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음료 주류사업부(이하 롯데주류)가 고민에 빠졌습니다. 오는 6월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는 제 2맥주 공장에서 어떤 맥주를 만들 것이냐를 두고서죠. 두 갈래 길입니다. 기존대로 '물 타지 않은' 맥주 '클라우드'를 추가로 생산하는 길과 새로운 맥주를 출시하는 길이죠.
◇ 익숙한 길
먼저 첫 번째 길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기존 전략을 고수하는 길입니다. 롯데주류는 2014년 '클라우드'를 출시하며, 맥주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양분하고 있는 맥주 시장에서 후발주자가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차별화였습니다. 롯데주류는 발효 원액에 물을 타지 않는 '오리지널 그래비티'(Original Gravity) 공법을 사용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 클라우드는 광고를 통해 "100% 맥주 발효원액 그대로 물 타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
'국산 맥주는 싱겁다'는 불만이 많았던 소비자들에게 '클라우드'의 차별화 전략은 적중했습니다. 기존 국내 맥주 시장을 양분했던 '카스'와 '하이트'는 시원하고 가벼운 맛이 특징인데, 일부 소비자들은 '밍밍하다'고 혹평하기도 합니다. '클라우드'는 이 틈새 시장을 공략하며 단숨에 점유율을 4%까지 늘렸습니다.
시장 안착엔 성공했지만, 한계도 드러났습니다. 일각에선 '클라우드'가 가정용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폭탄주 시장에선 큰 힘을 쓰지 못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출시 초기 유행했던 '구름처럼'(클라우드+처음처럼)도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결국 첫 번째 길은 롯데주류가 이미 가봤던 길입니다. 종착지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죠. '클라우드' 점유율을 1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죠. 그런데 갈림길에서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은 계속 남을 것입니다. 국내 맥주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폭탄주 시장에 대한 '갈증'이기도 합니다.
◇ 새 술은 새 부대에
다시 갈림길로 돌아와 보시죠. 두 번째 길로 들어서 보겠습니다. '클라우드'가 아닌 두 번째 맥주 브랜드를 제 2맥주공장에서 생산하는 길입니다. 공법은 '오리지널 그래비티'가 아닌 기존 국내 맥주 회사들이 적용하고 있는 '하이 그래비티'를 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맥주에 물을 타겠다'는 것이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폭탄주용 맥주'를 만들기 위해서죠.
한 업계 관계자는 "롯데주류 영업사원들이 회사에 폭탄주에 걸맞는 맥주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할 정도로 '클라우드'는 업소 영업에서 밀리고 있다"며 "이번에 롯데가 맥주에 물을 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사진 = 이명근 기자 qwe123@] |
경쟁사는 은근히 롯데주류가 '맥주에 물을 타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경쟁이 치열한 폭탄주 시장에 또 다른 경쟁자가 나타나지 않길 바라는 것이죠.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앞으로도 '물 타지 않은 맥주'로 간다면 '땡큐'"라며 "만약 '폭탄주용 맥주'를 내놓으면 진짜 맞대결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롯데주류가 두 번째 길을 택하더라도 풀어야 '숙제'가 있습니다. '물 타지 않은 맥주'가 좋은 맥주라고 광고해온 기존 전략과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아직 영업기반이 약한 롯데주류가 2가지 맥주 모두를 업소 냉장고에 넣을 수 있겠느냐는 문제도 있습니다. 결국 한 가지 브랜드는 약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입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오는 6월쯤 제 2공장에서 '제품'이 생산된다는 점만 확정됐다"며 "어떤 제품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조심스러운 입장만 내놓고 있습니다. 롯데주류가 어떤 선택을 하던 가뜩이나 경쟁이 치열한 맥주시장에서 쉬운 길은 없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