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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서 조우한 롯데家…"모두 총괄회장 결정"

  • 2017.03.20(월) 19:23

신격호 총괄회장 재판 이해 못해 20분만에 퇴정
총수일가, '한목소리'로 무죄 주장‥"개입 안했다"

다음달 창립 50주년을 맞는 롯데그룹의 총수일가가 한자리에 모였다. 다만 기념식이 아닌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서다.

롯데그룹 계열사를 이용해 수백억원대의 무노동 급여 등 각종 이권을 챙긴 혐의(특경가법상 횡령·배임)로 재판에 넘겨진 총수일가 전원은 정식 재판 첫날 관련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20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재판장 김상동) 심리로 열린 롯데그룹 횡령·배임 사건 제1차 공판기일에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신 총괄회장의 세번째 부인인 서미경씨, 장남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출석해 무죄를 주장했다.


▲ 왼쪽부터 신동빈 회장,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주 전 부회장. 사진: 이명근 기자 qwe123@

'경영비리' 사건으로 수십년만에 한자리에서 서게 된 롯데그룹 총수일가는 어두운 표정으로 등장했다. 신 이사장의 경우 롯데면세점 입점업체 선정 과정에서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또 다른 사건에서 구속돼 포토라인을 거치지 않고 하늘색 수의 차림으로 법정에 나타났다. 

불구속 기소된 총수일가 중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것은 서미경씨다. 서씨는 공식 석상으로는 36년만에 세간에 나타났다. 검정색 정장차림의 그녀는 재판 시작 30분 전 담담한 표정으로 법원에 들어섰다.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은 각각 1시 45분과 1시 50분에 시차를 달리해 출석했다.

신 총괄회장은 약 25분 지각 출석했다. 한손에는 지팡이를 쥐고 휠체어를 탄 채 아래에는 두꺼운 담요를 덮고 있었다. 비서들의 도움으로 힘겹게 법정에 등장한 신 총괄회장은 입장 직후 한국어와 일본어를 섞은듯한 알아듣기 어려운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재판부가 첫 공판기일 절차에 따라 생년월일과 주소지, 본적지 등에 대해 물었지만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신 총괄회장은 변호인 한 명을 사이에 두고 앉은 차남 신동빈 회장에게 "여기가 어디냐" 등과 같은 질문을 여러 차례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신 회장을 신 총괄회장 옆자리로 옮겨 앉도록 지시했다. 상기된 표정의 신동빈 회장은 종이와 연필까지 동원해 부친에게 상황을 설명했지만 신 총괄회장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 과정을 신동주 전 부회장 등 나머지 일가는 애써 외면한채 정면을 응시했다.


재판부가 신동빈 회장 측에 "두 분은 대화가 가능하시냐"고 묻자 신 회장은 "원활하지는 않지만 가능하다"고 답했다. 신 회장 측 변호인은 "신격호 회장님이 누가 나를 기소했냐, 왜 재판하냐, 롯데는 내가 만든 회사인데 왜 이런 재판을 하냐" 등의 취지의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했다.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생년월일 등 기본적인 답변을 끝내 듣지 못한 재판부는 변호인과 검찰의 동의를 받는 것으로 갈음해 재판을 이어갔다. 재판부는 "재판의 의미를 모르시는 것 같으니 신격호 피고인에 대한 건은 분리 진행하겠다"며 신 총괄회장의 퇴정을 명령했다.

입장 20여분만에 퇴정명령을 받은 신 총괄회장은 법정을 나서는 도중 "할말이 있다"며 다시 돌아와 같은 말을 반복했다. "롯데는 내가 100% 가진 회사다. 내가 만든 회사고 내것인데 누가 날 어떻게 기소하느냐, 책임자가 누구냐"는 게 요지였다. 통역을 통해 신 총괄회장 측 주장을 전해들은 재판부는 "그만하면 됐다"며 재차 퇴정을 요구했다. 신 총괄회장은 지팡이를 휘두르고 고성을 지르다 결국 법정을 떠났다. 

퇴정 후 잠잠해진 법정에서 서미경씨를 비롯한 4명의 총수일가는 모두 무죄를 주장했다. "검찰이 기소한 관련 결정들은 모두 아버지(또는 남편)의 직접적인 책임 하에 진행됐으며 자신들은 의사결정에 개입할 지위가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총수일가에 이어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대표, 황각규 그룹 경영혁신실장, 소진세 그룹 사회공헌위원장 등 그룹 전·현직 임원의 모두 진술이 어어졌다. 재판은 4시 20분쯤 종료됐다.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 서미경씨의 순으로 법정을 떠난 총수일가는 따라붙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무답으로 법원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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