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 : 김용민 기자 /kym5380@ |
통계청의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15세 이상 인구 중 미혼 비율은 전 연령대에서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결혼 적령기로 꼽히는 30대의 미혼인구 비율은 2010년 29.2%에서 2015년 36.3%로 가장 크게 증가했다.
미혼인구의 증가는 저출산 문제로 이어지는데, 정부가 올해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세금지원 카드를 꺼내 들었다. 결혼하면 그 해 1인당 50만원을 세금에서 빼주는 혼인세액공제 제도를 도입키로 한 것.
혼인세액공제는 근로소득 7000만원 이하 근로자이거나 종합소득 5500만원 이하면 대상이 되도록 설계됐는데, 1인당 50만원의 세액공제를 해주기 때문에 맞벌이를 하는 경우 결혼하는 1쌍당 최대 100만원의 절세효과가 생긴다.
제도를 설계한 기획재정부는 연간 약 20만명이 약 1000억원의 세금을 지원받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혼인세액공제를 통해 줄어드는 세수는 통상 신혼부부 통계를 감안해 1000억원으로 추산했다"며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50만원씩 20만명 정도가 혜택을 본다고 보면 되겠다"고 설명했다.
# 가난한 신혼부부에겐 그림의 떡
그런데 혼인세액공제는 제도의 수혜자가 고소득 신혼부부에게 집중되는 결함을 갖고 있다. 내야 할 세금을 빼주는 세액공제 특성상 내야 할 세금이 없거나 적으면 세액공제를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고, 반대로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에게는 많은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26일에 발표된 통계청의 '2015년 신혼부부 통계'를 보면 2015년 소득이 있는 임금근로자 중 결혼 1년차인 초혼 신혼부부는 모두 17만3722쌍인데 이중 부부합산소득 1000만원 미만인 신혼부부가 8871쌍이고, 3000만원 미만인 신혼부부도 4만1075쌍에 달했다.
국세청이 매달 소득세를 떼가는 기준인 근로소득 간이세액표를 적용하면 부양가족이 본인 외 배우자 1인만 있는 근로자는 월급여 133만원, 연소득 1596만원 이하이면 면세점에 포함돼 납부할 소득세가 없다. 부부합산소득기준(부부가 동일한 소득일 경우로 가정)으로는 연소득 3192만원 이하인 신혼부부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은 결혼에 골인해도 혼인세액공제혜택을 받을 수 없는 셈이다.
# 6480만원 넘어야 100만원 공제 가능
혼인세액공제를 부부 각각 50만원씩 100만원을 전액 다 받으려면 소득이 많아서 낼 세금이 1인당 최소 50만원이 넘어야 한다. 간이세액표에 적용하면 월급여로는 270만원, 연간기준으로는 3240만원 이상을 벌어야 소득세를 최소 50만원 부담하는데, 맞벌이 기준으로는 부부합산소득이 6480만원은 넘어야 전액공제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2015년 기준 맞벌이로 5000만원 넘는 소득을 올리는 신혼부부는 6만7326쌍이고, 소득이 7000만원 넘는 맞벌이 신혼부부는 4만572쌍이다. 소득이 많은 이들도 인적공제나 신용카드소득공제 등 다른 소득공제를 하나도 받지 못한다고 가정해야만 100만원의 혼인세액공제를 전액받을 수 있다.
▲ 그래픽 : 변혜준 기자/jjun009@ |
# 남녀 합해 100만원, 결혼유인 효과 있나
결론적으로 혼인세액공제는 부부가 최대 1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혜택이지만, 그마저도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계층에게만 혜택이 집중되도록 설계된 것으로 확인된다. 정작 혼인비용 지원이 필요한 저소득층에게는 혜택이 거의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설사 1인당 50만원, 부부 최대 100만원을 다 받는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정책 목표인 결혼 유인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혼인세액공제는 결혼비용을 지원하는 정책인데, 평균 결혼비용을 생각하면 그 규모가 너무 적다. 웨딩컨설팅 업체 듀오웨드가 지난해 내 놓은 '2016 결혼비용 실태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신혼부부의 평균 결혼비용은 2억7400만원이다. 이중 주거비용이 약 70%로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예식장(2081만원) 예단(1832만원) 예물(1826만원) 혼수용품(1628만원) 등도 만만치 않다. 각종 절차와 비용을 최소화하는 스몰웨딩이 유행이지만 50만원, 100만원은 결혼지원금으로는 와닿지 않는 금액이다.
홍기용 납세자연합회 명예회장(인천대 경영대학장)은 "세액공제는 낼 세금이 없는 저소득층에게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계층이라도 세금 50만원, 100만원 때문에 결혼하는 사람을 없을 것"이라며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해결해주고 소득을 늘려주는 등 결혼을 하기 위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급선무이다. 혼인세액공제는 애 더 낳으라고 세금 깎아주는 자녀세액공제처럼 실효성이 없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