점유율을 늘리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하이트진로가 '울며 겨자 먹기'로 점유율 확대 길을 걷고 있지만, 가격 인상으로 행로를 바꾸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벌써 시장에 가격 인상소문이 파다한 가운데 현재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내년 1월부터 오른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죠.

주류회사 영업사원이 가격 인상 직전 술집 주인에게 슬쩍 '정보'를 흘리는 것은 일종의 '영업전략'입니다. 영업사원은 밀어내기로 초과 실적을 낼 수 있고, 술집은 가격 인상 전에 미리 맥주를 쟁여둘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비맥주도 올 한해 가격 인상 '소문' 덕에 반사이익을 누렸습니다. 오비맥주 가격 인상 소문은 지난해부터 시나브로 퍼지기 시작했고, 소문이 재생산될 때마다 술집들은 '카스'를 쟁여두는 것이 반복됐다고 합니다.

올해 '소맥' 시장이 정체된 가운데 '카스'와 '하이트'의 격차가 더 벌어진 것도 '소문과 사재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하이트진로가 벌어진 점유율을 다시 좁히기 위해서라도 이 전략을 그대로 펼칠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롯데주류도 '클라우드' 가격 인상을 두고 눈치를 보고 있긴 마찬가지입니다. 클라우드는 2013년 출시 때부터 하이트와 카스보다 15%가량 비싸게 출시된 터라, 이번에 가격을 올리기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여기에 롯데주류 맥주사업부는 아직 영업손실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갈림길에 선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가 언제까지 가격 인상을 유보하며, 점유율 싸움을 벌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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