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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의 '최방길' 셈법

  • 2017.01.12(목) 15:59

올드보이 최방길 카드 해석 분분...페이스메이커 아닐듯
원활한 정권이양이냐 세대교체냐‥.한 회장의 선택 주목

한동우 신한금융지주회장이 '올드보이'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최방길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얘기입니다.

신한금융지주 지배구조 및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는 차기 회장 후보를 최종적으로 3명으로 압축하면서 조용병 신한은행장,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과 함께 최방길 전 사장의 이름을 올렸습니다. 진작에 조 행장과 위 사장의 2파전을 예상했지만 최 전 사장에 대해선 신한금융 안팎에서도 예상 밖의 인물이란 평가입니다.

물론 생소한 이름은 아닙니다. 언제부터인가 회장 후보군으로 거론되기 시작했으니까요. 하지만 최 전 사장은 지난 2012년말 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을 끝으로 현업을 떠난지 4년이 넘었습니다. 하마평 수준에 그칠 것이란 예상이 많았습니다.이런 예상을 뒤엎고 마지막 후보 세 명중 한명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2파전에서 3파전으로 바뀐 모양새인데요.

 

▲ 사진 왼쪽부터 조용병 신한은행장,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최방길 전 신한BNP파리바 사장



◇ 페이스 메이커 VS 다크호스

 


신한 내부적으로는 해석이 다소 엇갈리지만 최 전 사장을 두고 단순한 페이스메이커는 아닐 수 있다는 쪽에 무게가 실립니다. 일찍부터 예상됐던 조 행장과 위 사장의 양강구도, 굳이 따지자면 한발짝 앞서 있는 조 행장. 이들의 경쟁에 긴장을 불어 넣기 위한 수는 아니라는 것이죠. 그것도 주총 일정상 설 연휴 전까지는 차기 회장을 낙점해야 하는 빡빡한 일정 속에서 말이죠.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란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실제 신한금융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최 전 사장을 한동우 회장이 챙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한금융 그룹사 한 고위관계자도 "한동우 회장의 스타일 상 그냥 이름을 넣은 것은 아닐 것"이라며 "평판 조회나 인터뷰 등을 통해 한번 보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는 추측을 내놨습니다.

최 전 사장은 전략통 입니다. 신한금융지주 설립준비실장을 맡아 신한지주 설립에 기여했고, 옛 조흥은행과 신한은행 통합 과정에서도 큰 역할을 한 인물입니다. 조흥은행 인수 이후 혈혈단신 조흥은행으로 넘어가 2년간 조흥은행 기획 담당 부행장을 지내며 물리적인 은행 통합과 화학적 통합에 기여했다는 평가입니다.

 

다만 은행 통합과 함께 계열사인 SH자산운용 임원으로 나가야 했고요. 그룹의 맏형 격인 은행 부행장 경력이 길지 않고 현직을 떠난지 오래됐다는 점에서 다른 후보들보다 열세에 놓여 있는 상황입니다.

 

 

◇ 원활한 정권이양 VS 세대교체

 

그럼에도 최 전 사장이 힘을 받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조용병 행장(60)이나 위성호 사장(59)이 각각 57년생, 58년생으로 48년생(69)인 한동우 회장과는 무려 10년의 차이가 납니다. 조 행장이나 위 사장이 차기 회장이 되면 급격한 세대교체가 불가피하겠죠.

최방길 전 사장은 51년생으로 올해 만 66세란 점에서 이를 완화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본 겁니다. 게다가 조용병 행장이나 위성호 사장 누구든 회장에 오를 경우 회장의 나이제한 규정이 만 70세인 점을 고려하면 3연임이 가능한 구조입니다.

신한은 지난 2010년 신한사태라는 아픔을 겪은 바 있습니다. 라응찬 전 회장의 장기집권 과정에서 벌어진 내분인데요. 이 때문에 3연임 혹은 장기집권에 대한 트라우마가 남아 있습니다. 그룹사 안팎의 부정적 시각도 있고요. 이를 애초에 차단하려는 의도도 엿보입니다.

또 다른 측면에선 한 회장이 회장과 행장을 모두 뽑는 현재 시스템에서 차기 회장과 행장간에 잡음이 나올 소지도 다분합니다. 급격하게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만큼 회장 후보들과 행장 후보간 연배 차이도 크지 않고요. 하지만 반대로 최방길 전 사장은 한차례 회장직을 수행한 후 결국 자리를 물려줘야 합니다. 연임을 할 수 없는 회장인 셈이죠. 안정적인 세대교체를 위한 브릿지(다리) 역할이기도 하고요.

이런 이유로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신한금융 또 다른 관계자는 "신한의 문화나 정서상 (회장직을)길게 가면서 장기적으로 전략방향을 세우고, 연속성을 가져가는 구도였다"면서 "원활한 정권이양이라는 필요성에서 3년만 맡아 큰 전략을 세우고 이어가기엔 역부족"이라고 꼬집습니다. 논리적인 타당성도 부족하다는 겁니다. 

 

신한 인사는 기자들 사이에선 물 먹지(?) 않기로 유명합니다. 괜히 썼다가 오보를 내기 십상입니다. 그만큼 외부로 새나오질 않는다는 건데요. 회추위원들도 입을 꽉 다물고 있습니다. 또 다시 '올드보이의 귀환'이 될지 '세대교체'가 이뤄질지 오는 19일 한 회장의 선택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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