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주류가 다음달 출시하는 폭탄주용 맥주 '피츠(Fitz) 수퍼클리어'(이하 피츠) 가격 책정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국내 유흥업소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카스·하이트와 같은 가격에 팔면 경쟁력이 떨어지고 더 싸게 팔면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피츠'가 자사의 '클라우드' 시장을 잠식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일각에선 나오고 있다.
◇ "정면승부냐, 가격경쟁력이냐" 고민
20일 롯데주류는 오는 5월말 피츠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피츠는 카스와 하이트의 맥주를 겨냥한 폭탄주용 맥주다. 기존 클라우드가 맥아 100% 맥주였다면 피츠는 맥아 비중을 80%로 낮췄다. 카스와 하이트 맥아 비중은 70% 선이다.
롯데주류는 "2014년 출시된 클라우드가 프리미엄맥주 시장에 안착했고, 피츠로 스탠다드 시장(국내 맥주시장의 약 60% 추정)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겠다"고 설명했다.
롯데주류는 피츠 출시가 임박했지만 아직 판매가격을 결정하지 못했다. 회사 관계자는 "가격은 미정인데 여러가지를 두고 고민중"이라고 전했다.
현재 피츠 가격을 카스·하이트와 비슷하게 책정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카스(500㎖) 출고가는 1147원, 하이트는 1146.66원이다. 피츠가 카스와 하이트를 직접 겨냥한 제품인 만큼 출고가도 1140원대로 책정해 정면승부를 벌이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비슷한 가격대로는 후발주자로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 고민이다.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는 막강한 영업력을 바탕으로 유흥업소 시장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후발주자가 이 진입장벽을 깨기 위해 가장 쉽게 쓸 수 있는 카드는 가격이다.
롯데주류는 2014년 뒤늦게 맥주시장에 뛰어들면서 '과감한' 시도를 했었다. 당시 출시된 클라우드는 카스와 하이트 보다 15% 가량 비싸게 가격을 책정했다. 후발주자로서 내리긴 힘든 결정이었지만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며 시장점유율 4~5%를 확보했다.
가격을 경쟁제품보다 낮게 책정해 가격경쟁력으로 밀어붙일 수도 있지만, 문제는 수익성이다. 롯데주류(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 영업이익은 2014년 691억원, 2015년 452억원, 2016년 274억원으로 매년 떨어지고 있다. 작년 영업이익률은 3.4%에 불과하다. 2014년 클라우드 출시 이후 마케팅 비용이 늘었고, 맥주공장 2곳 건설에 총 8000억원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피츠까지 저가로 팔면 수익성은 더 악화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주류가 카스나 하이트보다 가격을 낮춰 제품을 출시한다는 얘기가 나왔다가 최근엔 다시 비슷한 가격대로 정면승부를 벌이는 쪽으로 얘기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사진= 이명근 기자] |
롯데주류 입장에선 또 다른 고민이 있다. 피츠가 클라우드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이른바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 한 회사 신제품이 기존 제품의 점유율을 잠식하는 효과)이다. 두 제품이 각각 다른 시장에서 자리잡아야 이 같은 잠식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한 제품 점유율이 10%는 넘어야 자생력이 생기는데 현재 클라우드 점유율은 4%에 불과하다"며 "롯데 입장에서는 유흥주점에 피츠와 클라우드를 모두 넣고 싶겠지만 점주는 둘 중 하나만 받고 싶어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