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 성장률?..이젠 힘겨운 2%대
국내 홈쇼핑시장은 2012년을 정점으로 둔화되고 있다. 전체 시장규모는 조금씩 커지고는 있지만, 성장폭이 크게 위축됐다. 2015년에는 역성장하기도 했다.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한때 20%를 넘나들던 성장률은 보기 힘들게됐다. 올해는 작년에 이어 2%대 저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자료:한국온라인쇼핑협회(단위:조원, %) *2017년은 추정치 |
TV홈쇼핑은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했다. TV를 시청하면서 상품을 면밀히 살펴보고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은 생소하면서도 신선했다. 여기에 버라이어티쇼와 같은 생생함과 다양한 가격대 상품, 가전에서 보험에 이르기까지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다양한 상품은 폭발적인 구매로 이어졌다.
꺾일 줄 모르고 성장하던 TV홈쇼핑 시장이 주춤하기 시작한 것은 2015년부터다. 메르스사태와 가짜 백수오사태 등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작년에는 리우 올림픽 특수를 기대했지만 이 마저도 기대에 못미쳤다. 설상가상으로 홈쇼핑업체들의 불공정 행위들이 드러나며 도덕적으로도 타격을 입었다.
▲ 단위:억원 |
지난해에는 최순실게이트 등 대형 정치적 사건들이 불거지며 고객들의 시선이 멀어졌다. TV 시청률 감소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수익성도 둔화되고 있다. CJ오쇼핑의 작년 영업이익은 시장이 역성장했던 2015년에도 못미쳤다. GS홈쇼핑과 련대홈쇼핑, 롯데홈쇼핑은 소폭 증가에 그쳤다.
◇ 소비자 구매패턴이 바뀌고 있다
소비를 위축시키는 일회성 이벤트보다 더 큰 우려는 고객들의 구매트렌드 변화다. 그동안은 TV홈쇼핑 방송을 시청하고 직접 전화를 걸어 상품을 주문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TV홈쇼핑에서 상품 정보를 얻고 온라인이나 모바일 등을 통해 구매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2012년 이후 국내 홈쇼핑업체들의 취급고 매출 대비 모바일 취급고 매출 비중은 급격하게 증가한다. 반면 TV 취급고 매출은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TV 구매는 줄고 온라인, 모바일, T-커머스(T-Commerce) 등 새로운 플랫폼으로 구매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 자료:대한상의 유통백서 (단위:억원) *2017년은 추정치 |
이런 상황에서 사업자는 늘었다. 그동안 국내 홈쇼핑시장은 대기업 계열사들이 장악해왔다. 하지만 2012년 중소기업제품 판로 확대를 위해 중소기업중앙회가 출범시킨 '홈앤쇼핑' 등장으로 시장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2015년에는 중소기업청이 만든 공영홈쇼핑인 '아임쇼핑'도 가세했다.
홈앤쇼핑과 아임쇼핑은 당초 예상을 깨고 시장에 안착했다. 이 업체들은 중소·스타트업 기업들이 생산하는 좋은 상품을 발굴하고 농수산물 등을 내세워 빠르게 안착했다. '가성비'를 주목하는 구매패턴과 맞아떨어진 것. 작년 홈앤쇼핑은 42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공영홈쇼핑은 10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2015년에 비해 손실폭을 크게 줄였다.
▲ 자료:한국T-커머스협회. *2017년은 추정치 |
'T-커머스'도 빠르게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T-커머스는 기존 TV홈쇼핑과 달리 생방송은 하지 못하되 인터넷TV를 이용해 상품검색·구매·결제가 가능한 양방향 데이터홈쇼핑이다. 인터넷을 통한 E-커머스와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M-커머스의 장점에 TV를 결합한 것이다. 현재 10개 사업자가 경쟁중이다.
T-커머스는 최근 IPTV 설치 가정이 늘어나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실제로 T-커머스시장은 통신 강자인 KT의 K쇼핑이 전체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그 뒤를 신세계TV쇼핑 등이 잇고 있다. 한국T-커머스협회 따르면 작년 T-커머스시장 규모는 약 7000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T-커머스가 녹화방송만 가능하다는 단점을 극복하고 상품성으로 승부한다면 시장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기존 전략으로는 살아남기 힘들다"..새로운 길 찾는 TV홈쇼핑
시장환경이 급변하면서 기존 TV홈쇼핑 업체들은 새로운 전략짜기에 몰두하고 있다. 더 이상 급성장하던 시장에서 구사하던 전략으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우선 외형보다 내실다지기에 주력하고 있다. TV홈쇼핑 업체들이 잇따라 단독브랜드를 론칭하면서 비중을 높여가고 있는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국내 유통망이 없는 해외 럭셔리브랜드들을 들여와 상품성을 강화하고 있다. GS홈쇼핑의 경우 전체상품의 50% 이상이 단독브랜드 제품이다. 아울러 ICT(정보통신기술)과의 접목을 통해 편리한 결제와 서비스 제공에 집중하고 있다. 카카오톡으로 구매할 수 있는 ‘톡주문 서비스’, 모바일에서 배송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라이브 배송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 GS홈쇼핑의 '라이브 배송서비스'. |
CJ오쇼핑은 전체 취급 브랜드의 60% 가량을 단독브랜드로 운영하고 있다. 월 평균 250개 규모다. CJ오쇼핑은 브랜드화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PB(자체브랜드) 제품을 독립브랜드로 전환하는 등 브랜드 파워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스타 브랜드를 육성해 여러 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판매에 나서겠다는 생각이다. CJ오쇼핑의 화장품브랜드 '셉(SEP)'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대홈쇼핑은 '고급화'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특히 패션 부문에서는 작년 기준 전체의 94.8%를 단독브랜드로 운영했다. 또 유명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한 PB 브랜드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정구호 디자이너와 함께 론칭한 'J BY'나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업체인 한섬과 함께 만든 '모덴', '모덴 옴므' 등이 있다.
▲ CJ오쇼핑의 화장품 독립브랜드 'SEP(셉)' |
롯데홈쇼핑은 '옴니채널'에 집중하고 있다, 옴니채널은 소비자가 온라인, 오프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경로를 넘나들며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오프라인 유통망에 강점을 가진 롯데그룹 계열사인 만큼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의 시너지를 내겠다는 복안이다. 최근에는 롯데프리미엄아울렛에 '롯데홈쇼핑 스튜디오샵'을 개설했다. 홈쇼핑에서 선보인 제품과 서비스를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생각이다.
지금 국내 홈쇼핑시장은 '춘추전국시대'다. 다양한 기업들이 다양한 전략을 갖고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밖으로는 온라인-모바일쇼핑업체와도 싸워야 한다. [시리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