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감몰아주기 제재' 칼 뽑는다
유통업계에서는 최근 불거진 프랜차이즈업체들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규제 이후 다음 타깃은 일감몰아주기가 될 것으로 전망해왔다. 그리고 그 전망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김상조 위원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가을 이전에 직권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칼을 뽑을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일감몰아주기는 대주주(총수) 일가가 막강한 지배력을 바탕으로 회사의 이익을 빼돌리는 행위다. 그동안 대기업들이 행해온 대표적인 폐해로 지목돼왔다.
▲ 김상조 공정개래위원장은 "가을 이전에 직권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조만간 대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직권 조사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사진=이명근 기자/qwe123@) |
그럼에도 곧바로 제재에 들어가지 않은것에 대해 김 위원장은 "대기업 스스로 자정 노력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기다려줄 시간이 얼마 없다"고 경고했다. 당근과 채찍 모두를 대기업들에게 제시한 셈이다.
◇ 롯데 '서미경식당' 정리..요주의 계열사 문제해결 고심
김상조 위원장의 발언에 대기업들은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 총수 일가가 30% 이상 지분을 가진 상장계열사(비상장 계열사의 경우에는 20%)에 과도하게 일감을 몰아줬을 경우 처벌받도록 돼있다. 유통대기업중에는 롯데, CJ 등이 주요 대상기업으로 거론된다.
롯데그룹은 최근 일감몰아주기 사례로 꼽혀온 일명 '서미경 식당'을 정리키로 했다. 서미경 식당'은 신격호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가 실소유주인 유기개발이 롯데백화점 내에서 운영해온 식당이다. 유기개발은 그동안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롯데 위장계열사로 지목돼왔다. 공정위는 이런 사실을 숨긴 신 총괄회장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은 롯데백화점에 입점해있는 유경, 유원정, 마가레트 등 총 4개 매장을 정리키로 했다. 롯데는 "계약기간 만료로 양측의 협의에 따른 철수"라고 밝혔지만 업계는 공정위의 칼날이 미치기 전 미리 정리하는 차원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롯데의 위장계열사로 지목돼왔던 유기개발이 운영하는 음식점인 유원정. 롯데는 최근 롯데백화점에 입점해있던 일명 '서미경 식당'들을 모두 내보내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롯데가 공정위의 직권조사 전에 미리 대응한 것으로 보고 있다. |
CJ그룹의 경우 CJ올리브네트웍스의 오너 일가 지분율을 낮추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비상장 계열사다. 오너 일가 지분은 22.7%, 2015년 내부거래비중은 26%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경우 내부거래 비중이 높지 않다. 다만 오너 일가 지분율이 걸린다. 이에 따라 그룹차원에서 지분율을 낮추는 방안을 강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 관계자는 "CJ올리브네트웍스의 오너 일가 지분 해소 방안을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명 '서미경 식당'을 정리하기로 한 롯데그룹은 비상장 계열사인 롯데정보통신에 대한 처리도 고민중이다. 롯데정보통신의 오너 일가 지분은 24.8%다. 작년 기준 내부거래 비중은 93.1%를 기록했다. 롯데의 고민은 SI(시스템통합) 작업을 외부업체에 의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제약이 많다는 점 때문에 고민해왔다. 유통업체의 특성상 외부업체에 아웃소싱을 주는 것보다 계열사를 세워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원가 낮추기에 유리한 측면도 있다. 오너 일가 지분이 많은 계열사에 일감몰아주는 측면보다 유통계열사들의 특성상 필요한 점때문에 고민하고 있다는 것.
유통업계가 이런저런 개별적인 고민은 있지만 대체로 칼날은 피해가야 한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김상조 위원장의 발언들을 살펴보면 그 안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숨어있다"면서 "우선 기업들 자체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시간을 주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소하지 못하면 엄단하겠다는 의미라고 본다. 공정위로서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길 수 있는 전략"이라고 말했다.